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국채 금리, 1997년 이후 1일 최대폭 급등

2025-03-06 13:00:04 게재

10년물 금리 0.31%p 오른 2.79%

FT “독일경제 반등 기대감 반영”

5일(현지시각) 독일국채(분트) 금리가 28년 만에 최대폭 상승했다. 독일 정치권이 국방·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는 역사적인 합의를 이뤄낸 덕분이다. 투자자들은 침체된 독일경제가 거대한 부양효과를 볼 것이라는 데 베팅했다.

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분트 10년물 금리는 2.79%로, 전날 대비 0.31%p 상승했다. 이는 1997년 이후 1일 최대폭 상승이다. 시장이 독일정부의 추가적인 분트 발행을 예상하면서다.

차기총리 기독민주당 대표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4일 밤 경쟁관계인 사회민주당과 ‘GDP의 1%를 넘는 국방지출을 헌법에서 규정한 재정지출 한도에서 면제’하기로 극적 합의했다. 또 5000억유로에 달하는 인프라 펀드를 출시하기로 했다.

도이체방크는 “이 합의는 전후 독일 역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패러다임 전환 중 하나”라며 “합의의 속도는 물론 잠재적인 재정확대 규모에서도 독일통일 당시를 연상케 한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도 “이번 합의가 의회에서 승인되고 신속히 집행된다면, 내년 독일 경제성장률이 최대 2%로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의 당초 전망은 0.8% 성장이었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1.5% 상승해 1유로당 1.07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독일증시도 급등했다.

메르츠 차기총리는 새로운 의회가 구성되기 전인 이번달 의회에서 헌법개정을 밀어붙일 계획이다. 지난달 23일 총선에서 극우·극좌 정당들이 개헌을 막을 의석을 가져가면서다.

메르츠의 기민당·기독사회당 연합과 사회민주당이 개헌에 동의했지만 헌법개정에 필요한 2/3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녹색당 지원이 필요하다. 녹색당은 오래 전부터 이른바 ‘부채 한도’ 조항에 대한 개정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녹색당 중진들은 우선 합의안의 세부내역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녹색당이 결국 메르츠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예상한다. 독일 거시경제정책연구소 리서치대표인 세바스티안 둘리엔은 “빠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경제성장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 평균 2% 명목 경제성장률이 다시 한번 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은 앞서 독일경제의 지속적인 스태그네이션을 우려했다. 높은 에너지물가, 약화된 기업투자, 지지부진한 소비수요 등으로 독일 GDP는 지난 2년간 연속 위축됐다.

자산운용사 T로우프라이스의 수석유럽이코노미스트 토마츠 빌라덱은 “독일 재정정책의 상전벽해에 비견되는 변화는 분트가 거래되는 방식을 영구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자들의 분트 투매세는 독일 재정건전성을 우려해서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독일 연방부채는 GDP의 63% 수준이다. 프랑스 영국 미국 등 주요 국가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은 비중이다. JP모간자산운용 전략가 커렌 워드는 “독일이 경제성장 궤도에 올라서고 있다는 인식 덕분에 분트금리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최근 재정건전성 우려로 국채금리가 급등한 영국과는 달리, 투자자들은 독일의 경제성장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때문에 안전자산인 국채보다 주식 등 보다 위험한 자산에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인 4일 미국이 주요 무역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하락한 독일 닥스지수는 5일 3.4% 급등했다. 독일 인프라 관련 기업들이 최대 수혜자였다. 시멘트제조사 하이델베르크 머티리얼즈 주가는 17.5% 급등했다. 지멘스에너지는 8.1% 상승했다. 독일 최대 철강기업 티센크루프는 13.4% 올랐다.

유럽 방산기업들도 맹렬한 상승세를 이어받았다. 독일 최대 방산기업 라인메탈 주가는 7.2%, 프랑스 방산기업 탈레스 주가는 7.6% 상승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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