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사태·긴 설 연휴에 1월부터 생산·소비·투자 동반감소

2025-03-04 13:00:17 게재

생산 4년11개월·설비투자 4년3개월 만에 최대 폭 감소

향후 ‘트럼프 리스크’까지 반영 … 추락하는 경제성적표

동행지수순환변동치 0.4p↓ … 선행지수순환변동치 0.3p↓

지난 1월 생산은 2.7%, 소매판매는 0.6%, 투자는 14.2% 감소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2개월 만의 ‘트리플 감소’다. 광공업 생산이 2% 넘게 감소한 가운데 설비투자는 14% 이상 급감했다.

내란사태 후유증에 내수가 얼어붙은 데다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긴 설 연휴에 조업일수가 줄어든 탓이다. 소비 역시 ‘임시공휴일 효과’에도 반등에 실패했다. 2월부터는 ‘트럼프 불확실성’까지 경기지표에 차츰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로선 어느 해보다 ‘힘든 2025년’이 예고된 셈이다.

◆제조업·광업 모두 감소 = 통계청이 4일 발표한 ‘2025년 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1월 전(全)산업 생산지수(농림어업 제외)는 111.2(2020=100)로, 전월 대비 2.7% 감소했다. 전산업 생산은 지난 2020년 2월(-2.9%) 이후 4년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세부적으로 광공업은 전기·가스업(+1.6%)에서 늘었으나, 광업(-2.6%) 및 제조업(-2.4%)에서 줄어 전월 대비 2.3%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정보통신(+4.7%) 등에서 늘었지만, 도소매(-4.0%), 운수·창고(-3.8%) 등에서 줄어 0.8% 감소했다.

제조업 출하와 재고는 각각 6.2%, 0.3% 감소했다. 이 가운데 제조업 출하는 2023년 1월(-9.1%) 이후 2년 만에 최대 폭으로 줄었다.

재고율을 의미하는 ‘재고/출하’ 비율은 110.1%로 6.5%p 상승했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0.9% 줄어든 반면 제조업 가동률지수는 0.8% 늘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3.8%로 0.5%p 올랐다.

◆임시공휴일까지 지정했지만 = 1월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01.2(2020=100)로 전월 대비 0.6% 감소했다.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1.1%) 판매가 늘었으나, 의복 등 준내구재(-2.6%)와 화장품 등 비내구재(-0.5%)에서 모두 판매가 줄었기 때문이다. 업태별로 보면 면세점(-41.0%)과 무점포소매(-4.2%)에서 판매가 크게 줄었고, 대형마트(16.4%)와 전문소매점(3.0%) 등에서는 증가했다. 정부는 지난 1월 소비 진작을 위해 임시공휴일까지 지정했지만, 내수 진작 효과는 눈에 띄지 않았다.

통계청은 “공휴일이 늘어나면 조업일수 감소로 생산 등은 전년동월 대비 감소할 수 있고, 소비는 늘어날 수도 있지만 줄어들 수도 있다”며 “다만 전년 동월 대비로 보면 13개월째 감소하던 소매판매가 보합세로는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1월 설비투자(계절조정)는 102.7(2020=100)로 전월 대비 14.2% 감소했다. 지난 2020년 10월(-16.7%) 이후 4년 3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12.6%)와 기타운송장비 등 운송장비(-17.5%)에서 투자가 모두 줄어든 영향이다.

건설기성도 4.3% 줄었다. 건축(-4.1%)과 토목(-5.2%) 모두 공사 실적이 줄어든 결과다. 건설기성의 감소 폭은 지난해 3월(-9.4%)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생산과 소비, 투자 등 실물경제 주요 지표가 ‘트리플 감소’를 기록한 것은 작년 11월 이후 두 달 만이다.

◆경기선행 지표도 하락세 =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4p 하락했다.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세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3p 떨어졌다. 작년 7월 이후 하락 또는 보합을 기록하며 7개월째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월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와 긴 설 명절 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대부분 지표가 마이너스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 심의관은 “생산의 경우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을 견인하고 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으로 소비나 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산업생산 지표와 관련해 “전월 증가에 따른 기저 영향, 조업일 감소 등으로 조정된 가운데, 건설업 부진이 이어지며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소매판매의 경우 연말 할인행사 종료, 설 연휴에 따른 영업일 감소 등으로 준내구재·비내구재 판매가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비로는 보합(0.0%)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설비투자 역시 전월 큰 증가폭을 기록한데다 조업일이 감소한 영향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기재부는 “정부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내수 등 민생경제 회복과 수출 지원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일자리·건설·서민금융 등 ‘1분기 민생·경제 대응 플랜’ 주요 정책과제를 속도감있게 추진하고, 추가적인 지원 대책도 지속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관세부과에 따른 관세 대응 수출바우처 도입 등 우리 기업 피해지원을 강화하고, 무역금융 역대 최대 366조원 공급 등 유동성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첨단전략산업기금 설치 등 산업경쟁력 강화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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