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한 총리부터 먼저 결론…탄핵 정국 내주 분수령

2025-03-21 13:00:01 게재

주요 선고 줄줄이 나올 듯 … 총리 복귀시 마은혁 등 현안 부각

윤 기각 기대감 높이는 여권, “윤 파면 제쳐두고 왜” 볼멘 야권

윤 대통령, 승복 언급 없이 “지지자 뜻 받들겠다” 관저 메시지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에 대해 다음 주 결론을 내기로 했다.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후 3개월 이상 지리하게 끌어 온 탄핵정국이 드디어 새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관저에 칩거해 온 윤 대통령은 운명의 다음 주를 앞두고 지지자 뜻을 잘 받들겠다는 석방 후 첫 메시지를 냈다. 각계에서 주문해 온 승복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헌재가 오는 24일 한 총리 탄핵 심판 선고를 하기로 결정한 후 여야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여당에선 기존에 키워가고 있던 기각·각하 기대감을 더 키워간 반면 야당에선 윤 대통령보다 한 총리 선고를 일찍 하는 데 대한 비판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앞 여야’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 기자회견 뒤쪽으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윤 대통령의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헌재의 선고일 통보 직후 “이미 변론 종결이 된 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지났고 평의도 끝난 지가 오래됐는데 헌재가 아마 정치적인 이유로 선거를 미루다가 마지못해 월요일을 선고일로 잡은 것 같다. 만시지탄이지만 그래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 선고 결과에 대한 예상으로는 “100% 기각”을 점쳤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서면브리핑에서 “왜 선입선출을 어기고 윤석열보다 먼저 한덕수에 대해 선고하느냐”며 “헌재가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정치적 주장에 흔들리고 있다는 국민적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의 반응이 예민하게 나온 데는 한 총리 선고를 기점으로 이어지는 다음 주 일정이 탄핵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6일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항소심 선고가 잡혀 있고 현재 예상대로라면 다음 주 내에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도 나올 가능성이 높다. 다음 주에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물론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등 내란 주요 종사자들의 형사재판도 줄줄이 이어진다.

여권 관계자는 “첫 테이프를 끊게 될 한 총리 선고 결과가 어떠냐에 따라 다음 주 정치권 분위기가 상당히 극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총리가 직에 복귀하게 된다면 당장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 등 정치 현안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시 경제 사령탑으로 복귀하면서 정치적 부담을 크게 덜 전망이다. 만약 한 총리가 파면된다면 윤석열정부와 함께 총리직을 수행해 온 지 35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된다.

다음 주 격동의 정국이 예상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 내기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8일 석방 후 별다른 메시지 없이 조용히 지내던 윤 대통령은 20일 지지층을 향한 간접적 메시지 두 건을 냈다.

분신해 숨진 지지자 권 모씨 빈소에 참모들을 보내 위로했다. 참모들은 권씨 유족에게 “유가족들께 정중히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아버님 뜻 잘 받들겠다는 말씀도 전해달라 하셨다”고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서는 헌재 앞에서 탄핵 반대 단식을 벌이고 있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탄핵심판 결과가 아무리 중요해도, 여러분의 생명보다 소중할 수 없으니 부디 단식을 멈추시고 건강을 회복하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인 의원은 이날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대통령실에서 (메시지를)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두 개의 메시지는 그동안 “헌재 선고 전까지 차분히 있겠다”던 기존 입장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지지자들에게 윤 대통령의 존재감을 다시 내보이는 동시에 다음 주 유력한 헌재 선고 이후를 대비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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