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교정시설 갈등’ 방치했나?
옛 광주교도소 활용 수년째 지지부진
주택가 인접 구치소 신축 논란 자초해
광주시가 아파트 밀집지역에 인접한 구치소 신축과 옛 광주교도소 활용방안을 놓고 빚어진 갈등에 수년째 무기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게다가 법무부에 아파트 초근접지역을 구치소 예정 부지로 추천해 주민 반발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20일 광주시와 북구의회에 따르면 구치소 신축을 추진 중인 법무부와 북구 일곡동 A아파트 입주민 면담이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주민들은 이번 면담이 법무부의 구치소 신축 명분 쌓기라는 이유로 참석을 거부하고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2022년 국방부 소유 북구 일곡동 1-3 일원 15만6000㎡에 900명을 수용하는 광주구치소 신축 계획을 발표했다. 주민들은 이 같은 계획이 발표되자 불과 180m 떨어진 곳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있고, 반경 1㎞ 이내에 초중고 등 교육시설 10여 곳이 밀집해 있다며 반발했다.
특히 여론수렴 절차가 전혀 없었다며 광주교도소 인근 부지에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현 광주교도소는 2015년 일곡동과 인접한 삼각동에 설치됐다.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는 지역이다. 당시 주민들도 이런 여건을 감안해 교도소 설치에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법무부는 국방부 협의를 통한 신속한 사업 추진과 무상 양여 등을 이유로 현재 부지를 고집하고 있다.
수년째 이어진 집단 민원은 광주시가 자초했다.
법무부는 2014년 옛 광주교도소(문흥동) 부지에 구치소를 신축할 계획이었다. 이에 광주시는 옛 광주교도소가 5.18광주민주화운동 사적지이며, 이곳에 민주인권기념파크를 짓겠다며 현재의 구치소 신축 예정부지를 추천했다.
주민 모임에 참여 중인 소재섭씨는 “집단 민원을 유발한 광주시가 갈등 해소를 위해 아무것도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치소 부지를 볼모로 추진된 민주인권기념파크 조성사업(1400억원 예상)’도 8년째 답보상태다. 앞서 광주시는 지난 2018년 광주교도소 이전에 따라 옛 광주교도소 보존과 함께 민주인권기념파크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이 계획에 따라 행정안전부에 사업 추진을 건의했다. 그렇지만 땅 주인인 기획재정부가 2019년 경제 활력 대책회의에서 ‘생활 SOC 및 국유재산 토지개발 선도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선도사업은 용도가 끝난 국유지를 개발하는 게 주요 골자다. 정부계획에 따르면 옛 광주교도소는 문화교육 공간과 첨단물류, 전자상거래 창업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며 개발 사업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위탁했다.
이에 LH는 전체 부지 8만9000㎡ 중 1만5000㎡를 주상복합 아파트로, 1만1570㎡를 창업 공간 등 도시 지원시설로, 1만2905㎡를 복합시설과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여기에 필요한 사업비는 아파트 부지를 팔아 충당하기로 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5.18단체와 지역 정치권 등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모든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광주시 민주보훈과 관계자는 “구치소 문제는 주민 의견을 수렴해 부지 변경을 법무부에 요구했다”면서 “민주인권기념파크 조성사업도 행정안전부에 계속 건의해 조만간 광주에서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