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회, 내수부양·과학진흥에 방점
공식 경제성장률 목표치 5% 설정 … 국내 소비 촉진 최우선 과제로
지난 4일 시작한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10일로 일주일을 맞았다. 폐막은 내일(11일)이다. 중국은 양회를 통해 공식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약 5%’로 발표했다. 지난해와 동일하다. 또 산업현대화, 기술자립, 내수확대 등 올해 추진할 10가지 ‘주요 과제’ 목록도 제시했다.

국내소비 촉진은 지난해 3번째 우선순위에서 올해 최우선과제로 올라섰다. 리창 총리는 보고서 발표에서 소비를 32번이나 언급했다. 기록적인 수치다. 이전 최고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6회였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중국정부는 코로나 봉쇄 이후 회복되지 않은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침체하는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려 한다.
미국과의 무역전쟁도 발등의 불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양회 직전 중국에 10% 관세를 부과했다. 한 달 전 10% 관세에 추가로 덧붙여진 것이다. 호주 맥쿼리은행의 중국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래리 후는 “이전 관세와 합치면 미국에 수출하는 중국제품은 이제 평균 약 34%의 관세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정부도 닭고기와 대두 등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며 보복에 나섰다. 또 중국기업들과의 거래를 제한할 수 있는 블랙리스트에 더 많은 미국기업들을 추가했다. 중국 외교부는 “관세전쟁이든 무역전쟁이든 미국이 원하는 것이 전쟁이라면 우리는 끝까지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관세와 내수부진을 상쇄하기 위해 중국경제는 더 강력한 부양책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중국이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2%를 넘는 추가 재정지출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그 정도면 디플레이션 악화를 막기에 충분하겠지만, 그 이상의 효과는 없을 수 있다”고 전했다.
재정건전성보다 경제살리기
중국정부가 발표한 재정부양 패키지는 여러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재정적자 목표치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3%에서 올해 4%로 높아진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 수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국제규범에 따라 공식 재정적자를 GDP의 3% 이하로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4% 적자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재정건전성을 포기할 의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좋은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지방정부에 대한 재정고삐도 풀 예정이다. 지방정부가 판매할 수 있는 ‘특별채권’ 할당량을 지난해 3조9000억위안에서 올해 4조4000억위안(약 880조원)으로 늘렸다. 특별채권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인프라 프로젝트에만 발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지방정부는 이 자금으로 부동산 개발업체로부터 미분양아파트와 유휴토지를 매입할 수 있게 됐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할당량 증대액은 기대치에 가까웠다. 만족스러운 2번째 단계”라고 평했다.
하지만 3번째 단계에서는 다소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중앙정부는 은행들의 자본확충을 위한 용도의 5000억위안을 포함해 모두 1조8000억위안 규모의 ‘특별채권’을 추가로 매각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발행한 것보다 많은 금액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하지만 이는 시장예상치보다 약 7000억위안 낮은 수치”라며 “경제학자들은 지난해와 비교해 중국의 전체 재정적자 증가가 GDP의 2% 미만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창 총리는 이번 양회에서 ‘국민복지 향상’과 ‘소비촉진’에 더 큰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약속했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 오래된 가전제품과 자동차를 최신 제품으로 교체하도록 장려하는 ‘보상판매’ 제도에 3000억위안을 투입할 방침이다.
