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수능 탐구에 흔들린 대입, 합격선 예측 실패

2025-02-19 13:00:16 게재

수능 성적·지원 경향 요동친 2025 대입…2026 대입 수능 최저 기준 변화에 촉각

2025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결과가 발표되며 대학가에 이변이 속출했다. 주요 대학 정시 합격선이 예년과 큰 폭의 차이를 보이며 수험생과 학부모를 혼란에 빠뜨렸다. 특히 상위권 대학의 인기학과에서 예상보다 크게 낮은 점수로도 합격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의대 증원과 무전공학부 확대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 데다 수능 과학탐구 대신 사회탐구를 선택한 수험생이 급증(사탐런)하면서 지원 경향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이러한 혼란은 2026~2027학년도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기존 입시 결과에 기댄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다. 대입 전형 전반에서 수능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무전공과 의대 선발 인원이 정치권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히 지속될 전망이다. 2025학년도 대입의 주요 변수와 그 영향을 짚어보며 향후 입시의 변화 방향을 전망해 본다.

2025학년도 정시 원서 접수가 마무리된 가운데 온라인 입시 커뮤니티가 시끌벅적하다. 상위권 대학 정시에서 예상 합격선보다 훨씬 낮은 점수로 최초 합격했다거나 합격선이 높은 모집 단위에 지원하지 않아 후회한다는 글이 여럿 올라와 화제가 됐다.

실제 대학이 발표한 입시 결과로 확인해야 하겠지만 전년 동기 대학의 경쟁률이 낮게 형성된 상위권 대학의 선호도 높은 모집 단위들의 합격선이 하락했다는 후문이 많다.

이러한 결과는 2025 대입의 ‘예측 불확실성’에서 기인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의대 증원과 자율전공(무전공) 확대로 인해 각 대학의 모집 인원과 모집 단위에 큰 변화가 있었고 수능 과학탐구 응시자들의 ‘사탐 응시’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수험생의 지원 경향을 예측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실제 여러 모의지원 서비스의 예측이 상당히 빗나갔다.

◆변화된 대입 환경 연쇄적 영향 = 2025학년 정시 원서 접수가 끝난 후, 한 모의지원 사이트가 운영하는 점수 공개 서비스에서 상위권 대학 선호 학과에 통상 합격선보다 크게 낮은 점수로 합격이 예측되는 사례가 여럿 포착됐다. 합격 발표 후에는 논란이 더욱 커졌다.

모의지원 서비스나 컨설팅에서 불합격권이라는 조언에 합격선이 훨씬 낮은 모집 단위에 지원한 수험생이 당초 희망했던 학과의 최초 합격 인증 사례에 충격과 불만을 표한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2025 대입의 다양한 변수가 전체 판을 흔들면서 전반적으로 합불을 예측하기가 매우 까다로웠다고 입을 모았다. 의대 증원과 무전공 확대, ‘사탐런’, 다군 선발 대학 증가 등 수시·정시 모두에 영향을 줄 변수가 많았고 학생들의 지원 경향이 종전과 완전히 달라지면서 입시 결과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예년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다는 것이다.

의대·무전공 확대는 모집 단위·전형별 모집 인원을 크게 바꿨고, 이는 수험생의 지원 경향에 변화를 불렀다. 여기에 ‘사탐런’으로 수능 성적 구조 또한 달라졌다. 장지환 서울 배재고 교사는 “자연 계열 지망생은 수능 수학에서 ‘미적분’ ‘기하’, 과탐 2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2025학년엔 과탐 1과목과 사탐 1과목을 선택한 학생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 중등진학지도연구회의 분석에 따르면 수능 사탐 1과목과 과탐 1과목에 응시한 수험생이 2024학년 1%대에서 2025학년 10%대로 급증했다. 이들이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중 어디로 지원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분석했다.

◆다군 선발 합류 대학 경쟁률 폭발 = 2025 정시에서는 대학 간 경쟁률이 희비가 엇갈렸다. 연세대는 평균 4.3:1로 전년도 4.77:1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연세대는 이번 정시에서 수능 반영 방식에 변화를 줬다. 수학과 영어 반영 점수는 전년과 같았지만, 국어(300점)와 탐구(200점)는 전년보다 100점씩 높였다.

서강대와 한양대는 다군에 신설한 무전공 모집 단위의 경쟁률이 매우 높게 형성됐다. 서강대는 83명을 뽑는 다군 인문학기반자유전공학부·AI기반자유전공학부에 1842명이 몰려 22.19: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양대도 다군에서 인터칼리지학부 62명을 모집했는데, 1324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21.35:1에 달했다. 덕분에 전체 경쟁률이 상승했다.

성균관대도 평균 경쟁률(5.95:1)이 전년(5.63:1)보다 상승했다. 모집 단위를 확대한 다군(양자정보공학과 에너지학과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글로벌경영학과 반도체융합공학과)은 경쟁률 자체는 27.55:1로 전년(49.62:1)보다 낮아졌지만 지원자는 809명 늘어난 2893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성균관대는 수능 성적을 A(인문: 국어 35%+수학 25%+영어 10%+탐구 30%, 자연: 국어 20%+수학 40%+영어 10%+탐구 30%), B(인문: 국어 30%+수학 40%+영어 10%+탐구 20%, 자연: 국어 30%+수학 40%+영어 10%+탐구 20%)로 구분해 반영했다. 학생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면 대학에서 학생에게 유리한 형태로 반영하다 보니 부담이 적어 수험생이 몰렸다는 평가다.

