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중국이 쏘아올린 글로벌 골드러시

2025-03-25 13:00:14 게재

국제 금 가격이 온스당 3000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14차례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우며 15% 오른 결과다. 40차례 신고가로 온스당 1000달러 이상 상승한 지난해와 비슷한 상승세다. 직전 금값 상승기였던 2000년 초 온스당 298.6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20년 새 10배 오른 셈이다.

한국은행이 금 매입을 중단한 2013년 이후의 상승 폭만 따져도 3배 이상이다. 달러 못지않은 안전자산이자 상품 가치도 뛰어난 금의 속성상 경제나 지정학적 불안기에 상승하는 게 특징이다. 트럼프 발 경제 불확실성은 중앙은행과 민간의 금 수요를 늘릴 수 있는 요인이다.

트럼프 발 경제 불확실성에 중앙은행과 민간 금 수요 늘려

세계금협회(WGC) 데이터를 보면 중앙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지난해 매입한 금만 1045톤이다. 1년 전보다 6톤이나 늘었다. 2019년과 비교하면 60%나 증가한 수치다. 전 세계 금 거래량 4974톤의 21%에 해당하는 규모다. 글로벌 중앙은행은 3년 연속 1000톤 이상의 금을 매입 중이다. 2010년에서 2023년 사이 연평균 매입량인 550톤의 2배 수준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까지 매년 100톤씩 금 보유를 줄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말 기준 중앙은행 금 보유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으로 8133.5톤이다. 이어 독일(3351.5톤) 이탈리아(2451.8톤) 프랑스(2347.0톤) 러시아(2335.9톤) 중국(2279.6톤) 순이다.

중국은 1월에만 4.4톤의 금을 더 매입해 외환보유고 중 금 비중을 6%로 늘렸다. 2015년 이후 10년간 사들인 금만 1215톤 규모다.중국이 금을 사면 국제시세도 오른 이유다. 인민은행은 2022년 이후 18개월 연속 금을 매입했고 5개월간 중지했다가 다시 4개월째 연달아 매입 중이다. 외화보유고 중 금 비중을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와 같이 7% 수준으로 늘리려는 눈치다.

중국의 외화보유고는 1월 말 기준 3조2090억달러다. 한 달 사이 66억달러가 늘었는데 금 보유를 늘린 결과다. 중국은 지난 5년간 미 국채를 줄이는 대신 금 비축을 늘리고 있다. 중국의 미 국채보유액은 지난해 말 기준 7686억달러다. 2019년 1조699억달러에서 5년간 3000억달러나 팔아치운 셈이다.

중국 중앙은행의 금 보유액은 미국의 27.8% 수준이다. 중국이 미국과의 경쟁에 대비하고 달러 패권 지위까지 도전하려면 금 보유량을 미국의 40% 내지 50%로 올려나갈 수밖에 없다. 1000~1800톤의 금을 더 보유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현재 시세로 환산하면 1000억~1800억 달러가 필요하다.

중국이 금 보유를 늘리려면 보유 중인 미 국채를 팔 수밖에 없다. 중국의 미 국채 매각과 금 시세 상승이 얽혀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전통적으로 금장식을 선호하는 민간 수요도 최근 급증세다. 지난해 기준으로 626억달러로 1년 만에 10% 늘어난 규모다. 인도의 616억달러를 웃도는 액수다.

금괴나 금장식품 수요 증가는 중국의 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른 투자 수익률 하락과도 무관치 않다. 국채수익률이나 펀드 보험상품 수익률이 떨어지다 보니 금 사재기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중국 내 금 거래량은 20%나 늘었다. 실물 외에 금 ETF 거래는 91%나 증가했을 정도다.

단기차익 추구보다 장기간 보유하는 투자전략 세워야

금값 전망은 엇갈린다. 1971년 온스당 35달러의 금 태환 정책을 중지한 이후 100배 가까이 치솟은 만큼 역사상 3번째 골드 랠리가 멈출 수도 있다. 하지만 공급이 한정적이고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불안을 해소하기 어려운 만큼 오를 여지도 있다.

한국은행은 금값 상승기인 10년간 보유량 104톤을 유지 중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연준의 통화정책과 트럼프 발 상호관세를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단기차익 추구보다 장기간 보유하는 투자전략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현문학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