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탄핵’ 위헌·위법의 중대성 최대 관심
헌재, 25일 11차 변론 윤 대통령 최후 진술로 종결
‘국회 군투입·체포조·계엄 국무회의’ 위헌·위법 쟁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에서는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의 중대성을 놓고 국회측과 윤대통령측이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특히 국회 군 투입과 정치인 체포, 계엄 국무회의의 절차적·형식적 흠결 여부에 대한 공방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측은 ‘12.3 비상계엄’ 관련 주요 쟁점에 대해 헌법과 법률 위반이며, 위반의 중대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이며, 윤 대통령측은 당시 대한민국의 상황을 들며 계엄의 정당성을 재차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재판소는 25일 오후 2시부터 윤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인 11차 변론기일을 연다.
이날 변론에서는 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피청구인 윤 대통령의 최종 의견 진술이 시간제한 없이 허용된다. 다만 변론이 오후에 시작되는 점을 고려할 때 진술이 무한정 길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종 진술에 앞서 양측의 종합 변론이 2시간씩 진행된다.
국회측은 이번 탄핵심판과 파면 선고가 대한민국에 갖게 될 의미를 강조하며 윤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반이 중대하다고 말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측은 비상계엄 당시 대한민국이 야권의 반복된 탄핵과 예산 삭감으로 ‘국가 비상사태’에 준했다며 계엄의 정당성을 재차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는 지난달 23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6명의 증인을 불러 17차례 증언을 들었다.
증인 신문에서 최대 관심사는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 △국회 등 계엄군 투입 △‘정치인 체포조’ 관련 사항 등이었다. 헌법재판관들도 이들 쟁점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다.
◆계엄 선포의 절차적 적법성 결여 쟁점 = 먼저 ‘계엄 선포의 절차적 적법성’의 결여다.
법적으로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
국회측은 당시 국무회의가 5분가량 열렸을 뿐 회의록·안건도 없어 제대로 된 국무회의가 아니었고 국무위원의 부서나 국회 통고 절차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윤 대통령측은 국무회의에서 실질적 심의가 이뤄졌고 회의록 작성은 사후·부수적인 문제라는 입장이다. 국회 통고를 비롯해 일부 절차 미비가 있더라도 중대한 위법은 아니라는 취지다.
재판관들은 국무위원들에게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 약 5분간 열린 국무회의에 관해 자세히 물었다.
정형식 재판관은 김 전 장관에게 당시 비상계엄에 관한 구체적 내용과 실체적 요건 충족 여부를 심의했는지 물었다.
김형두 재판관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시 회의를 통상적 국무회의로 볼 수 있었는지에 관해 생각을 말해달라고 했다.
한 총리는 “통상의 국무회의가 아니었고 형식적·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점을 시인한 바 있다.
◆국회 활동 방해 쟁점 = 최대 쟁점은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막기 위해 국회를 봉쇄하고 의원들을 끌어내려 시도했는지, 정치인 체포를 지시했는지다. 둘 중 하나라도 사실로 인정되면 국회의 활동을 방해한 것으로 ‘평화적·단시간 계엄’이었다는 주장의 설득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회측은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막으려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윤 대통령으로부터 “아직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전화로 지시받았다는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증언 등을 핵심 증거로 든다. 나머지 사령관과 조지호 경찰청장도 수사기관에서 유사한 취지로 진술했고 이들의 조서는 증거로 채택됐다.
윤 대통령측은 곽 전 사령관에 대한 ‘회유 의혹’을 제기하며 반박했다. 국회 계엄군 투입은 질서 유지 목적이었기에 의원들은 들여보냈으며, 빼내라고 한 것은 의원이 아닌 요원(군인)들이었다는 논리를 폈다. 수사기관 진술은 증거로 쓸 수 없으며 군인들이 두려움에 과장하는 등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치인과 법조인 등 ‘체포 대상자 명단’이 있었다는 의혹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계엄 당시 적었다고 주장하는 메모를 근거로 폭로하면서 촉발됐다.
윤 대통령측은 홍 전 차장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고 메모의 신빙성도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포고령 위반 우려가 있는 이들에 대한 동향 파악, 위치 확인 수준에 불과했으며 이마저도 김 전 장관과 여인형 전 국군 방첩사령관이 독단적으로 한 일이고, 윤 대통령은 간첩들을 ‘잡아들이라’고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회는 체포 대상자 명단이 실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홍 전 차장의 진술을 믿을 수 있고, 김 전 장관도 ‘동정 확인’을 위해 주요 정치인 명단을 방첩사에 알려줬다는 사실은 시인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정 재판관 질문에 “동정을 확인하다 위반 우려가 있으면 사전에 예방 차원에서 차단해야 하고, 그런데도 계속하면 그건 필요하면 체포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겠느냐”고 답하기도 했다.
◆계엄 선포한 목적도 쟁점 = 계엄을 선포한 목적이 무엇인지도 쟁점이다.
윤 대통령측은 처음부터 야당에 경고하거나 국민에 호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반나절이면 끝나도록 계획했기 때문에 포고령 내용은 실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미리 병력을 이동시키지 않았고 국회에 소수 병력만 투입했으며 무력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반면 국회측은 ‘경고성’이라는 말은 계엄이 실패하자 사후적으로 갖다 붙였을 뿐, 윤 대통령이 장기간 지속되는 ‘독재정’을 실현하려던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계엄 선포 당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비상입법기구 창설’ 관련 문건을 건넨 게 그 증거라는 것이다.
계엄의 목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포고령 1호에 관한 견해도 달라진다. 포고령에는 국회와 정당 활동 등 일체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언론을 통제하며 미복귀 전공의를 처단한다는 내용이 적혔다.
국회측은 포고령 1호의 실체가 있다는 입장이며 특히 ‘정치활동 금지’의 위헌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헌법과 계엄법 어디에도 행정·사법이 아닌 입법권을 관할할 수 있다는 근거가 없고 국회만이 유일하게 계엄 해제권을 가졌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포고령을 김 전 국방장관이 작성해 가져왔고, 일부 위법성은 알았지만 집행 가능성이 없는 형식적인 것에 불과해 놔뒀다는 입장이다. 정치활동 금지 부분은 김 전 장관이 국회해산권이 있던 1980년대 계엄령을 잘못 베낀 것이라고 했다.
◆선관위 군 투입과 압수수색도 쟁점 =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에 군 병력이 투입된 점 또한 쟁점이다.
윤 대통령측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 선관위의 보안 시스템 등이 정상 작동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국회측은 부정선거 의혹 자체가 허황한 음모론이라고 일축한다.
재판관들도 중앙선관위 압수수색에 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정 재판관과 김 재판관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선관위에 군대를 보낸 게 맞는지, 김 전 장관으로부터 부정선거 의혹을 밝혀내야 한다는 지시를 받은 적 있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증인 신문 과정에 발언 기회를 얻어 자신이 직접 선관위에 군대를 보내라고 지시했다고 인정했다.
한편 헌재는 이날 변론 종결하면 재판관 평의를 통해 탄핵 여부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평결을 통해 결론을 도출한 뒤 결정문 작성에 들어간다.
법조계에서는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와 유사하게 변론 종결 약 2주 뒤를 전후해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