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OPEC<석유수출국기구> 갈등 국제유가 급변 우려
유가 낮추려는 트럼프, 끌어올리려는 OPEC … 재생에너지 성장둔화되지만 멈추지 않을 것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감산 갈등이 심화되면 국제유가가 급격히 변동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24일 한국석유공사가 펴낸 ‘트럼프 2.0 시대, 에너지시장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적극적인 원유증산 전략은 국제유가 하락을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OPEC과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의 연합체인 OPEC+와 대립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낮은 국제유가로 자국 소비자의 부담을 완화하려고 한다. 하지만 OPEC은 감산을 통해 유가를 유지하려는 전략이어서 상호 입장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당시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 국가들에게 원유증산을 요구하며 갈등을 초래한 바 있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도 관세부과 등으로 OPEC 국가들을 압박해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조사결과 OPEC 회원국 등 주요 중동 산유국들은 국가 재정균형을 맞추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80~120달러 수준으로 유지돼야 한다. 산유국 정부의 재정이 적자가 되지 않는 수준의 균형재정 유가는 사우디 84.7달러, 이라크 90달러, 알제리 119.4달러, 이란 123.9달러에 이른다.
이들 국가는 석유산업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절대적이어서 장기적인 경제발전과 산업 다각화를 위해 고유가를 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저유가를 위한 OPEC의 원유 증산 가능성은 낮은 셈이다.
때문에 미국과 OPEC가 석유공급 문제로 대립할 경우 산유국들은 추가 감산조치로 대응해 국제유가 변동성을 확대시킬 위험이 크다. 아울러 트럼프 정부가 이란이나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제를 강화할 경우 국제 원유시장은 공급리스크가 발생해 오히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석유공사는 “미국의 에너지시장 변화는 에너지비용 완화라는 기회와 함께 공급 불확실성이라는 위험도 동시에 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2기 정부의 친화석연료 정책으로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25년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일평균 1359만배럴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2026년 1373만배럴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텍사스주 퍼미안분지와 같은 주요 셰일유전에서 생산확대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셰일오일의 평균 생산단가는 배럴당 50~60달러로 조사된다. OPEC 주요 국가들의 균형재정유가가 상당한 격차를 보이는 부분이다.
또 석유공사는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의 경우 단기적으로 성장속도가 둔화되겠지만 성장자체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국 재생에너지협회(ACP)는 트럼프 재임기간 동안 규제 불확실성과 수입산 부품 관세부과 우려 등으로 2025년 유틸리티급 태양광 설치량이 전년대비 약 16% 감소할 것으로 봤다. 풍력발전도 연방정부 차원에서 해상풍력 임대 및 인허가 절차 재검토를 지시해 미 동부연안의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재생에너지 100%(RE100)를 선언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IT기업들의 에너지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설비투자가 크게 위축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텍사스 등 일부 지역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발전단가보다 더 낮아져 일정부분 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는 “트럼프 1기 정부 때도 재생에너지산업 위축에 대한 우려와 달리 미국내 전기차시장이 커지고, 재생에너지 사용이 늘었다”며 “탄소배출량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