중국은 또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농촌주민과 도시거주자에게 제공하는 보조금을 인상할 계획이다. 예산안에 따르면 연간 보조금은 1인당 700위안(약 14만원)으로 4.5% 인상된다. 이들에 대한 기본 연금도 지난해와 비슷하게 월 20위안으로 인상된다. 비율로 보면 2년간 40%에 육박하는 큰 폭의 인상이지만 절대금액으로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모간스탠리는 “중국의 올해 추가 재정부양책 중 소비와 관련된 것은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고 추산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중국의 신중한 지도자들은 ‘덜 약속하고 더 가져다주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는 디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잘못된 접근방식일 수 있다. 우울함은 자기충족적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경제 자신감을 회복하고 동물적 기질을 되살리려면 약간의 허세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자신감 회복하려면 허세도 필요”
한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올해 양회를 기점으로 중국경제에서 어떤 산업이 흥하고 망할지를 전망했다. SCMP는 9일 “많은 이들이 국유기업(SOE)과 민간기업 간 이분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일부 관측통은 소유권에 관계없이 신산업과 구산업 간 경계가 바뀌는 것이 중국경제 구조조정의 주요 추진력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푸단대학교 경제학자 장쥔은 “중국경제에서 더 분명한 변화는 새롭게 부상하는 부문과 석양을 맞이하는 부문이 나뉘고 있다는 점”이라며 “최근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같은 기업이 등장하면서 ‘신구 성장동력의 전환’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믿음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기술부문은 부동산시장 침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연초부터 자본이 기술분야로 유입되고 있다. 중국 본토 A주시장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반도체, 양자컴퓨팅 관련 기업 등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중국 동부 항저우에 본사를 둔 딥시크와 로봇공학 기업 유니트리 같은 기업들이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고 중국 혁신역량에 대한 재평가를 촉발시켰다.
중국 국가통계국(NBS)에 따르면 부동산과 관련산업의 GDP 기여도는 2021년 14.45%에서 지난해 12.94%로 하락했다. 부동산 단독 비중은 같은 기간 7.7%에서 6.27%로 떨어졌다. 중국사회과학원(CASS) 경제연구원 샤오리셩은 “부동산 투자감소로 인한 경제침체는 다른 분야의 발전으로 효과적으로 상쇄되고 있다”며 “중국이 오래된 성장동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의 전환을 예비적으로 완료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성장동력에는 정부지원으로 좋은 성과를 거둔 인프라 투자와 새로운 업그레이드 주기에 접어든 제조업이 포함된다”며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중국 고정자산 투자는 각각 5.1%, 3.0%, 3.2%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칭화대 경제학자 후안강과 저우샤오제는 “중국 경제구조가 지속적으로 최적화되고 있다”며 “혁신중심 발전전략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베이징공과대저널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항공기제조, 바이오의약품 같은 전략적 신흥분야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중국이 혁신국가 대열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전기장비·방위산업 등 상승세 전망
하지만 모든 기술기업이 동일한 혜택을 누린 건 아니다. 씽크탱크 ‘중국금융40포럼’은 지난해 9월 발간한 연구보고서에서 상장기업 실적 분석을 기반으로 다양한 산업의 운명을 추적했다. 이에 따르면 부동산과 미디어,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비은행 금융 등의 약 500개 기업이 ‘하락세’로 분류됐다. 반면 전기장비와 전자, 방위, 자동차 등 산업의 2300여개 기업이 ‘정책적 지원’을 받아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정의됐다. 소매와 제약, 공공유틸리티, 운송 등의 또 다른 2600개 기업은 ‘중립적’ 분류를 받았다.
중국 SDIC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 가오샨웬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정부지원 산업의 매출비중이 약 20%에서 25%로 증가한 반면, 하락산업 비중은 약 15%에서 10% 이하로 떨어졌다. 중립산업의 비율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중국 제조업의 경우 저가제품에서 하이엔드로 전환되고 있다. NBS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중국경제에서 2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7.8%였다. 지난해에는 36.5%로 하락했다. 하지만 중국의 세계 제조업시장 점유율은 상승했다. 2020년 28.2%에서 2023년 28.8%로 증가했다. 칭화대 후안강과 저우샤오제는 “2025년 말에는 약 30%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CASS 샤오 연구원은 “중국 경제구조 변화에 따라 GDP에서 2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했지만 일본식 탈산업화를 경험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반대로 중국 제조업은 고급화, 디지털화, 친환경화, 클러스터 기반 모델화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