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노후소득·재정안정 타협점 모색

2025-03-21 13:00:02 게재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로 여야 합의 … 월 309만원 직장인 5천만원 더 내고 2천만원 더 받아

20일 여야 합의로 18년 만에 성사된 연금개혁은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으로 재정 안정성과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3%로 단계적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3%로 상향하는 이번 개혁으로 기금 소진 시점이 2056년에서 최대 2071년으로 연장될 전망이다.

이번 연금개혁은 ‘지속가능성’과 ‘적정 노후소득’이라는 두 핵심 가치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다. 2023년 국민연금 5차 재정계산에서 기금소진 시점이 2055년으로 예측되는 등 재정 우려가 커졌지만 OECD 최고 수준인 38.1%의 노인빈곤율을 고려할 때 연금의 소득보장 기능 강화도 필요했다.

◆기금 소진 시점 2056년에서 2071년으로 연장 = 정부가 당초 제시한 안은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2%·자동조정장치 도입’이었으나 여야 합의를 통해 소득대체율은 43%로 상향하고 자동조정장치는 후속 논의하기로 결정됐다. 이는 노후소득 보장 측면에서 조금 더 무게를 둔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번 개혁으로 월 309만원을 받는 직장인 가입자의 경우 40년 가입 기준으로 약 5414만원을 더 내고 2170만원을 더 받게 된다. 이는 현세대가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보험료를 내면서도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소득대체율도 일부 인상하는 균형점을 찾았다는 의미다.

이번 모수개혁은 고갈 시점을 늦추는 완충 역할을 하지만 더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점점 줄고 수급자는 늘어나는 상황에서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같은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번 개혁안은 단순한 모수 조정을 넘어 취약계층 지원 확대도 포함했다. 출산 크레디트가 내년 출생아부터 첫째 자녀에게도 적용되고 최장 인정 기간 상한도 폐지됐으며 군 크레디트 인정 기간이 6개월에서 최대 12개월로 확대됐다.

또한 저소득 지역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도 강화해 보험료 납부 재개 여부와 관계없이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모든 지역가입자에게 보험료의 절반을 지원하게 된다. 이는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노후소득 보장의 형평성을 높이는 조치로 평가받는다.

◆출산·군복무 크레디트 확대로 취약계층 지원 강화 = 이번 모수개혁은 중요한 첫걸음이지만 연금제도의 근본적 지속가능성을 위한 구조개혁 논의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다층적 소득보장체계 구축, 수급 개시 연령과 정년 간 격차 해소 등의 과제를 다뤄야 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대표는 “정부가 설계한 자동조정장치는 미래 국민연금 급여 하락을 지금 정하는 방식으로 현단계에서 도입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향후 연금개혁특위가 활동기간을 올해 12월까지 운영한다는 기본 원칙을 정한만큼 남은 기간 연금개혁특위는 남겨진 과제를 완수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이번 개혁으로 국민연금 지급보장 조항이 명문화된 것은 의미가 있으나 기금 소진 이후 필요한 보험료율이 39.2%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후속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988년 국민연금 도입 이후 3번째 개혁인 이번 결정은 노후소득 보장과 재정안정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진정한 연금개혁의 완성을 위해서는 이번 모수개혁을 넘어서는 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김규철·김기수·한남진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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