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파괴, 파면해야” vs “합법계엄, 호소용”

2025-02-19 13:00:04 게재

국회 - 윤 대통령측, 9차 변론서 치열한 공방

10차 변론 예정대로 … 3월 중순 선고 가시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에서 국회측과 윤 대통령측이 ‘12.3 비상계엄’의 성격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청구인인 국회측은 “최악의 헌정 파괴 행위”라며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측은 “대국민 호소용 계엄”이라며 합법적 계엄이라고 항변했다.

윤 대통령측의 연기요청에도 불구하고 오는 20일 예정된 10차 변론기일(증인신문)은 예정대로 열려 3월 중순 탄핵심판 결정이 최종 선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헌법재판소는 18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은 증인 신문 없이 추가 증거 조사와 함께 양측의 주장에 대한 중간정리를 진행했다. 헌재는 양측에 2시간씩 주장 정리 시간을 배정했다.

◆국회측 “윤, 국민의 신임 배신” = 국회측은 윤 대통령이 위헌·위법한 12.3 비상계엄으로 국민의 신임을 배신했기에 신속히 파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계엄의 절차와 계엄포고령, 계엄 당시 군대와 경찰의 위헌·위법성에 대해 지적했다.

국회측 김진한 변호사는 “피청구인(윤 대통령)은 민주주의, 법치주의, 헌정수호, 국민의 자유와 안전 등 모든 헌법 수호 관점에서 파면돼야 한다”고 했다.

국회측은 12.3 비상계엄 선포 행위와 이후 국회 침탈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원칙을 위반했기 때문에 중대한 법 위반 사유라고 지적했다. 또한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무를 위반해 국민의 신임을 배신했다고 했다.

국회 대리인단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이수 변호사는 “만에 하나, 헌재가 탄핵심판청구를 기각해 피청구인이 대통령의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이는 더 큰 재앙을 불러오는 것”이라며 “우리 공동체와 구성원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측은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에 군 병력과 경찰을 투입한 것이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명백한 탄핵사유가 된다고 했다.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 병력을 투입시킨 행위는 선거의 공정성을 해하려 한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국회측은 포고령 1호에서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것은 국회 활동의 정당성 여부를 대통령인 피청구인이 판단해 원천적으로 금지하겠다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했다.

국회측은 선관위 군 투입 목적은 윤 대통령의 ‘개인적 의혹 해소’에 있다며 그럼에도 “헌법기관을 침탈한 행위는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회측 전형호 변호사는 “선관위의 기능을 병력 등으로 정지시킨 것은 국민주권주의, 대의민주주의, 권력 분립의 원칙을 위반했다”며 “대통령이 파견한 계엄군 감시 아래 대통령 및 행정부의 선거 관여행위 감시·단속은 불가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측, 국회봉쇄·정치인체포 지시 부인 = 윤 대통령측은 12.3 비상계엄은 합헌, 합법적인 평화적 계엄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이유로 야당의 탄핵소추권 남용, 예산안 단독 처리 등을 주장하며 국민 호소용 계엄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측 송진호 변호사는 “(야당은) 줄탄핵·헌재 구성 방해, 예산 폭거, 이재명 방탄 입법, 정부 정책 법안 발목 잡기 등 현정부의 사법과 입법 행정을 마비시키는 일을 했다”며 “대통령께서 단시간 내 국민 호소용 계엄 실시한 것”이라고 했다.

송 변호사는 “소수 병력으로 실무장을 금지했고 질서 유지를 위한 경찰 투입이 계획대로 시행된 계엄이었다”며 “큰 물리적 충돌이나 국민의 피해 사례는 없었고 해제 요구에 따라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측은 종합 진술에서 계엄 선포 배경으로 줄곧 지목해왔던 부정선거 의혹을 재차 제기하기도 했다.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여러 사례가 있음에도 선관위가 제대로 확인은 하지 않고 단순 음모론으로 치부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측 도태우 변호사는 “대통령은 전 국민이 뽑은 최고의 대의제 기관으로서 헌법 수호의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바 제도적인 견제의 불가능함이 확인됐을 때 방관하는 게 오히려 직무유기”라고 했다.

또한 윤 대통령측은 군사적·비군사적 조치가 포함된 현대전을 의미하는 하이브리드전이 국제 정세에서 이어지고 있다며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라고 인식한 이유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측은 변론 과정에서 증인들의 진술이 증거로 채택된 국회 봉쇄 지시, 의원 끌어내라 지시, 정치인 체포 지시를 모두 부인했다.

윤 대통령 측은 국회 봉쇄에 대해선 상시 출입증을 가진 사람들을 제외한 사람들에 대한 출입 통제였을 뿐이라고 했다.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수행한 병력이 없었고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20일 증인신문 마무리 = 헌재가 오는 20일 10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신문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하면서 변론 종결 수순에 접어들었다.

추가적인 변동이 없을 경우 3월 중순 윤 대통령 파면 여부가 결정될 것이 유력하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18일 서울 종로구 헌재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에서 “10차 변론기일은 20일 오후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10차 변론 시작 시간은 20일 오후 3시로 한 시간 미루고 한덕수 국무총리,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조 청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2시간씩 순차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헌재가 20일 변론기일을 끝으로 신문 절차를 종결하면 다음 주 중 양측의 최종 의견을 듣고 변론을 종결할 전망이다. 이후 재판관들의 평의와 평결을 거쳐 최종 선고한다.

변론 종결부터 선고까지는 통상 2주가량 걸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11일 걸렸다.

이런 선례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은 3월 중순에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헌재 결정 전에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가 임명돼 헌재에 합류할 경우 선고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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