다시 2%대로 뛰어오른 물가…상반기까지 물가불안 불가피

2025-02-06 13:00:26 게재

내란여파·고환율·국제유가 상승 겹쳐

환율·유가 당분간 물가안정 핵심변수

물가불안에 유류세 인하조치 연장방침

올해 1월 소비자물가가 5개월 만에 2%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내수부진에 국제유가와 환율 급등이 겹친 상황에서 스테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내란사태 여파로 상반기까지는 정치 불확실성이 불가피해 업친 데 덥친 격이다.

정부는 환율과 유가 등 대외변수가 당분간 물가 흐름을 좌우할 핵심 요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국제 유가는 차츰 둔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안정세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불안이 커지자 정부는 2월 말 만료 예정인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를 추가연장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상승 흐름을 타고 있는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인이 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만에 2%대로 상승했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국제유가 상승 배경은 = 6일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지난해 12월(1.9%)보다 0.3%p 높은 수준이다. 최근 안정세를 보이던 소비자물가지수는 5개월 만에 2%대로 재진입했다.

품목별로는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7.3% 상승하며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국제 유가 상승에 환율 상승이 겹친 영향이었다.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는 0.27%p로, 전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폭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였다.

특히 국제 유가는 지난해 말 배럴당 70달러 내외에서 등락하다가 올해 1월 들어 급등세를 보였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월 13일 배럴당 78.82달러까지 상승하며 80달러 선에 근접하기도 했다. 이후 하락해 5일 기준 71.29달러를 기록했다. 두바이유도 1월 중순 80달러를 넘어선 후 다시 조정을 받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달 유가 변동의 주요 원인으로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러시아 원유 제재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지목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막판 러시아를 상대로 제재에 나서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유가 하락을 통한 물가 안정 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기대감이 확산되며 유가가 진정되는 추세다.

◆계엄 뒤 더 오른 환율 = 유가 상승과 함께 고환율이 겹치면서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원자재인 원유 가격이 오르게 된다. 따라서 지난 연말부터 급등한 환율은 석유류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특히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내란사태는 환율 상승 추세를 더욱 부추겼다. 지난해 11월까지 1400원대에서 등락을 보이던 원달러 환율은 계엄사태 이후 1500원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았다. 환율은 6일 현재까지도 1450원대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석유류 뿐만 아니라 소비재 가격 전반에 영향을 준다. 기재부 관계자는 “향후 장기적으로 환율이 상승한다면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과 외식, 기타 원자재 가격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2월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2.4% 상승했다. 환율이 한 달 만에 2.9% 상승한 영향이 컸다. 통상 수입물가 상승은 2~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향후 물가변동 핵심변수는 = 이때문에 정부는 국제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향후 물가 불확실성을 키우는 주요 변수로 판단하고 있다. 물가당국 관계자는 “향후 물가는 당분간 국제 유가 변동성이나 이상 기후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있을 것”이라며 “환율과 국제 유가로 인해 상방 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제 유가가 점차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석유와 천연가스 추출 규제 완화) 정책, OPEC+ 감산 종료 기대 등에 힘입어 국제 유가가 올해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이란 게 대내외 관측이다.

문제는 불확실성이 여전한 환율이다. 향후 환율의 방향성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등 정책, 국내 정치 불안 해소 여부 등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대외 변수가 여전히 큰 상황이지만, 정부는 점차 물가상승률이 둔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올해 초 경제정책방향에서 연간 물가 상승률을 1.8%로 예상한 바 있다. 또 정부는 2월 말 만료 예정인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를 3월 이후에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트럼프 정책 효과가 수입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에너지 부문에서는 환경 규제 철폐 등 국제 유가의 하락 요인이 있어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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