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전 국무회의, 흠결 있었다”

2025-02-21 13:00:04 게재

헌재 ‘윤 탄핵심판’ 10차 변론서 한덕수 국무총리 증언

홍장원, 체포명단 메모 실물 제시 … 조지호, 답변 거부

3월 중순 선고 가시화 … 최대 변수는 마은혁 임명 여부

헌법재판소가 오는 2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을 앞두고 20일 증인신문을 끝냈다. 증인 신문 종료와 최종 변론이 종결되면 약 2주 뒤인 3월 중순 윤 대통령 파면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날 증인신문에서는 ‘국무회의의 형식적, 실체적 흠결이 있었다’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증언이 있었으며, 국회 봉쇄와 정치인 체포와 관련 조지호 경찰청장이 답변을 거부했지만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검찰 진술조서에 대해 인정했다. ‘정치인 체포 명단’ 메모와 관련해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메모의 실물을 제시하며 신빙성에 대한 의혹을 부인했다.

헌재는 20일 오후 3시부터 윤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한 총리는 이날 국정 상황과 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 절차와 관련해 증언했다. 한 총리는 그간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를 두고 “간담회로 본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시를 국무회의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통상의 국무회의와 달랐다는 것이고 간담회로 본다는 것은 저의 주관적인 느낌”이라며 직접적 답변을 피했다.

국무회의는 국무위원 모두 부서한 후에 법률적 효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최종적으로 사법부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형두 재판관이 “사법절차에 대한 판단을 대답해 달라는 게 아니라 증인 개인 생각을 말해달라는 것”이라며 다른 장관들이 국무회의에 대해 판단한 발언을 제시했을 때에도 “각 국무위원이 가진 하나의 회의를 보는 시각을 재판관이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즉답을 하지 않다 거듭된 질문에 “통상의 국무회의가 아니었고 형식적·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체포조 메모’ 신빙성 공격에 실물제시 = 이날 두번째 증인에 나선 홍 전 차장은 보좌관을 시켜 작성했다는 ‘체포조 메모’의 실물을 제시했다.

조태용 국정원장이 메모가 모두 4개가 있었다며 메모의 신빙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자 이를 반박하기 위한 것이다.

윤 대통령측은 메모의 종류가 여러 개이고 체포 대상자가 14명인지 16명인지 불확실한 이유, 메모를 작성한 장소를 혼동한 이유 등을 따지며며 메모의 신빙성을 공격했다.

이에 홍 전 차장은 최초 작성한 메모를 폐기한 뒤 보좌관에게 다시 작성하게 했으며 이후 가필한 경위까지 상세히 설명했다.

홍 전 차장은 12월 3일 밤 여인형 전 국군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체포 대상자라고 지목된 10~12명 정도의 이름을 받아 적었다고 했다. 이게 1차 메모다. 이후 급하게 받아적느라 글씨를 알아보기 쉽지 않아서 보좌관에게 해당 메모를 주면서 “한번 정서를 해보라”고 지시했고, 보좌관이 2장 분량으로 인적 사항까지 적어 왔다고 한다. 이게 2차 메모이며, 이후 1차 메모는 폐기했다고 홍 전 차장은 설명했다.

홍 전 차장은 다음 날 오후 4시 보좌관에게 “머리 똑똑한데 한번 적어보라”며 2차 메모를 보지 말고 기억에 의존해 복기하라고 지시했고, 이렇게 3차 메모가 작성된 이후 2차 메모는 불필요한 내용이 많아 폐기했다고 밝혔다. 언론 등에 공개된 것이 3차 메모다.

그는 이후 보좌관이 작성한 것에 자신이 ‘1조, 2조 축차 검거 후 방첩사 구금시설에 감금 조사’, ‘검거 요청’을 기억에 의존해 덧붙였고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일부 가필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이 해제된 이후이지만 방첩사에서 비상계엄 기간에 왜 이런 사람들을 체포하려고 했는지 궁금증이 있었다”며 “명단에 관심을 가져봐야겠다고 해서 나름대로 메모해서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좌관에게 정서시킨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혼자 썼다면 누가 믿었겠느냐”라며 “정보기관 특성상 뭘 들으면 메모하거나 기록하는 게 습관”이라고 설명했다.

홍 전 차장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메모 원본을 직접 가져왔다. 또 실물화상기를 이용해 메모 내용을 심판정 내 스크린에 비추며 설명했다.

◆답변 거부에도 검찰 조서 인정 = 건강을 이유로 2차례 불출석했던 조지호 청장은 이날 증언에 나섰지만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대부분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조 청장은 이날 “제가 관련 건으로 기소돼서 서울중앙지법에서 형사재판 피고인 신분”이라며 “관련 사항이 공소 사실에 포함돼 있어서 증언을 못하더라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다만 조 청장은 검찰에서 변호인 입회하에 조사받았으며, 그 뒤 조서 확인하고 서명 날인했다고 인정했다. 헌재가 조 청장의 검찰 진술을 증거로 채택해 12.3 비상계엄 전후 삼청동 안가 모임과 국회 봉쇄 등이 인정될 전망이다.

조 청장은 변호인 입회하에 검찰 조사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했고 사실대로 답했느냐는 질문에 “조서별로 제가 그렇게 다 서명 날인을 했다”고 답했다.

지난 18일 헌재 변론에서 국회측이 공개한 조 청장 피의자 신문조서에 따르면 조 청장은 “전화를 받았더니 대통령은 저에게 ‘조 청장! 국회에 들어가는 국회의원들 다 잡아. 체포해. 불법이야’라고 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조 청장은 또 “뒤의 5회 통화 역시 같은 내용이었다”며 “대통령이 굉장히 다급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하지 않았다”는 윤 대통령측 주장과는 정면 배치된다.

조 청장의 피의자 신문조서에는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조 운영과 관련한 진술도 담겼다.

조서에 따르면 조 청장은 계엄 당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전화를 걸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김동현 부장판사 등 15명의 체포명단을 불러줬고, 다시 연락해 ‘한동훈 추가입니다’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같은 조 청장의 진술 역시 정치인 체포를 지시한 적이 없다는 윤 대통령측 주장과 배치된다.

◆변론갱신 절차 논란 =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종결일이 오는 25일로 지정되면서 3월 중순께 선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의 취임 여부가 마지막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만약 변론종결 전에 마 후보자가 임명되면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을 갱신해야 한다.

탄핵심판이 준용하는 형사소송법 301조는 ‘공판 개정 후 판사의 경질(변경)이 있는 때에는 공판절차를 갱신해야 한다’고 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지난달 15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의 3차 변론의 첫머리에 “1차, 2차 변론기일에 관여하지 못한 조한창, 정계선 재판관께서 오늘 참석했으므로 변론을 갱신하겠다”고 했다. 두 재판관은 지난달 1일에 취임했다.

마 후보자가 변론종결 이후 선고일 전에 취임할 경우에는 헌재가 심리에 관여하지 않은 마 후보자를 제외하고 재판관 8인이 결론을 내리거나, 변론을 재개해 갱신한 뒤 9인 체제로 선고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은 전례가 없기 때문에 헌재가 법리 검토를 마친 뒤 재판관 평의를 거쳐 결정하게 된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지난 10일 정기 브리핑에서 변론 갱신 절차에 관한 질문에 “형사소송법을 어느 정도 준용할지는 재판부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현직 재판관이 9명인데 별다른 이유 없이 8명만으로 결정을 선고할 경우 사후에 절차적으로 시비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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