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생태계 악화…수장은 비전문가 낙하산
유종필 전 관악구청장, 창업진흥원장 취임 … 벤처·스타트업계 ‘부글 부글’
“창업생태계에는 아예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최근 만난 벤처업계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국내 창업수장에 비전문가 정치인이 임명된데 따른 반응이다.
지난달 28일 유종필 전 서울시 관악구청장이 창업진흥원장으로 취임했다. 지난해 2월 김용문 전 원장이 자리를 비운 지 1년만이다.
유종필 신임 원장은 취임사에서 “혁신과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인 창업을 대변하는 창업진흥원을 이끌게 되어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 “정부의 창업정책을 완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벤처와 스타트업계, 벤처투자업계는 환영보다 실망하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낙하산’보다는 ‘비전문가’라는 게 이유다. “현재 악화되고 있는 창업생태계를 이끌 적임자 인가”라는 질문인 셈이다.
창업진흥원은 국내 창업생태계 조성을 주도하는 유일한 전문기관이다. 원장은 창업생태계 수장이다. 벤처·스타트업계 등은 원장의 오랜 공석을 매우 우려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조속한 인사를 주문해 왔다. 창업생태계가 더 악화되고 있어서다.
이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24일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박지혜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연천군)은 “유일한 창업정책 기관의 장이 오랜 공석”이라며 “역량있는 인사로 적절한 배치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역량있는 분을 뽑기 위한 절차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결국 오 장관이 말한 역량있는 인물은 ‘유종필 전 관악구청장’이었다.
스타트업 투자사를 운영하는 대표 A씨는 “오랜시간 고심하고 있는 것 같아 기대했는데 결과는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벤처업계 고위관계자도 “한국경제 미래를 위해 양질의 창업 필요성을 주창하면서 정작 창업생태계 수장은 전문성이 없는 이들을 임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 창업생태계 핵심 인사들의 강한 반발은 비전문가 낙하산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문 전 원장도 창업보다 국가균형발전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었다. 누적된 불만이 류 신임 원장 임명을 계기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유 원장은 ‘비전문 낙하산’이라는 지적에 대해 “그간 쌓아온 경험과 역량으로 젊은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해왔다.
이어서 “관악구청장 재직시절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취업뿐 아니라 창업지원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창업생태계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창업한 기업(118만2905개)은 2016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적었다.
창업의 질을 보여주는 기술기반 창업도 4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벤처투자 한파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벤처투자(11조9457억원)는 2021년 이후 가장 적었다. 건당 투자금액과 기업당 투자금액도 4년째 내리막이다. 초기기업(3년 미만) 투자비중은 5년 연속 줄었다.
2023년 기준 전체 벤처기업의 영업이익도 사상 처음 적자로 돌아섰다. 전체 벤처기업 영업이익 총액은 2022년말 1조1520억원에서 2023년말 4219억75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무려 1조5740억원이나 급감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