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대미투자 총 61조원으로 늘어

2025-03-25 13:00:14 게재

‘현지투자·생산’ 트럼프 의도에 부합한 투자 … 내달 2일 발표 상호관세에 미칠 영향도 관심

현대자동차그룹이 24일(현지시간) 향후 4년간 미국에 총 210억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힘으로써 대미 투자액이 총 415억달러(61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정부 출범 후 한국기업이 대규모 현지 투자계획을 밝힌 것은 현대차그룹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 제조업 재건 등 트럼프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사업기회를 확대해 미국에서 톱티어(일류)기업으로서 위상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현대차그룹의 투자계획을 직접 소개하며 관세부과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 발표로 1986년 미국시장 진출 이후 현재까지 현지에 총 205억달러(30조원)를 투자한 데 이어 대미 투자액이 총 415억달러로 늘었다. 미국에 그룹차원 최대 해외투자를 단행한 셈이다.

미국 현지공장을 설립해 일자리와 생산을 늘리고, 미국기업과 협력을 강화한다는 취지의 이번 투자는 그동안 관세부과 압력으로 미국 현지 투자·생산을 강조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에 가장 부합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미국이 일본제철의 미국 US스틸 인수를 불허하는 등 기간산업인 철강분야에 대한 장벽을 높이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270만톤 규모 전기로 제철소 설립은 눈길을 끈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투자계획은 4월 2일 예고된 국가별 상호관세 발표보다 앞서 나왔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현대차그룹 투자를 소개하며 관세와 관련된 몇가지 언급을 했는데 이 발언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자동차를 만든다”며 “그 결과 그들은 관세를 낼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현지 생산제품에 대해 관세를 물리지 않는다는 일반적인 의미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현대차그룹에 대해 어느 정도 관세 유예를 시사한다는 뜻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주의에 기반한 관세부과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국가나 기업의 미국경제 기여에 따른 예외 가능성을 계속 거론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2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세부과 필요성을 역설하면서도 미국 자동차업계 요청을 받아들여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자동차분야 관세를 유예한 사실을 거론하며 “유연성은 중요한 단어”라고 말했다. 이는 관세를 획일적으로 적용하기보다 미국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어느 정도 조정할 여지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이번 투자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영향권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나아가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에 영향을 미칠지도 초관심사다.

앞서 백악관은 관세 등 통상정책에 따른 현지투자의 대표사례로 현대차그룹을 4차례나 소개한 바 있다.

백악관은 “미국에 대한 투자가 잠재적인 관세에 대한 최선의 해독제”라는 현대차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을 소개하며 현대차그룹이 HMGMA를 통해 현지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대제철의 제철소 설립 검토 보도도 여러 차례 거론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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