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재무회의 참석한 기재차관 … “한국, 12월 충격서 회복중”
미국 등 대리 참석한 G20 재무장관회의
공동성명 채택 못하고 의장요약만 발표
“WTO에 기반한 다자무역시스템 지지”
“보호무역주의에 저항, 다자협력 강화”
한국도 최상목 대신 김범석 1차관 참석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한 각국의 재무장관들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에 맞서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하는 ‘다자간 무역체제’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보호무역주의’에 저항하겠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다만 공동성명 채택은 불발됐다. 한편 김범석 기재1차관이 참석한 한국은 “12월 사태에서 빠르게 회복 중”이라며 국제사회에 한국경제 상황을 전했다.

◆주요국 재무장관 불참 =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가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회했다. 올해 G20 의장국인 남아공은 회의를 마치며 보호무역주의에 저항한다는 내용을 담은 의장요약을 발표했다.
이번 회의에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 중국, 인도 등 주요 회원국 재무장관이 다수 불참했다. 한국에서도 김범석 기재부 1차관과 권민수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대신 참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인도, 멕시 코 등 주요 경제권의 장관들이 화의에 불참하고 대신 대리인을 파견한 이후 3일간의 회의는 난항에 빠졌다”고 전했다.
남아공은 의장요약에서 “WTO를 핵심으로 하는 규칙에 기반하고 비차별적이며 공정하고 개방·포용적이고, 공평하고 지속 가능하고 투명한 다자무역 시스템을 지지한다”며 “보호무역주의에 저항하겠다는 약속을 거듭 강조한다”고 밝혔다. 또 “세계 경제에 대한 기존의 위험과 새로운 위험에 대처하고 금융 안정성을 보호하며 강력한 일자리 창출을 더욱 촉진하기 위해 다자간 협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회원국들은 올해 G20 주제인 ‘연대, 평등, 지속가능성’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의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기후 정책이 화두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파리협정에서 미국을 탈퇴시켰다. 국익을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취임 후 중국에 추가 10% 관세를 물린데 이어 멕시코, 캐나다, EU에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G20 회의에 참석한 유럽의 한 관리는 FT에 트럼프의 위협을 두고 유럽 재무장관들과 미국 관리들 사이에 거친 말이 오갔다며 “여러 면에서 미국은 혼자였다. 유럽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세계에 나쁘다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는 G20이 올해 말 G0의장국을 맡게 될 트럼프 행정부와 충동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은 WTO에서 탈퇴하진 않았지만, 미국이 관여하고 있는 모든 다자기구에 대한 탈퇴를 검토 중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회의에 불참하며 이 주제를 ‘반미주의’라고 비판했다.
◆김범석 “한국 경제, 빠르게 시장신뢰 회복중” =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겸 대통령 권한대행) 대신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이 참석했다. 최 대행은 막판까지 참석을 고민했지만 국내일정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미국 등 주요국 재무장관들이 불참한다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경제의 핵심 리스크 요인과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한 세션1에서 김 차관은 “세계가 보호무역 확산과 기후변화, 기술전환 등 구조적 도전과제에 대응해 경제의 건전성과 역동성을 높이는 근본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기재부는 전했다. 김 차관은 특히 “한국이 재정건전성 제고, 부동산·금융부문 리스크 관리, 시장 주도의 경제성장 원칙 견지 등을 토대로 작년 12월(12.3 계엄사태)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음”을 언급하면서 “각 국이 신뢰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펀더멘털의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 또 경제의 역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과감한 구조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은 경제 운용의 틀을 민간 중심으로 전환하여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미래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4대 분야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의 근본적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세션2(국제금융체제)에서 김 차관은 회복력 있는 국제금융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MDB 개혁, 부채 취약성 해소, 금융 안정성 확보 등 핵심 과제에 대한 회원국들의 관심을 요청했다. 특히 개도국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채무재조정과 유동성 지원을 넘어 근본적 취약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함을 강조하며, 각 국의 부채관리 역량 강화, 구조개혁 촉진을 위한 G20 차원의 정책 지원과 기술협력의 확대를 촉구했다.
◆“다자간 협력·합의 필수적” = 이어 김 차관은 국제조세협력에 대한 세션4에서 의장국이 제시한 △디지털세 이행 △개도국의 국내재원동원 △조세 불평등에 대한 논의에 지지를 표명했다.
김 차관은 세계경제가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더욱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화에 대응하는 국제조세체계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고, 여러 국가 간 조세를 조율하는 국제조세체계의 특성상 G20 차원의 다자간 협력과 합의가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한편 김 차관은 캐나다, 독일 등 주요국 인사와 WB(세계은행) 등 주요기관과 양자면담도 했다. 지난 26일 김 차관은 캐나다의 패트릭 핼리 국제금융 차관보를 만나 이차전지 등 핵심분야에서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어 OECD 마티아스 콜만 사무총장과 만나 경주에서 열리는 2025년 APEC 정상회의에 대한 지원 의사를 확인했다. 김 차관은 WB 아제이 방가 총재 등과도 면담을 갖고 협력을 당부했다.
이어 27일에는 독일의 하이코 톰즈 재무부 국무차관을 만나, 양국 경제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