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김승한 서울대 치의학과 입학 예정

2025-02-26 09:59:23 게재

구강 건강부터 얼굴 재건까지 알수록 새로운 치의학의 세계

고등학교에서 내내 치의학을 파고들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고1 명사 강연에서 최태성 강사의 “꿈은 명사가 아닌 동사로 꾸라”는 말을 듣고 진로 찾기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걸 찾아보기로 마음먹었고, 학교의 다양한 수업·프로그램에 성실히 참여하면서 입을 넘어 얼굴·전신과도 관련 깊은 치의학에 눈길이 갔을 뿐이다. 치의학과 관련 있는 보통 과목 위주로 이수하고, 칫솔모 같은 일상 속 소재 혹은 실험 실패 원인을 돌아보는 탐구 활동에 집중했다. 화려하진 않아도 기본에 충실했던 승한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승한 | 서울대 치의학과 입학 예정 (경기 한민고)

김승한 | 서울대 치의학과 입학 예정 (경기 한민고)

사진 배지은

‘구강악안면외과’를 향하다

승한씨의 모교인 한민고는 경기 지역 비평준화 일반고이지만, 모집 정원의 70%는 전국 군자녀로 모집한다. 서울에 거주했던 승한씨는 중1 때 한민고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줄곧 입학을 꿈꿨다. 기숙학교로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 다양하다는 점에 끌렸다. 실제 입학 후 학교의 교육 방식은 마땅한 진로가 없었던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됐다.

“정규 수업 전후에 독서·체육 활동은 물론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요. 수업에서도 깊이 있는 탐구 활동이 이뤄지고요. 그 과정에서 제가 인체 시스템과 세균에 특히 흥미를 느낀다는 사실을 발견했죠. 독서 시간에 얻은 지식이나 발상을 탐구 활동에 활용하며 많은 자료를 접했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눈길이 갔거든요.”

어떤 요인이 생체 반응을 일으키는 최소치를 뜻하는 역치 개념을 이용해 <수학>에서 근육 세포가 받는 반응의 세기를 가우스 함수의 형태로 나타내거나, <영어> 수업에서 인간의 적목현상을 다룬 지문을 보고 야행성 동물은 어떨지 짚어보는 스스로가 신기했다. 자연스럽게 생명 현상 쪽 진로·전공 자료를 뒤져보다 치의학이 눈에 띄었다. 명확한 걸 좋아하고, 섬세한 작업에 흥미 있는 자신에게 잘 맞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던 중 <치과의사가 하는 치과 이야기>를 읽고 치의학의 세계에 눈떴다. 고2 때 다큐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얼굴에 손상을 입은 환자를 치료하는 구강악안면외과의 존재를 알게 됐고 마음을 굳혔다.

“치의학에서 안면 수술을 한다는 게 충격이었어요. 치과는 충치 치료나 교정으로 청소년에게 가깝지만, 오해가 많기도 해요. 분야가 넓은데 잘 모르거든요. 학문·진로적 관점보다 경제성부터 평가하기도 하고요. 그런 이들에게 치의학의 세계를 알려주고 싶어졌어요. 구강뿐 아니라 전신의 질병 메커니즘까지 살폈고 세균, 근골, 세포, 조직 등 생화학 생리학 면역학에 꾸준히 관심을 가졌죠.”

줄기세포→단일세포 시퀀싱→골다공증

과목-과목 연결한 ‘접붙이기’ 탐구

지망 분야가 명확했던 만큼, <물리학Ⅰ> <화학Ⅰ·Ⅱ> <생명과학Ⅰ·Ⅱ> <기하> <미적분> <확률과 통계> 등 수학·과학 과목을 집중 이수했다. 의학 계열을 지망하기에 성적 부담이 컸다. 학업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동기를 부여할 방법을 찾으면서 과목과 과목 간 연관성을 잇는 ‘접붙이기’ 형태의 학습·활동을 시도하게 됐다고.

