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위반 ‘인노회’ 무죄 확정
이적 표현물 소지 혐의 등 … 징역 1년·집유 2년
재심 “이적단체 해당하지 않아” … 대법서 확정
1980년대 후반 ‘인천·부천 민주노동자회(인노회)’ 회원으로 활동하다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들이 재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확정받았다. 1990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되고 35년 만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국가보안법·노동쟁의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인노회는 1988년 3월 결성된 노동자 단체다. 노태우 정권 시절인 지난 1989년 1월 치안본부가 인노회를 이적단체로 지목하고 회원 18명을 불법 연행하고 이 가운데 15명이 구속되면서 와해됐다.
재심 사건을 청구한 이들은 1988년 인노회에 가입해 이듬해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목적으로 이적 표현물을 소지·반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에게는 장기 파업 농성 투쟁 중인 회사의 쟁의행위에 개입한 혐의도 적용됐다.
1989년 법원은 두 사람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이들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듬해 열린 항소심 역시 유죄를 인정하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으로 감형했다. 이후 형이 확정됐다.
2017년 인노회 회원 신 모씨의 재심 사건 결과가 나오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당시 재심 재판부는 기존 판례를 뒤집고 인노회가 이적단체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또한 서울고법은 지난해 인노회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분신자살한 고 최동 열사에 대해서도 고인의 사망 이후 34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A씨와 B씨는 2018년 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2023년 3월 재심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6월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고법 재판부는 “인노회가 ‘노동자들의 권익 보장’ 등을 위한 활동을 한 사실이 인정되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반국가단체 등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는 등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에 해당한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심 도중 검사도 인노회에 대해 ‘노동자들의 권익 보장을 위한 단체라고 볼 여지도 있는 점, 다른 회원에 대한 재심판결에서 이적단체성이 인정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에서 인노회의 이적단체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검찰이 이적표현물이라고 주장한 문건에 대해선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들이 치안본부 수사관들에 의해 강제로 연행돼 불법 체포된 상황에서 문건 또한 강제로 압수당했다고 판단했다. 또 이들 문건을 A씨와 B씨가 소지했다거나 이적표현물임을 인식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의 노동쟁의조정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재심의 심판 범위, 증거능력, 국가보안법 위반죄 및 노동쟁의조정법 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