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한국경제, 스테그플레이션 우려 ①

예고된 경기침체에 내란사태·트럼프 변수까지 덥쳤다

2025-02-10 13:00:30 게재

10일 여야정 국정협의회 … 추경 편성 본격 논의될까

추경 효과 제한적 … “20조원으로 경기 살리기 어려워”

저성장에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1%대 저성장이 예고된 한국경제에 사상초유의 내란사태가 겹친 탓이다. 내란사태가 촉발한 한국경제 불확실성은 자칫 국가신인도 강등 위기까지 거론될 정도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관세’가 현실화하면서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정부는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분야별 플랜 가동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여기에 세수부족과 가용 재원 부족이 발목을 잡고 있다.

그나마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어 내수회복에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하지만 20조원 규모 추경만으로는 경기를 살리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스테그플래이션 우려 확대 저성장 압박에 물가까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지수 상승률은 각각 2.7%, 2.9%로, 전체 소비자물가 지수 상승률(2.2%)을 웃돌았다. 사진 연합뉴스

◆오늘 국정협의회 논의 = 10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이날 개최되는 여야정국정협의회에서 추경 편성 문제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민생)법안 통과와 추경, 그 외 다른 여러가지 경제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함께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여야는 지난해 12월31일 내란 사태 이후 국정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대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정 협의체 신설에 합의했다. 지난달 9일 첫 실무회의가 열린 뒤 내란특검법 등 구체적 현안을 둘러싼 여야 이견으로 한 달 가량 논의에 진전이 없었다.

하지만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고 미·중 관세갈등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 국정협의회를 열어 추가재정투입 등을 논의하자고 호소했다.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부나 여당이 민생지원금 때문에 추경을 못 하겠단 태도라면 민생지원금을 포기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국민의힘은 “여야정 합의체에서 추경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여야정은 지난 4일 두 번째 국정협의체 실무협의를 진행한데 이어 10일 국정협의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최상목 권한대행과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대표가 ‘4자 국정협의회’에 참여한다. 내수 경기 침체에 미 신정부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추경 편성 필요성에 대한 여야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추경이 편성될 경우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20조원대 규모 추경 거론 = 국내외 기관과 전문가들은 내수진작을 위해서는 추경 규모가 적어도 20조원대는 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최근 ‘2024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한국 경제의 하방리스크가 강하다고 평가했다. IMF는 올 한국 경제가 지난 1월 세계경제전망과 동일하게 잠재성장률 수준인 2.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4.2% 수준으로 확대됐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올해 3.6% 수준으로 다소 줄 것으로 분석했다.

IMF는 “올해 한국 경제 전망에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며 하방 리스크가 우세하다”면서 정치적 불확실성 지속, 미국 신정부 정책 변화, 반도체 수요 약세, 주요 무역 상대국 경기 부진, 지정학적 분쟁 심화 등을 하방 리스크 요인으로 언급했다. 특히, 하방 리스크 현실화로 성장이 둔화하고 목표 수준 이하로 물가상승률이 떨어질 경우 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취약계층에 대한 추가 재정 지원이 고려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는 추경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경만으론 경기회복 힘들어 =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도 지난 6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도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 될 경우 정책 결정의 효율성, 경제 성과, 재정건전성 등이 악화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16일 기준금리 동결 당시 올해 경제성장률을 전망했던 1.9%가 아닌 1.6~1.7%로 가정한 사실을 최근 블로그를 통해 공개했다. 정치 불확실성의 경기 하방 효과를 0.2%p 정도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떨어진 성장률을 보완하기 위해 약 15조~20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기 부양 차원에서 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뿐 아니라 재정정책도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추경이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야당에서는 추경 규모를 30조~50조원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3년 연속 세수결손인 재정상황 등을 고려하면 추경 규모를 더 이상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기재부가 추경 외 기금운용계획 변경, 공공기관 투자, 정책자금 등 추가재정투입 수단을 모두 동원하겠다는 데 대해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또 여야정 추경 공감대는 이뤄졌지만 현실화까지에는 변수가 많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시 4월 말이나 5월 초 조기 대선이 치러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정치일정에 따라 추경 논의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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