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불황에 청년 건설일자리 1년 만에 37% 급감
11개월 연속 감소세 … 다른 연령층보다 감소율 높아
소득감소로 이어져 … 건설업 가구 근로소득 3.2% ↓
정부, 그린벨트 해제 등 규제완화 대책도 효과 미지수
지난달 건설업 분야 청년층 취업자가 1년 만에 40% 가까이 줄었다. 이 중 상용직 일자리는 4만개 넘게 줄면서 10만개 아래로 떨어졌다. 건설업 불황이 고용시장까지 번지며 취약계층인 청년층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업 분야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0만5000명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6만1000명(36.6%) 감소했다.
관련 통계가 있는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감소율이다. 같은 기간 전체 청년층 취업자 감소율(5.7%)에 비해 6배 넘게 높았다. 건설업 분야 청년층 취업자는 지난해 3월 4.1% 감소한 이후 11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줄고 있다. 5월부터는 감소율이 두 자릿수로 커졌고, 지난달에는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취업은 ‘바늘구멍’ = 특히 청년층 건설업 취업자는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상용직을 중심으로 감소했다. 청년층 건설업 취업자 중 상용근로자는 지난해 1월 12만4000명에서 지난달 7만8000명으로 4만6000명 정도 줄었다.
건설업 분야 청년층 취업자가 줄고 있는 건 건설업 불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 수는 192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만9000명 줄어 200만명선이 무너졌다. 건설업 취업자가 200만명을 하회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1년 2월(198만명) 이후 약 4년 만이다.
건설업 고용 부진은 건설업에 종사하는 가구의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전기·하수·건설업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436만9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줄었다. 전기·하수·건설업 가구 근로소득이 전년보다 감소한 건 3분기 기준 2018년(-1.2%) 이후 처음이다. 작년 3분기 감소폭은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같은 분기 가운데 가장 컸다. 이는 다른 산업이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광업·제조업 가구는 5.4%, 도소매·운수·숙박·음식업 가구는 8.2% 각각 늘었다. 출판·금융·부동산·전문과학·사업시설업은 4.3%, 공공행정·교육·보건·예술·협회 등 가구는 5.8% 각각 증가했다.
◆“건설업 불황 길어질 것” = 유례없는 건설업 장기 불황이 고용 위기로 확산하면서 한국 경제를 옥죄는 대형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작년부터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등 건설 투자를 유도하고 있지만 고금리·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실효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 불황이 고용 위기와 소득 감소로 점차 파장을 키우면서 내수회복을 제약하는 모양새다.
건설업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쓸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은 더 문제다.
건설업 불황은 선행지표인 건설수주 부진을 통해 이미 예고된 악재였다. 건설수주는 2023년 1분기(-12.7%)와 2분기(-31.4%), 3분기(-44.8%) 모두 전년 동기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건설수주는 통상 1년~1년 반 뒤 건설기성(건설업 생산)에 반영된다.
고금리·고물가가 건설수주 부진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강달러 기조와 PF 부실로 작년 3분기까지도 금리 인하가 쉽지 않았고 결국 이자 부담에 시달리는 건설업의 숨통을 틔워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년째 대규모 세수펑크로 나라살림이 빠듯한 탓에 재정이 민간 부진을 적시에 메워주는 ‘경기 보강’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효성 없는 대책만” = 건설수주에 경고등이 커지자 정부는 작년 1기 신도시 재정비 착공 시기 단축, 그린벨트 해제 등 규제 완화·공급 확대 대책을 쏟아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지난 1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미분양 주택 매입을 골자로 한 지방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또 내놨지만 업계에서는 세제·금융지원이 빠진 ‘알맹이 없는 대책’이라는 목소리가 뒤따랐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건설투자 낙폭을 0.7%에서 1.2%로 대폭 확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건설업체의 자금조달 여건 악화, 부동산경기 둔화를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 KDI의 설명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건설업 대책으로 SOC 투자 등 재정정책을 쓸 수는 있겠지만 그러려면 또 추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건설업 부진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미중 무역전쟁·관세전쟁·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건설업 부진의 이유인데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것들”이라고 진단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