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숙제’ 최상목
마은혁 임명-내란 상설특검 3개월 버티기
상법-김 여사·마약외압 상설특검 또 대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첩첩이 쌓인 숙제더미에 갇혔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직후부터 뭉개온 내란 상설특검과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 건에 더해 곧 정부로 이송될 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 국회 통과가 유력한 김건희 여사 상설특검과 마약수사 외압 의혹 상설특검 건이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 권한의 선택적 행사, 헌법재판소 결정 불복 등 각종 비판에도 불구하고 최 권한대행이 버티는 배경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조만간 복귀 가능성이 있지만 헌재 결정이 미뤄지면서 시간만 하염없이 흐르고 있다.
20일 오후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선 ‘김건희 여사 의혹 상설특검안’과 ‘마약수사 외압 의혹 상설특검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정쟁용 특검”이라는 여당 의원들의 반발 속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 중심으로 두 법안이 통과됐다.
김 여사 상설특검안에는 기존에 제기된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총망라됐다.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물론 명품가방 수수 의혹,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대통령 집무실 이전 관련 의혹, 양평 고속도로 노선변경 의혹 등이 수사 대상이다.
마약수사 외압 의혹 상설특검안은 윤석열 대통령 등 현 정부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2023년 말레이시아 마약 밀매 조직이 인천공항을 통해 필로폰을 밀반입할 당시 세관 직원들이 연루된 혐의가 있는데 이에 대한 경찰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행사된 의혹을 다룬다.
상설특검안은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특검 후보 추천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바로 최 권한대행의 숙제 중 하나로 편입될 전망이다. 기존 내란 상설특검안에 대한 후보 추천 의뢰는 물론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도 여지껏 미루던 최 권한대행이 이제 와서 다른 상설특검의 후보를 의뢰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통과돼 곧 정부로 이송될 상법 개정안 역시 최 권한대행이 처리해야 할 숙제 중의 하나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추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에 대해선 여당은 물론 재계의 반발이 높다. 최 권한대행의 10번째 거부권 행사 법안이자 현 정부의 41번째 거부권 법안이 되리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최 권한대행의 버티기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민주당에선 ‘탄핵’을 거론하고 있지만 최 권한대행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더이상 탄핵안을 발의하지 못하리라는 관측이 높은 데다 ‘여권 수호자’ 노선을 바꾸기엔 최 권한대행이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민주당은 전날 심야회의를 열고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여부를 논의했지만 지도부에 일임한다는 결론 아닌 결론을 냈다. 지난해 12월 한 총리 탄핵 후 몰아닥친 ‘줄탄핵’ 역풍, 최재해 감사원장을 포함해 민주당이 탄핵한 정부관계자들 사건이 현재까지 모두 기각돼 업무에 복귀한 점, 안 그래도 경제가 어려운데 경제부총리를 탄핵했을 때의 정치적 부담, 다음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될 이주호 교육부총리는 과연 다를지에 대한 의문이 크다는 점 등 여러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최 권한대행은 “몸조심하라”(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위협은 물론 “유체이탈”(강유정 민주당 의원) 날선 비판을 들으면서도 한 총리 복귀 전까지는 버티기 행태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지난 주나 이번 주중 선고가 예상됐던 한 총리에 대한 헌재 결정은 미뤄지고 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