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재정지출 10년 만에 3배 증가…22조원 웃돌아

2025-02-26 13:00:22 게재

노인인구 계속 증가, 장기적 재정부담 감당 못해

2014년 6조8천억에서 2023년 22조6천억 ‘껑충’

노년층 70% 일괄지급→취약층 집중·대상 줄여야

KDI 보고서 … “노인 대상 연금 통합관리 검토”

기초노령연금 수급 대상을 노년층 70%에 일괄 지급하는 대신 기준중위소득보다 소득이 낮은 노인들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 제안이 나왔다. 현행 기초노령연금 재정지출 부담을 낮추고 노인빈곤을 실제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다. 26일 KDI(한국개발연구원) ‘기초연금 선정방식 개편 방향’ 보고서의 결론이다.

보고서는 기초연금 수급자 선정방식에 대해 “노인 중 소득인정액이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인 경우로 설정하되, 점진적으로 50% 이하 수준으로 조정해 연금 수급 대상을 사회 전체 기준에서 상대적으로 빈곤한 노인들로 점차 좁혀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2023년 22조 넘게 재정지출 = 2008년 도입된 현행 기초연금 제도는 소득인정액 하위 70% 이하 노인(65세 이상 인구)을 대상으로 지급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제도 도입 당시와 달리 비교적 개선된 노인들의 경제적 상황을 제도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 도입 당시만 해도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중 가장 노인빈곤율(44.1%)이 높았다. 또 노인의 절반 가량이 전체 중위소득의 50%에도 못 미쳐 거의 모든 노인이 기초연금에 노후를 기대야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노인의 소득과 자산 수준이 높아지면서, 연금 수급자 중 취약계층이 아닌 노인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기준액은 2015년 우리나라 전체 가구 소득의 중윗값인 기준중위소득 대비 절반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기준중위소득 대비 93%에 달한다.

여기에 급속한 고령화로 기초연금 수급자 수가 늘어나는 점도 문제다. 기초연금 수급자는 2015년 200만명에서 2023년 650만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월 기준연금액도 2014년 20만원에서 2023년 32만3000원으로 1.6배 인상됐다. 이에 따라 기초연금 지출규모는 2014년 6조8000억원(GDP 대비 0.5%)에서 2023년 22조6000억원(GDP 대비 1%)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시행 중인 복지사업 중 가장 많은 돈이 쓰이고 있다.

보고서는 “향후 노인의 규모가 2024년 993만명에서 2050년 190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초연금의 재정지출 역시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라며 “고령층의 빈곤 상황에 맞춰 기초연금 수급자 선정방식을 개편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노인규모 2050년에는 1900만명대 = 보고서는 특히 노인 중에서도 30년대생, 40년대생의 빈곤율이 높고, 50년대생의 빈곤율은 낮아 비교적 젊은 최근 출생 세대일수록 빈곤 문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1950년대 이전 출생자들이 노년빈곤층의 다수인 가운데, 국민연금 수급률이 높아 비교적 덜 빈곤하고 인구 규모도 큰 60년대, 70년대생이 노년층에 진입하면 노인빈곤율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실제 소득·자산이 기본공제액보다 낮아 소득인정액이 0원으로 산정되는 이들의 세대별 비율을 보면 위와 같은 세대별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날 뿐 아니라, 고령층에 진입하고 있는 50년대생에서는 이러한 ‘저소득-저자산’ 고령층의 비중이 10% 이하로 떨어진다. 이에 따라 전체 노인빈곤율도 2050년에는 30%대, 2070년에는 20% 초반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기초연금 수급자 선정방식을 노인의 70%로 설정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전체 가구 중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노인으로 설정하는 방식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재정지출 증가 속도를 낮출 수 있으며, 절감한 재정지출을 활용하여 빈곤한 노인을 대상으로 급여액을 높인다면 빈곤 개선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실적 대안 모색해야 = 보고서는 ①선정방식은 그대로 유지하되, 기준연금액을 2025년의 월 34만3000원에 고정한 채 물가상승률에 연동하는 방안 ②기준연금액을 유지하되 ‘노인 중 소득인정액이 사회 전반의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인 자’로 조정하는 방안 ③2안과 같이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에서 선정하되, 매년 단계적으로 비율을 줄여 2070년에는 기준중위소득 50% 이하로 조정하는 방안 등 3개 방안을 놓고 분석했다.

2안의 경우 수급 대상 규모가 2070년까지 전체 노인의 70% 수준에서 57%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서는 추산했다. 3안은 전체 노인의 70%에서 37%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재정지출도 더 빠르게 감축할 수 있다.

1안의 경우 기초연금 지출액 규모가 2025년 27조원(GDP 대비 1.09%)에서 2050년 46조원(GDP 대비 1.48%)으로 증가한 후, 인구 감소 등으로 소폭 감소하며 2070년에는 43조원(GDP 대비 1.33%)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2안은 현재가치 기준 연평균 4조2500억원이 절감돼 2070년 지출규모가 35조원(GDP 대비 1.08%)으로 현행 대비 약 19% 감소한다. 3안은 재정지출이 더 크게 줄어 연평균 9조5600억원이 절감돼 2070년 지출 규모가 23조원(GDP 대비 0.71%)으로 현행 대비 약 47% 감소할 전망이다.

또 2025년부터 2070년까지의 재정지출을 모두 합산한 총 누적 재정지출을 현재가치로 보면 1안은 2070년까지 누적 재정지출이 1905조원에 달한다. 2안의 누적 재정지출은 약 1710조원으로 현행 대비 약 195조원(약 10%)을, 3안은 1465조원을 지출해 현행 대비 440조원(약 23%)을 절감할 수 있다.

◆소득 따라 연금액 차등지급 = 연구진은 이처럼 기초연금 수급범위를 좁히는 대신 각 노인이 받는 기준급여액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기준연금액에 물가상승률(2%)을 적용하면 2026년에 예정된 기준연금액은 35만원이지만, 2안을 채택하면 추가 재정지출 없이 38만7000원으로, 3안의 경우 44만7000원으로 인상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연구진은 3안을 채택해 기초연금 수급자 선정방식을 노인 중 소득인정액이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인 경우로 설정하되, 점진적으로 50% 이하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소득인정액에 따라서 급여액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을 도입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노인 빈곤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초연금 급여 없이도 생활이 가능한 노인의 비율을 확대해야 하며, 특히 근로소득과 국민·사적 연금을 통해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계층을 늘려야 한다”면서 노인 친화적인 노동환경을 조성하고 다층연금체계를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장기적 과제로는 “노인을 대상으로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합하여 노인 범주형 최저소득보장제도를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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