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사태 복잡해지는데 한국경제 버팀목 제조업마저 ‘휘청’

2025-03-10 13:00:02 게재

반도체 수출 16개월 만에 감소 전환

트럼프 ‘관세보복’ 반도체·철강 겨냥

내란사태 길어지면서 ‘관세대응’ 비틀

“소비심리마저 위축, 특단대책 있어야”

내수침체와 계엄사태에도 한국 경제를 지탱해오던 제조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대표산업인 반도체는 16개월 만에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정부 보호주의 정책의 타깃에 오르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철강·자동차 등 수출주력 업종 역시 트럼프의 관세 보복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풀려나면서 한국의 내란사태는 더욱 혼돈스러운 양상이다. 자칫 정치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서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트럼프가 촉발한 ‘관세전쟁’에 우리나라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업황, 다시 혼돈 속 = 반도체 생산은 작년까지 견조한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첫 달부터 경고등이 켜졌다.

1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1월 반도체 생산(계절조정지수)은 전달보다 0.1% 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 했다. 작년 10~12월까지는 석 달 연속 3~4%대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정부는 “작년 연말 ‘물량 밀어내기’에 따른 기저효과와 설 명절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라고 설명했다.

업계의 분석은 좀 더 어둡다. 계절적 비수기를 맞아 범용 메모리 반도체 단가가 하락하면서 업황이 주춤한 영향도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생산 부진이 좀 더 오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중국 반도체 업체의 범용 메모리 저가 물량 공세와 공급 과잉도 우리나라의 주력 품목인 범용 메모리 가격 하락세를 가속하고 있다.

반도체 부진은 전반적 경기지표에 직접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 반도체 생산과 수출이 모두 주춤하면서 1월 제조업 생산·출하는 각각 2.4%, 6.2% 동반 감소했다. 생산이 주춤한 상황에서 내수·수출까지 흔들리면서 출하까지 부진한 흐름이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트럼프 정부의 전방위적인 관세·보조금 압박 영향권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연방의회에서 보조금의 근거가 되는 반도체법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는 이미 반도체를 넘어 제조업 전반에 관세 보복을 예고한 상태다. 12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의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 부과가 예정돼있다. 한국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에도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국내 부품 업계도 긴장한 상태다.

반도체 철강 자동차까지 경고등 지난 9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차들이 세워져 있다. 지난달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 반도체와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서 관세가 최소 25%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제조업 의존도 28% = 반도체 산업의 어두운 전망은 이미 부진을 겪고 있는 나머지 제조업 업황의 발목을 잡는 추가 악재가 될 수 있다.

지난 1월 반도체 제외 산업생산지수(원지수)는 1년 전보다 7.9% 감소하면서 2020년 5월(-16.5%)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전달과 비교해도 2.6%(계절조정지수) 감소했다. 작년 11월 3.7% 줄어든 데 이어 두 달 만에 다시 감소세다.

반도체 제외 산업생산지수는 작년 반도체 호황기에도 기준 연도(2020년) 수준인 100 주변을 맴돌았고 지난 1월에는 94.1까지 급락했다.

제조업 취업자가 반도체 호황에도 작년 7월 이후 7개월째 줄어들고 있는 것도 이같은 제조업 전반의 업황 부진과 관련이 있다.

반도체를 포함한 제조업 전반의 침체한 분위기는 제조업 매출 감소 우려로 표출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1월 발표한 1분기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는 88에 그쳤다. 3분기 연속 하락세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근접할수록 매출이 감소(악화)한다는 제조업체의 의견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 경제는 주요국에 비해 제조업 의존도가 크다는 점에 비춰보면 최근 일련의 상황은 더 우려스럽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엔(UN)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명목 부가가치 기준)은 한국이 28.0%로 미국(10.3%), 일본(20.3%), 독일(20.4%) 등보다 높다. 제조업이 흔들리면 한국 경제 자체가 휘청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글로벌 투자은행 8곳이 지난 달 말 제시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55%로 한 달 사이 0.1%p 가까이 하락했다.

◆제조업생산 최대폭 감소 = 이런 기류는 제조업 생산지수에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제조업 생산지수(원지수·2020년=100)는 103.7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 감소했다.

특히 감소 폭은 2023년 7월(-6.6%) 이후 18개월 만에 가장 컸다. 자동차(-14.4%)와 1차금속(-11.4%), 기계장비(-7.5%) 등 업종에서 생산 감소가 두드러졌다.

생산이 줄면서 제품 출하까지 감소세를 보였다. 1월 제조업 제품 출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7.4% 감소했다. 2023년 1월 9.2% 감소한 이래 2년 만에 최대 폭 감소했다. 자체 생산한 제품을 국내 판매업자 등에 판매하는 내수 출하는 11.8% 줄었다. 외국에 판매하는 수출 출하는 1.2% 감소했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 기업들의 투자·생산 계획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제조업의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하락세를 보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2월 한국 제조업 PMI는 49.9로 전월(50.3)보다 소폭 하락했다. PMI 지수가 50 미만이면 전달보다 전반적으로 감소했다는 뜻이다.

산업연구원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30년째 3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제조업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며 정부가 경쟁국 수준의 산업 지원 방안, 국내 생산 촉진을 위한 세제 도입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책연구기관도 경고 = 국책연구기관도 연일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내란사태에 이어 트럼프의 강력한 통상정책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5년 2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제조업이 개선됐으나 건설업 부진에 기인해 생산은 완만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소비와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으며, 그동안 높았던 수출 증가세도 반도체를 제외한 부문을 중심으로 점차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수출은 ICT 품목의 수출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여타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모습이다. 1월 수출은 조업일수의 축소에 주로 기인해 전월(6.6%)보다 -10.3%로 감소했다. 다만 일평균 기준으로는 전월(4.3%)에 이어 7.7%의 완만한 증가를 지속했다. 품목별로는 일평균 기준으로 ICT 품목(25.0%)의 높은 증가세가 이어진 반면 글로벌 수요 둔화로 일반기계(-6.0%)와 석유제품(-15.8%) 등은 감소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 무역분쟁이 격화되며 수출 여건이 악화했다. 이로써 세계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했으나 글로벌 통상환경 악화 우려는 더욱 확대됐다.

KDI는 “글로벌 상품교역과 제조업 업황이 개선됐으나 주요국의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간 지속되는 등 경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우리 수출도 글로벌 불확실성에 영향을 받았다. 1월 무역수지는 18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정국 불안에 따른 가계심리 위축으로 소비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특히 12월 소매판매는 승용차(-11.5%), 가전제품(-7.5%), 의복(-1.3%), 차량연료(-5.0%) 등을 중심으로 3.3% 감소했고, 계절조정 전월대비로도 0.6% 감소하면서 부진이 지속됐다.

서비스소비도 주요 업종에서 감소세가 확대되는 등 미약한 흐름을 나타냈다. 정국 혼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숙박·음식점업(-2.8%), 예술·스포츠·여가관련서비스업(-8.7%) 등 소비와 밀접한 서비스업 생산이 비교적 큰 폭으로 줄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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