“상당한 학습량을 소화하면서 수행평가를 비롯해 다양한 활동도 해야 해서 시간이 정말 부족했어요.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 배운 개념이나 궁금증을 다른 과목에서 이어볼 수 있더라고요. <생명과학Ⅱ>에서 줄기세포로 신체 조직을 재건할 수 있음을 알고, <화학Ⅱ>에서는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주(잇몸)조직 재건’ 가능성을 탐구했어요. 이어 고3 <영어Ⅱ>에서 영어 기사를 읽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활동에서는 치주조직의 단백질·뼈 재생 연구를 다룬 기사를 찾아보고 ‘단일세포 RNA 시퀀싱’이 핵심 기술임을 찾았고요. 같은 기술을 활용해 줄기세포로 치주인대를 구성하는 백악모세포를 만든 연구 사례를 찾아보고, 치과 치료에 접목할 부분을 정리해 발표했죠. 이 과정에서 치아 뿌리의 끝을 둘러싼 뼈의 외부 두께를 관찰해 골다공증 위험도를 평가하는 연구를 발견했고, 구강과 전신 건강의 관계성을 드러내며 치과의사의 폭넓은 영역을 알릴 수 있겠다 싶어 학급 자율 주제 탐구 시간에 주제로 삼았어요. 억지로 모든 교과에 흥미 분야를 연결하진 않았어요. 진로 관련 주제가 아니라 흥미로운 개념이나 키워드를 중심으로 연결했고요. 덕분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면서, 깊이를 더할 수 있어 좋았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활동으론 <과학과제연구>에서 한 칫솔모 실험을 꼽았다. 일반 칫솔과 미세모 칫솔, 돔형모 칫솔 등 세 형태의 칫솔과 입속에 남은 치태를 빨갛게 염색하는 시료를 준비해 칫솔모의 형태에 따른 치석·치태 제거 효과를 비교했다. 매일 다른 칫솔모로 점심 식사 10분 후에 양치질한 자신의 치아 상태를 찍었다. 칫솔질 횟수도 10회, 20회, 30회로 차이를 뒀다. 9일에 걸친 실험 후에 돔형모 칫솔이 치태 제거 효과가 가장 우수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신박한 주제나 대단한 기기를 사용한 실험은 아니었지만, 치의학에 관심 있는 저이기에 할 수 있었던 실험이라 기억에 남아요. 무엇보다 진행 과정에서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움과 진로에 대한 생각을 한 번 더 정리할 수 있었어요. 사실 치약의 향균성을 비교하려고 디스크 확산법을 시도했는데 대장균 배균이 안 돼 실험 결과 자체를 얻을 수 없었어요. 실패 원인을 찾으려 고군분투하며 문제가 된 변인을 찾아냈어요. 스트레스가 컸지만 원인을 알아냈다는 희열이 느껴졌고 다음엔 성공적인 실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숱한 실패에도 거듭 도전해야 하는 의학이 제 적성에 맞는다는 걸 알았고요. 실제 다른 교과와 창·체에서 실패의 원인과 대안을 제시한 탐구 활동을 했죠.”

나를 알아볼 대학 만날 기회 누리길

3년간 치열하게 고민하며 학교생활에 최선을 다했기에 종합전형을 주력 전형으로 삼았다. 다중 미니 면접(MMI)과 학생부 면접을 병행하는 서울대에선 칫솔모 실험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학생부 면접에선 심화 과목이나 복잡한 주제의 실험·탐구 활동에 대한 질문이 따로 없었어요. 그럴듯한 활동보다 학생 수준에서 진정성 있게 접근한 활동을 대학에서 관심 있게 본다는 생각이 들었죠. 면접 준비는 담임 선생님께서 큰 도움을 주셨어요. 저를 가장 잘 아는 분이 방향을 잡아주신 덕분에 면접을 수월하게 치렀어요.”

치의예과가 많지 않아 한 곳의 의예과와 5곳의 수도권 치의예과에 지원했다. 교과 성적이 1등급 중후반대라 서울 소재 치의예과의 합격선에 다소 못 미쳐 주변의 우려도 있었지만, 일반전형으로 지원한 서울대 치의예과에 최초 합격했다.

“반전을 노려볼 수 있는 전형이 종합전형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저만해도 합격선이나 선호도가 제일 높은 서울대는 최초 합격했지만 그 외 대학은 탈락과 추가 합격을 오갔어요. 학교마다 인재상이나 전형 방법이 달라서였겠지만, 아마 교과 성적의 영향이 있었을 거예요. 그런 면에서 후배들이 수시를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해요. 성적이 살짝 아쉬워도 최선을 다하면 나를 알아봐주는 대학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학교 시험 결과에 실망해 학교생활을 놓으면 수도권 대학에서 비중이 큰 교과·종합전형을 지원하기 어려워져요. 정시에선 재수생에게 밀리고요. 무엇보다 ‘무엇을 어떻게’ 공부하고 활동할지 고민하며 스스로 성장할 수 있어요. 당장의 실망감에 미래의 기회를 잃지 않길 바라요.”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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