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대행, 명태균 특검법 거부…야당 “내란수괴 대행하나”
최 “수사대상·범위 불명확하고 방대, 위헌성 상당해”
두달반 사이 거부권 8번 … 윤석열정부 합산 총 39번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내란 공범 인정한 것” 맹공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역대 대통령 권한대행 중 최다 기록인 8번째 거부권이자 윤석열정부 하에서 총 39번째(윤 대통령 25회, 한덕수 국무총리 6회 합산)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최 권한대행이 윤석열 비호에 앞장섰다”고 맹공했다.

이날 최 권한대행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명태균 특검법)에 대해 “위헌성이 상당하고 형사법 체계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명태균 특검법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등에서 명씨를 중심으로 불거진 여론조사 조작 의혹과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거부권 행사 이유로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훼손 우려 △적법절차주의 위배 우려 △권력분립 원칙 위반 소지 △특검제도 취지 미부합 등 4가지를 들었다. 법무부도 6쪽짜리 설명자료를 내고 명태균 특검법의 위헌성을 길게 설명했다.
최 권한대행은 “특검법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실시된 모든 경선과 선거, 중요 정책 결정 관련 사건 및 그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전부를 제한 없이 수사할 수 있다”면서 “수사 대상 및 범위가 너무나 불명확하고 방대하다”고 지적했다. 특검 임명과 관련해 ‘특별검사 임명 간주 규정’을 넣은 데 대해서도 “대통령의 임명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관련 수사가 이미 진행중이라는 점도 강조하면서 “검찰 수사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을 도입하는 것은 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최 권한대행은 “검찰은 명태균 관련 수사 상황에 대한 적지 않은 국민들의 우려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이번 수사에 검찰의 명운을 걸고 어떠한 성역도 없이 관련 의혹들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하여 실체적 진실을 명확히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정례 국무회의가 열린 지난 11일 해당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을 때부터 이미 예상된 행보이기도 하다. 애초 이번 주중 한덕수 국무총리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던 만큼 거부권 시한인 15일 직전까지 시간을 끌고 있다는 해석이 많았다.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는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부담을 직무 복귀 가능성이 높은 한 총리에게 미룬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탄핵심판 선고가 미뤄지면서 최 권한대행이 또다시 거부권 행사에 나서게 됐다.
여권 관계자는 “명태균 특검법을 공포하나 거부하나 욕을 먹기는 마찬가지지만 폭발력에는 차이가 크지 않냐”면서 “최 권한대행이 바보도 아니고 폭탄을 자기가 던지려고 하겠냐”고 말했다. 명태균 특검법의 위헌성 여부와 상관 없이 정치적 계산법도 작용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 행사 때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 수호의 막중한 책무”를 강조했는데 마은혁 헌법재판관 미임명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는 따르지 않고 있는 것과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명백한 위헌행위로 지적된 마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선 15일째 미적거리고 있다.
야권에선 최 권한대행을 맹공하고 나섰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명태균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해 “국회의 권한을 심각하게 침해한 죗값을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라며 “명태균 특검법은 내란의 원인이 된 명태균 게이트를 수사하는 법안인데, 이를 거부한 것은 명시적으로 최상목 부총리 자신이 내란 공범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극우 세력의 지지를 얻어 대권 주자로 나서는 헛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라면서 “하루빨리 헛된 꿈과 허몽에서 깨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국회의 입법에 거부권의 딱지를 붙여 되돌려보내는 오만을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렵다”면서 “국민께서 대통령 권한대행 대신 내란 수괴 권한대행을 자처하는 최상목 대행의 필요성에 깊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반면 거부권 행사를 요청해온 여당에선 환영입장을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요소가 가득한 법안이라 거부권 행사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우려를 비쳤다. 그는 4월 2일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최근 선거관리에 대해 우려하는 국민들이 있다”면서 “행안부 등 관계부처에서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하여 그 어느 때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관리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형선 박준규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