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통합 출범했는데 업적급 피소

2025-03-26 13:00:01 게재

2004년부터 직원 임금인상분 차등지급 논란 … 아시아나항공에 적용 검토, 파문일 듯

20여년간 직원 임금 인상분을 ‘업적급’으로 적립해 차등지급한 대한항공이 피소됐다.

대한항공 직원 A씨는 “회사측이 부적법하게 업적급 제도를 시행해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서울남부지법에 임금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이번 소송에서 자신이 받아야 할 임금 인상분 중 개별 평가를 통해 받지 못한 임금 799만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소송에서는 근로자 임금인상분을 차등지급할 수 있는지, 노동조합의 동의 절차가 적합한지 등이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대한항공 안팎에서는 업적급 제도에 대한 찬반 의견이 나오고 있어 소송 결과에 따라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이 인사시스템 개편에 나설 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회사는 2004년부터 성과평가에 따른 차등지급을 목적으로 업적급 제도를 시행해왔다. 이는 단체협약 상 임금협약에 따른 임금 인상분을 재원으로 할당해 다음해 3월에 개별 성과평가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제도다. 등급별로 1등급 150%, 2등급 125%, 3등급 100%, 4등급 75%, 5등급 50%를 지급받는다.

A씨는 “근로자 임금인상분을 개별 평가해 차등지급하는 것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으로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소 청구 취지를 설명했다.

대한항공 측은 근로자 대표와 협의 후 업적금 제도를 도입했고 법적인 쟁점은 없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업적급 제도 도입 당시 회사는 법적 요건인 과반수 노동조합 동의에 더해 대상 직원들의 동의도 받았다”며 “업적급 제도 도입 이후 현재까지 노동조합이나 직원이 회사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소송을 제기한 적 없다”고 밝혔다. 특히 "업적급은 기본급과는 다른 독립된 임금항목으로 임금 인상률이 정해지면 기본급과 업적급이 각각 인상되고 성과평가에 의해 차등 지급되는 것은 업적급에만 해당한다"며 "이는 연봉제 도입의 다양한 형태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A씨는 “회사측은 노동조합에 대해 강성 노조원은 갖은 방법으로 축출하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직원들을 회유해 대의원을 회사측에 우호적인 사람으로 교체했다”며 “이를 통해 회사측에 선 대의원을 통해 노조위원장을 선출해 업적금 제도를 시행했기 때문에 이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A씨는 본인이 2000년 11월부터 2007년 5월까지 7년여간 대의원을 회유해 교체 업무를 담당해온 노무실 출신이라고 밝혔다.

일부 직원들도 이 제도에 반대하고 있다. 대한항공 한 직원은 “차장급부터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고 인상된 연봉 중 일부를 떼어놓고 등급을 매겨 준다는 것이다”며 “결국 우리가 받아야할 것을 등급을 매겨 차등지급하는 것으로 이는 임금체불”이라고 말했다. 송민섭 대한항공 직원연대 지부장도 “임금을 회사에서 평가해 차등지급하는 것은 문제”라며 “재도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측은 들은 체 만 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인수합병한 아시아나항공에도 업적급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노조의 반발도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2027년까지 아시아나항공과 통합하는 절차를 추진 중이다. 이 절차에 임금 제도 개편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측은 “아시아나항공 통합 과정에서 갈등 및 혼란 최소화를 위해 임금체계를 포함해 양사의 전반적인 제도를 대상으로 검토 중”이라며 “업적급 제도 운영 여부에 대해 아직까지는 결정된바 없다”고 알려왔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관계자는 “현재 양사간 임금 통합 등의 문제를 맞춰가는 과정이고 업적급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아직 협의해온바 없다”며 “이런 제도라면 근로자 개별 동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성배·한남진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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