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중도 쟁탈전’ 왜 밀릴까 …“야 우클릭? 여 우편향 때문”

2025-02-25 13:00:08 게재

중도층서 민주당 42%, 국민의힘 22% … 격차 커져

당 지도부·친윤, 이재명 ‘확장 전략’ 공격에만 몰두

“야, 중원 진격하는데 우린 오른쪽 끝에서 바글바글”

5월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대선 승패가 걸렸다는 ‘중도 쟁탈전’에서 국민의힘이 밀리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친윤(윤석열)은 민주당의 우클릭 여파로 보고,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우파 사칭”이라고 공세를 퍼붓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우편향되면서 중도를 비운 탓”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이 강성보수층과 손잡고 윤 대통령 탄핵 반대에 매달리면서 스스로 중도층과 멀어졌다는 것이다.

25일 한국갤럽 정당 지지율 조사(2월 3주)에 따르면 민주당 40%, 국민의힘 34%로 집계됐다. 오차범위 내에서 민주당이 앞선 것.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실시된 12월 3주 조사에서는 민주당 48%, 국민의힘 24%로 격차가 두 배까지 벌어졌지만, 이후 보수층이 결집하면서 올해 2월 2주 조사에서는 민주당 38%, 국민의힘 39%로 박빙을 이뤘다. 하지만 중도층이 민주당쪽으로 쏠리면서 2월 3주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6%p 앞서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2월 3주 조사에서 중도층은 민주당 42%, 국민의힘 22%를 선택했다.

중도층은 왜 민주당쪽으로 쏠리는 걸까.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8일 유튜브 ‘새날’에 출연해 “우리(민주당)는 진보가 아니라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최근 흑묘백묘론·실용주의·탈이념을 강조하면서 중도 표심에 구애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친윤은 이 대표의 ‘확장 전략’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중도층 이탈을 막으려는 모습이다. 이 대표가 내민 ‘확장 전략’의 효과를 의식하는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이재명표 민주당은 근본적으로 반기업·반시장·반자유 좌파정당”이라며 “이재명표 우클릭은 언제나 말잔치에 불과하지만, 좌파정책은 언제나 입법이나 실천으로 뒷받침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우클릭을 ‘말잔치’로 폄하한 것이다.

연금개혁 청년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손영광 연금개혁청년행동 공동대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주재로 열린 연금개혁 청년간담회에서 손영광 연금개혁청년행동 공동대표(오른쪽 두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김은혜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국민들에게 절실한 상속세법 개정을 작년 내내 반대하더니 이 대표는 이제 와선 ‘상속세 완화해 준다’ 호객행위를 한다”며 “당 대표는 ‘우파 사칭’, 당은 ‘좌파 본색’”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의 ‘확장 전략’을 ‘우파 사칭’으로 깎아내린 것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중도 쟁탈전’에서 밀리는 건 이 대표 때문이 아니라 여당 스스로의 탓이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유승민 전 의원은 2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이 대표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중원으로 말을 타고 진격해오면 우리가 나와 맨몸으로라도 싸워서 중원을 지켜야 하는데, 우리는 오른쪽 끝에 가서 바글바글 모여 광화문·여의도집회에 나갔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강성보수와 손잡고 윤 대통령 탄핵 반대에 정신이 팔린 사이 야당이 중도(중원)를 차지했다는 해석이다.

친한(한동훈)으로 꼽히는 신지호 전 의원은 24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쌍권(권영세·권성동)이 쌍전(전광훈·전한길)에 의해서 오른쪽 가장자리로 이동을 해버리니 이재명 대표 보니까, 여기 비었네? 왼쪽은 교통정리 끝났는데 이쪽까지도 한 번 해볼 수 있겠네 하면서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전 의원 역시 국민의힘의 우편향을 ‘중도 쟁탈전’ 패인으로 꼽은 셈이다.

여당 지도부와 친윤은 여전히 ‘여당 자책골’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반탄파(탄핵 반대)를 고수하면서 보수층 결집에만 매달리는 모습이다.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은) 목사님과 극우 유튜버가 하는 집회에 나가고 이런 모습을 국민한테 두 달 넘게 보였다. 굉장히 위험한 거라고 본다. 만약 탄핵이 인용되면 우리 당한테는 굉장히 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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