정제원 서울 숭의여고 교사는 “의대·무전공 모집 확대로 자연 계열 모집 규모가 실질적으로 커지면서 예년보다 교차지원에 나선 학생이 결과적으로 줄었다”며 “주요 대학은 다군에서 무전공을 대규모로 모집했고 이에 따라 개별 학과 모집의 선발 인원이 급감해 모집 인원이 줄면 수험생의 불안이 커져 경쟁률이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2025 수시에서는 전국 주요 대학 지원자가 전반적으로 늘었다. 고3 수험생 수가 전년보다 1만5000여명 늘어난 데다 수시에 재도전하는 N수생 비율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자연계열은 의대 증원과 첨단학과 신설·확대로 인한 합격선 하락에 대한 기대감으로 경쟁률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모집 단위별로 보면 무전공의 인기가 높았다. 특히 전공 선택 폭이 넓은 유형 1은 모집 인원이 많아 경쟁이 상대적으로 완화됐고 선호도 상위 학과보다 합격선이 낮게 형성될 것이란 기대감이 겹쳐 지원자가 몰렸다. 한양대 한양인터칼리지학부(62.23:1), 성균관대 자유전공 계열(39.27:1), 건국대 KU자유전공학부(34.94:1)가 경쟁률 상위를 차지했다.

조만기 경기 남양주다산고 교사는 “수시 무전공 모집 단위는 주로 교과전형에서 선발했다”며 "최근 대학이 콘퍼런스나 자료집을 통해 공개한 2025 수시 결과를 보면 선호도 최상위 학과의 합격선을 기준으로 50~70%에 해당하는 지원자가 많았고 합격선도 비슷하게 형성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수시 전형별로 보면 교과전형은 서울 주요 15개 대학의 평균 경쟁률이 10:1 수준으로 집계됐다. 전년(8.1:1)보다 상승했다. 지원자가 1만2922명이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는 교과전형 합격선 하락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유추된다. 교과전형은 입시 결과가 공개되는 만큼 합격선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안정 지원 경향이 강해 2023~2024학년엔 내림세였다.

2025학년에는 의대 정원이 대폭 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비수도권 내신 성적 우수자가 지역 대학 의학계열로 쏠리면서 서울 주요 대학의 자연계열 합격선이 연쇄적으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고, 상향 지원에 나선 수험생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종합전형, 무전공 평가 사례 눈여겨봐야 = 종합전형은 자기소개서 폐지 이후 서류 준비 부담이 줄어든 졸업생의 지원이 늘면서 경쟁률이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주요 15개 대학의 평균 경쟁률은 15:1로 2022학년 이래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원자는 전년 대비 2200여명 증가했다. 교과전형과 마찬가지로 의대 정원 확대, 첨단학과 확대 추세 등에 따라 입시 결과가 예년에 비해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고 소신·상향 지원한 수험생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한편 종합전형에서는 무전공 모집 단위로 대규모 인원을 선발한 경희대와 건국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전공 적합성, 계열 적합성, 진로 역량 등 대학마다 용어는 다르지만 자신의 흥미나 적성에 맞는 진로를 모색해 깊이 탐구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종합전형의 특징이다. 한데 무전공은 진로나 전공을 대학에 와서 탐색하는 만큼 선발 기준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조 교사는 “건국대의 경우 깊이 있는 탐구 경험이 있는 합격 사례를 공개했다”며 “학업 역량보다 발전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선발했다는 인상이다. 향후 입시 결과가 공개되면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라고 귀띔했다.

◆2026 대입, 최저 기준 변화 주목해야 = 지난 대입을 분석하는 것은 앞으로의 대입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2026 대입에 도전할 수험생이라면 특히 최저 기준에 변화를 준 대학을 주목할 만하다. 연세대와 한양대는 2025 교과전형부터 ‘3개 영역 등급 합 7 이내’의 최저 기준을 적용했다.

서울시립대 중앙대 홍익대의 최저 기준과 동일하다. ‘3합 7’을 충족하는 수험생은 선택 폭이 넓어진 만큼 보다 합격선이 높은 대학을 우선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서울시립대 중앙대 홍익대의 합격선 하락을 점치는 목소리가 높았다.

2026 교과전형 역시 최저 기준의 변화가 예고됐다. 고려대는 탐구 반영 방법을 2과목 평균에서 1과목으로 변경하고 서울시립대(3합 8)와 숙명여대(2합 6)도 1등급씩 낮춰 수험생의 부담을 완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수험생들의 지원 패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 전문가들은 2026학년도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이러한 변화에 주목할 것을 조언한다. 특히 수시와 정시를 아우르는 수능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전략적인 수능 대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대학별 전형의 특성과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여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지원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김기수·정나래 내일교육 기자 lena@naeil.com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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