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잘 나가는 인도의 어두운 그림자, 델리 대기오염

2025-02-14 13:00:05 게재

매년 겨울이면 인도 델리는 극심한 스모그로 뒤덮인다. 이번 겨울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기질지수(AQI)가 400을 넘어 ‘심각’ 단계에 진입하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1000을 넘어서기도 한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안전기준치를 수십배 초과하는 수치다.

델리의 공기오염은 계절적 요인과 구조적 문제가 얽혀 있다. 겨울이 되면 찬 공기가 도시 위에 머물면서 오염물질이 쉽게 흩어지지 않는다. 여기에 펀자브 하리아나 등 인근 주 농부들이 추수를 마친 뒤 논밭의 잔여물을 태우는 관행이 더해져 대기 중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또한 급격한 도시화와 경제성장으로 인해 차량 배기가스, 건설현장의 먼지, 공장 배출가스 등이 대기질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런 심각한 오염은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인도정부는 매년 반복되는 스모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도입하고 있다. 2부제로 차량 운행을 제한하고 먼지 발생을 막기 위해 주요 건설 프로젝트를 중단했고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해 휴교도 시행했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인공강우 실험도 했고 오염원 감시를 위해 드론과 위성을 활용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은 대부분 단기적인 효과에 그치고 있다. 특히 농부들의 논밭 태우기를 막기 위한 장기적인 해결책이 부재한 상태이고 인구 3200만명이 밀집한 대도시 델리에서 차량과 공장의 매연 배출을 단기간에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임시방편 넘어선 구조적 해결책 시급

2024년 델리 지방선거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은 기존 집권당이던 암 아드미당(AAP)을 꺾고 승리했다. 델리는 AAP가 오랜 기간 장악해 온 지역이다. AAP는 환경 정책에서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AAP는 부패 혐의와 행정력 부족 논란 속에 지지를 잃었다.

BJP는 경제성장과 산업발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당이다. 따라서 대기오염 문제를 완화하는데 있어서도 경제논리를 우선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과 공장에 대한 규제 강화보다는 인프라 개발과 기술적 해결책을 추진할 공산이 크다. 예를 들어 BJP정부는 전기차 확대, 친환경 에너지 도입, 공기 정화 기술 연구 등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

델리의 대기오염은 단순히 인도 내부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인도는 최근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외국 투자자들과 기업들은 인도의 성장가능성을 주목하지만 대기오염은 인도의 도시환경이 열악하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이는 글로벌 기업의 투자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2023년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도의 글로벌 리더십이 부각된 가운데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보호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인도의 책임이 커지고 있는 영역이다. 델리의 공기오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인도정부는 ‘환경 후진국’이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델리의 공기오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단기적 조치가 아닌 장기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한데, 다음과 같은 전략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친환경 농업정책 확대다. 논밭 태우기를 대체할 수 있는 기계 지원 및 보조금을 늘리고 농부들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농사를 짓도록 유도해야 한다.

둘째, 대중교통 확충 및 전기차 보급이다.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이려면 전기차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셋째, 산업 배출 규제 강화다. BJP정부가 경제성장을 최우선시한다고 해도 기업들이 친환경 기술을 도입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넷째, 도시녹지공간 확대다. 델리 내 녹지면적을 늘려 자연적인 공기정화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국제협력 강화다. 한국 일본 영국 등의 도시들은 대기오염 문제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인도도 이러한 사례를 벤치마킹해 정책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환경과 경제성장의 균형정책 펼칠지 주목

델리의 대기오염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하지만 인도가 글로벌 리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을 마련해야 하며, 델리의 스모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BJP정부가 이번 선거 승리를 경제성장의 기회로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국민 건강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책임감 있는 정책을 펼칠 것인지 주목된다.

이준규 인도포럼 회장 전 주인도·일본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