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정부 공무원 해고, 경제에 어떤 영향 미칠까
지역경제엔 다소 타격 예상
경제전반엔 별 영향 없을 듯
트럼프정부의 잇따른 연방공무원 해고가 미국정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일자리 감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경제학자들은 특히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4일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트럼프정부는 이달 중순 연방기관들에 ‘수습직원’을 해고하라고 지시했다. 수습은 1~2년 정도 근무한 비교적 최근에 채용된 직원이다. 아직 완전한 일자리 보호를 받지 못한다. 미국 인사관리국 최신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1년 미만 재직기간의 연방공무원은 약 22만명에 달한다.
트럼프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7만5000명 이상의 연방공무원이 ‘퇴직 제안(buyout)’을 수락했다. 사직에 동의한 공무원들은 오는 9월까지 급여를 지급받는다.
리트홀츠자산운용의 수석 시장전략가인 캘리 콕스는 “이 두 범주의 총 인원은 약 30만명에 달한다.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일자리 감축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여기엔 미국국제개발처(USAID)에서 일하는 계약직 직원 등 잠재적 해고대상인 사람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UC버클리대 공공정책·경제학 교수인 제시 로스스타인은 “지난해 승진한 공무원들도 실제로는 새로운 직책에서 수습기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해고 실직위험에 처했다”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국세청 국립공원관리청 소비자금융보호국 농무부 교육부 에너지부 보건사회부 국토안보부 재향군인회 등 정부기관 전반에 걸쳐 감원이 이뤄지고 있다.
콕스 전략가는 “미국경제를 움직이는 것이 사람이라는 사실을 조만간 뼈저리게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감원 규모는 ‘아직’
경제학자들은 최종 감원규모가 30만명에 달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했다. 해고통지를 받은 수습공무원 일부는 사직제안을 받아들였을 수 있기 때문에 수치가 중복될 수 있다. 또 트럼프정부는 해고된 공무원들을 다시 고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투자은행 ‘파이퍼샌들러’는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자발적 사직을 제외하면 2만6000명 이상의 연방공무원이 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리먼브라더스가 붕괴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직원 수와 거의 같다.
하지만 캐피털이코노믹스의 경제학자 토마스 라이언은 이미 10만~20만명의 연방직원이 해고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추정이 맞다면 1993년 IBM의 6만명 정리해고를 손쉽게 능가하는 수치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정리해고다. 다른 주목할 만한 기업 구조조정에는 2008년과 1993년 각각 씨티그룹과 시어스&로벅이 약 5만개의 일자리를 감축한 사례가 있다.
윌리엄 업존 고용연구소 수석 경제학자 수잔 하우즈먼은 “대체인력 없이 20만명 이상의 수습공무원이 모두 해고된다면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무원 해고 규모는 전례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고용컨설팅기업 ‘챌린저 그레이&크리스마스’에 따르면, 오바마정부는 2011년 9월 아프가니스탄·이라크에서 군대를 철수하면서 약 5만개의 일자리를 없앴다. 미 공군은 2005년 4만명의 군인을 감축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1995~2003년 연방정부는 매년 약 9000~2만3000명에 이르는 공무원들을 정리해고했다.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현재 연방정부의 일자리 삭감이 아직 역사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그 방향으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공무원 일자리 감축의 구체적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백악관 대변인 안나 켈리는 성명서를 통해 “트럼프정부는 지출 낭비를 없애고 연방기관 효율성을 높이라는 국민의 명령을 이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핵심업무에 필요하지 않은 수습직원을 해고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워싱턴 D.C 등 행정도시에 영향
실직은 각 가정에 고통을 준다. 새로운 일자리를 시급히 찾지 못하는 이들은 정기적인 수입 없이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실업수당이 주어지지만 평균적으로 이전 임금의 약 1/3 수준에 그친다.
코넬대 선임 경제자문이자 전 미국 노동통계국 위원인 에리카 그로셴은 “해고된 근로자, 그 가족, 그리고 그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기업들에 경제적 영향이 미친다”고 말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 경제학자 어니 테데스키는 “해고의 경제적 결과는 연방정부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기업에 이르기까지 지역경제 전반에 걸쳐 도미노 효과를 일으킨다”며 “지역 커피숍, 식당, 보육시설 같은 사업체의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해고에는 심리적 요인도 있다. 자신의 일자리를 걱정하는 다른 연방공무원들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연방정부 또는 연방공무원과 관련된 기업은 불확실성으로 고용과 투자를 중단할 수 있다.
무디스 경제학자 애덤 카민스와 저스틴 베글리는 최근 투자자 메모에 “워싱턴 D.C 실업률이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해 이 지역을 경미한 경기침체로 몰아넣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썼다.
이들은 “향후 수년 내 약 10만개의 연방정부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워싱턴에서 타 지역으로 이전될 것”이라며 “구직자가 늘어나지만 민간부문이 이들을 흡수하는 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 D.C만큼은 아니겠지만 연방기관이 많이 몰려 있는 메릴랜드와 버지니아 주경제도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이로 예상됐다.
파이퍼샌들러 은행에 따르면 2월 초순 워싱턴 D.C에 접수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전주 대비 36% 증가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공무원 감축이 미국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바이든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수석경제학자를 지낸 테데스키 교수는 “약 20만명의 수습공무원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면 미국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약 0.1%가 줄어들 것”이라며 “이것만으로는 경기침체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라이언은 “지난해 미국 노동시장에서 150만개 일자리가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방정부 정리해고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다”며 “경제가 완전고용 상태에 가깝기 때문에 실직한 대부분의 연방공무원들이 재고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