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따로 가는 정부…최상목의 반격?

2025-03-13 13:00:48 게재

‘상속세 폐지’ 국회 논의 중 전면 개편안 전격 발표

반도체특별법 난항에 특별연장근로 행정지침 내놔

존재감 과시? 고육지책? … 힘 빠지는 국정협의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국정 공백이 장기화된 가운데 힘을 합쳐야 할 정부와 국회가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반도체특별법 논의가 국회에서 난항을 겪자 정부가 관련 행정지침을 내놓는가 하면 여야가 상속세 개편 논의를 하던 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불쑥 상속세 과세 체계를 전면 수정한 개편안을 내놨다. 국회 논의 상황을 아랑곳하지 않는 정부의 독자적 결정이 이어지면서 여야국정협의회는 사실상 힘이 빠지는 모양새가 됐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 현안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12일 정부에선 굵직한 발표가 오전과 오후에 각각 나왔다. 오전에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선 반도체 연구개발 업종에 대한 특별연장근로 제도 특례 시행 방안이 발표됐다. 주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를 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린 것이 핵심내용이다. ‘주52시간 예외’ 조항이 담긴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국회 논의가 길어지자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방안은 법개정 등이 필요 없는 행정지침이어서 다음 주부터 바로 적용된다.

국회에선 바로 반발이 터져나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의원들은 논평을 내고 “정부가 장시간 압축노동을 고착화시키려 한다”면서 “심각한 노동자 건강권 침해를 야기할 수 있고, 이는 결국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오히려 저하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대통령실에선 환영 입장을 냈다. 이날 언론공지에서 대통령실은 “국가전략산업인 반도체 산업을 살리기 위한 응급조치”라면서 “주52시간 예외 조항이 포함된 반도체특별법이 국회서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정부는 75년 만에 상속세 과세 체계를 전면 수정한 ‘유산취득세’ 방안을 내놨다. 기존에는 유산 전체를 기준으로 상속세를 매겼다면 각각의 상속인이 받는 부분에 대해 별도로 세금을 내도록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상속세 개편 필요성에 대해선 이미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기는 했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이미 진행중이었다는 점에서 발표 시점이 미묘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야가 이미 배우자 상속세 폐지 등 논의를 하고 있던 와중에 기획재정부가 존재감 과시용으로 상속세 개편안을 꺼낸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근 ‘마은혁 임명 보류’ 문제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정협의회에서 배제된 상황에 대한 감정의 골이 은연중에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여야 논의가 이미 진행되던 사안에 대해 정부가 ‘새치기’하듯 안을 내놓는 데 대한 거부감도 있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여당은 집을 수리하려는데 정부가 불쑥 재건축 계획을 발표한 꼴”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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