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잠깐의 승리, 지속되는 승리

2025-03-24 13:00:23 게재

정치인에게 성공이란, 승리란 무엇일까. 표와 권력을 얻는 것일까 아니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일까. 현재 우리 정치권을 보면 역사에 남을 만한 업적을 만드는 ‘지속되는 승리’보다는 당장의 권력에 도취한 ‘잠깐의 승리’에 치우쳐 있다. 찰나에 불과한 승리를 얻기 위해 정부는 행정권력을, 거대야당은 입법권력을 남용하는 중이다.

‘잠깐의 승리’에 취한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소추를 남발하고 있다. 21일 이 정부 들어 벌써 30번째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다. 민주당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등 위헌 행위를 했다’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기로 했다.

그동안 민주당은 29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13건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정부 인사들의 위헌·위법 행위를 바로잡겠다며 추진한 탄핵안은 헌법재판소에서 판판이 깨지고 있다. 벌써 8건의 탄핵안이 기각돼 직무가 정지됐던 이들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정부여당의 잘못을 심판하겠다는 명분은 자리를 잃고,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만 좁히고 있다. 잠깐의 승리에 도취돼 ‘지속되는 승리’가 멀어진다는 생각은 없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위헌적인 비상계엄 선포로 6시간의 짧은 승리(?!)를 누렸다. 이 내란 사태로 구속됐다가 52일 만에 석방된 윤 대통령은 마치 개선장군이나 된 듯 손을 흔들며 관저로 돌아왔다. ‘구속 취소’라는 잠깐의 승리에 도취된 모습이었다.

계엄 선포로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어 놓고, 그리고 그 이후 우리 사회를 극심한 분열로 치닫게 한 책임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탄핵심판과 내란혐의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도, 자신의 명령에 따른 군인들이 구속돼 있다는 사실도 잊은 듯했다. 지금의 석방이 계속될 것처럼 혼자서만 이 승리가 영원한 승리일 것으로 착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역사와 미래의 평가는 안중에도 없는 듯 내란옹호에 열심인 국민의힘도 잠깐의 승리만 탐하기는 마찬가지다.

올림픽 조정 은메달리스트이자 영국 외무부 외교관 출신인 캐스 비숍은 저서 ‘롱 윈(Long Win)’에서 “승리에 집착할수록 우리에게 유익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제는 마주해야 한다”면서 찰나의 영광이 아닌 오래 지속되는 승리를 추구할 것을 이야기한다. 찰나의 영광에 집착할수록 갈등과 반목, 대립을 낳고 결국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하면서.

우리 정치권이 구시대적인 잠깐의 승리에 도취돼 권력을 남용하면서 사회는 분열되고 있다. 정치인들이 찰나의 승리를 위해 국민을 선동한 후과는 결국 국민에게로 돌아온다. 분열과 갈등을 막고 ‘오래 지속되는 승리’를 꿈꾸는 이가 우리에겐 아직 없는 것인가.

박소원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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