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단체장 대선출마, 행정공백은 어쩌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대선 출마가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출신이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는 경기지사, 경선 후보였던 이낙연 전 총리는 전남지사 출신이고 국민의힘 경선 후보였던 원희룡 전 장관은 제주지사 출신이다. 김경수 김관용 김두관 김태호 손학규 안희정 양승조 등도 광역단체장 출신이다. 이들 광역단체장이 유력 대선 후보군에 포함된 것은 30년 축적된 지방자치의 효능감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반길 일이다.
하지만 현역 단체장들의 임기 중 출마는 한번쯤 고려해 봐야 한다. 그들의 정치적 영향력과는 달리 오히려 지방자치 제도를 근본적으로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지자체장들의 대선 준비는 필연적으로 지방행정의 공백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대선을 겨냥한 정치 활동이 본격화되면 지역 발전을 위한 중장기 행정은 표류하게 되고, 조기 사퇴하면 행정의 연속성도 훼손된다.
대선 출마를 결심한 단체장들이 단기적 정치효과를 위해 무리한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의 성급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불러온 결과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방 공직자들의 정치중립 의무 위반 우려도 크다. 단체장들이 임기 중 대선에 도전했다가 실패해 되돌아온다고 생각하면 해당 지자체 공무원들이 정치중립을 지키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미 공무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단체장의 정치적 의견이나 행동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징계나 처벌을 받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단체장이 임명한 정무직 공직자들이 지역보다는 해당 단체장들의 정치활동을 지원하는 일에 주력한다면 이 또한 이미 임용 목적을 상실한 것이다.
특히 조기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이 런 우려는 더욱 커졌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실제 헌재가 인용하면 출마할 단체장이 여럿이다.
이미 홍준표 대구시장은 사퇴 후 출마 의사를 밝혔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출마도 기정사실로 보인다. 김동연 경기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김영록 전남지사도 사실상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여기에 이철우 경북지사, 김태흠 충남지사, 박형준 부산시장도 넓은 범위로는 후보군에 속한다. 아직 임기가 1년 이상 남아있는 이들의 출마가 곧바로 행정공백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시·도지사들도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정치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퇴시기 제한 등 행정공백을 최소화할 안전장치는 필요해 보인다. 보궐선거가 치러질 경우 비용 부담 제도도 고려해봄직하다. 이번처럼 상당수 단체장이 후보군에 들어 있는 지금이 제도 정비에 대해 고민해 볼 적기다.
김신일 자치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