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품종 과일, 판매 1년 내 식물 품종보호 출원 가능”
대법원, 국내 신규성 판단 기준 제시
신품종 과일을 1년 이내에 국내 판매한 사실이 있더라도 ‘식물특허’라 불리는 품종보호 출원을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는 국내 식물 품종보호를 위한 신규성 판단기준을 처음 내놓은 것으로, 신품종 개발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해 1년 이상 지나지 않은 국내판매는 품종보호 요건인 ‘신규성’ 판단에서 문제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A씨가 B 농업회사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등록무효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B 농업회사법인은 자체 개발한 ‘메가블루’라는 명칭의 블루베리를 보호품종으로 등록해 2019년 12월 특허 출원이 이뤄졌다.
A씨는 2022년 7월 품종보호심판위원회에 ‘메가블루’가 출원일 이전 ‘크루어’라는 명칭으로 판매된 품종과 동일해 특허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다.
품종보호심판위원회는 “청구인이 제출한 증거 만으로는 이 사건 보호품종이 그 출원일 이전에 상업적 목적으로 양도된 ‘크루어’라는 이름의 품종과 동일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심결했다. 품종보호심판위원회 심결은 1심에 해당한다. A씨는 심결을 취소해달라며 특허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선 식물신품종 보호법에서 정한 신규성이 쟁점이 됐다. 신규성은 품종보호 출원일 이전에 상업화되지 않아야 함을 의미한다. 다만, 상업화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식물 품종의 특성상 출원일 이전 시장의 반응을 살필 현실적인 필요가 있어 법적으로 유예 기간을 보장하고 있다. 출원일을 기준으로 1년 이상 상업 목적으로 양도되지 않아야 신규성이 인정된다.
특허법원은 품종보호심판위원회 심결이 정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특허법원은 “인정된 사실만으로는 1년 이내에 이용을 목적으로 양도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이 사건 등록품종이 신규성이 부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이 사건 심결에 원고가 주장하는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용을 목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처음 양도된 날부터 1년 이내에 품종보호 출원됐다면 신규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식물신품종법 17조 1항이 신규성 조건의 하나로 ‘품종보호 출원일 이전에 대한민국에서 1년 이상 해당 종자나 그 수확물이 이용을 목적으로 양도되지 않은 경우’를 정하고 있기에 1년이 넘지 않은 판매 사례는 문제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육성과 상업화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식물 신품종 특성상 출원일 이전에 해당 품종의 상업화가 가능한지 시장의 반응을 살필 현실적 필요가 있다”며 “품종의 종자나 수확물이 이용을 목적으로 양도돼 상업화된 경우에도 신규성이 상실되지 않는 일정 유예기간을 둔 것”이라고 해당 조항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