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회 오늘 개막…성장률 목표, 부양책 내용 관심
외신들 “GDP 목표 5% 유지, 재정적자 확대” 예상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10% 추가관세를 예고한 가운데 4일부터 중국 ‘양회’가 시작한다. 국정 자문기구인 정협(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은 4일, 국회격인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는 5일 열린다. 양회는 약 일주일간 개최될 예정이다.

중국 안팎의 분석가들은 양회에서 연간 GDP 성장 목표치가 약 5%로 제시되고 내수 촉진과 미국 관세 영향력 상쇄를 위해 재정적자 폭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식적인 성장률 목표치는 5일 리창 총리가 발표한다.
3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양회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지난해 12월 중국 공산당 중앙경제공작회의는 2025년 최우선과제로 ‘소비진작’을 꼽았다. 문제는 중국정부가 이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중국정부는 지난해 자동차와 전자제품 구매에 대한 보조금 지급, 금융기관에 대한 중국 주식 매입 장려 등 여러가지 정책을 시작했다. 고용전망 약세와 가계자산 감소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조치가 5% 성장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소비심리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전인대에서 논의될 법안 중에는 민간경제진흥법이 있다. 이는 민간부문에 대한 평등한 대우와 법적보호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17일 중국 비즈니스계의 거물급 인사들과 만났다. 딥시크라는 새로운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중국의 기술적 역량을 전세계에 알린 직후다. 시 주석은 알리바바 설립자인 마윈 등 경영진 그룹에 “부자가 된 사람들이 공동의 부를 증진시키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전했다.
하지만 중국이 직면한 상황은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중국경제 담당 책임자인 해리 머피 크루즈는 최근 리포트에서 “중국이 올해 약 5%의 GDP 성장률을 달성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중국경제는 모든 면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 관세는 수출을 압박할 것이고, 침체된 가계지출과 하락하는 부동산 시장은 국내경제를 저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디스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4.2%로, 지난해 5%에서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3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이러한 대외적 불확실성과 지속적인 내수 부진을 고려해 중국 본토 31개 성급 지방정부 중 절반 가량이 올해 GDP 성장 목표를 지난해보다 낮게 설정했다.
미국은 4일부터 중국 수입품에 또 다른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달 전 발효된 10%의 관세에 10%가 추가되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에 거액의 항만사용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중 양국의 무역전쟁이 얼마나 빨리 격화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싱가포르 ‘동남아시아 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스티븐 올슨은 “100년 만에 가장 중요한 글로벌 무역전쟁이 진행될 수 있다”며 “초기 10%의 추가 관세는 대부분 관리가능하지만, 이를 2배 늘리는 것은 중국에 훨씬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중국으로선 강력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언론 글로벌타임스는 3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정부가 관세와 비관세 조치를 모두 포함할 수 있는 관련 대응책을 수립하고 있다”며 “미국 농산물과 식품이 가장 가능성이 큰 목록에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닛케이아시아는 “무역분쟁 확대는 중국 수출부문에 큰 위협이 된다. 중국정부가 내수소비를 촉진해야 할 시급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 상황이 다소 개선됐다는 분석도 있다.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투자은행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양회 직전의 거시경제 및 사회 환경이 지난해 말에 비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우선 중국 디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됐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식품·에너지 제외)가 4개월 연속 상승했다. 또 딥시크(DeepSeek) 등 AI업계의 급격한 성장세가 중국 본토와 홍콩의 침체된 주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노무라 수석중국경제학자인 팅루는 지난주 투자자 메모에서 “딥시크의 놀라운 성공은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하드웨어, 자율주행, 로봇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투자를 촉진했다. 중국 국내 주식시장의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GDP 성장에 직접적인 기여를 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부동산시장의 상황이 기대치를 초과했다며 올해 중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에서 4.5%로 상향조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중국정부의 재정적자 목표치는 GDP의 4%대로 예상된다. 현실화된다면 중국 근대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이전 최고치인 2023년의 경우 GDP의 3.8%였다. 지난해 12월 열린 연례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정부에 재정적자 비율 확대를 요구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정부가 대규모 설비 업그레이드와 소비재 거래에 대한 보조금 확대를 통해 내수소비를 촉진하고, 보육 및 저소득층 가정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UBS투자은행의 아시아경제 연구책임자인 왕 타오는 “연금 지급 및 기타 사회보험에 대한 재정 지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가계 신뢰도를 높이고 국가의 장기 지출 잠재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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