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성공에 고무된 중국, 시장에 AI모델 쏟아낸다
오픈AI 등 서구기업, 수익악화 우려에 사업모델 재고
전문가들 “중, 전기차·태양광처럼 AI시장도 재편할 듯”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는 관련업계가 수십억달러를 들여 AI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 이상을 보여줬다. 바로 오랫동안 잠자던 중국 기술업계를 깨웠다는 점이다. 오픈AI, 엔비디아 등 서구 유력 기술기업들이 그로 인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 “딥시크가 올해 1월 고작 수백만달러를 들여 강력한 성능의 AI모델을 출시한 이후 중국 기술기업들이 잇따라 비슷한 제품을 시장에 쏟아내고 있다”며 “지난 2주 동안 최소 10개 주요 제품을 출시하거나 업데이트했다. 그것도 이름난 대기업들만 따진 수치다. 이들은 오픈AI와 알파벳 등이 고가의 프리미엄을 붙여 제공하는 서비스를 저가에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두는 딥시크의 ‘R1’과 직접 맞붙기 위해 ‘어니X1’을 공개했다. 알리바바는 자체 AI에이전트를 내놓았고, 기존 추론모델을 업그레이드했다. 텐센트는 R1과 경쟁할 ‘훈위안T1’을 출시했다. 딥시크 기존 V3모델을 업그레이드했다. 세계 최대 음식배달서비스 기업인 메이퇀도 AI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붓겠다고 선언했다.
블룸버그는 “가속화하는 성능향상은 중국 기업들이 딥시크 성공의 마차에 뛰어올랐다는 의미를 넘어서고 있다. 이들이 내놓는 거의 모든 AI 모델은 오픈소스 형식인데, 이는 전세계 표준을 설정하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노력을 상징한다”며 “아직 중국 AI가 서구 개발사들의 최첨단 시스템과 동등하거나 이를 능가한다는 판단은 이르다. 하지만 중국이 내놓는 새로운 선택지들이 미국 선도적인 AI 기업들의 사업모델에 큰 부담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딥시크에 자극 받은 오픈AI는 전략적 균형을 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비공개했던 기술 일부분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방안을 고민중이다. 고가의 AI 전용칩을 생산하는 엔비디아는 딥시크의 저비용 사업모델이 확산된다면 이익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AI검색엔진 스타트업 벡타라의 창업자이자 CEO인 아마르 아와달라는 “고공행진중인 엔비디아의 밸류에이션이 불가피하게 조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은 지난 수년간 완전자동화, 철두철미한 비용삭감 등을 통해 전기차와 태양광패널 등 다양한 부문의 글로벌 경쟁업체들을 압박해왔다. 그같은 흐름이 AI업계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와달라 CEO는 “중국 AI 생태계를 통해 글로벌 기업들의 이익마진이 크게 압박 받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AI모델 제조사뿐 아니라 AI 인프라와 응용프로그램을 구축하며 AI업계 성장을 주도하는 대형 기술기업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딥시크 등 오픈소스에 고성능, 자원효율성을 갖춘 AI 모델들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와 기업들이 딥시크를 금지한 미국과 인도에서도 사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 AI 개발사들은 시장을 재편하는 것은 물론,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거대 기술기업들이 AI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을 던지게 하고 있다.
기술기업 컨설팅회사 ‘모너베이트(Monevate)’ 창업자 제임스 윌튼은 “중국 기업들의 의도가 시장을 교란하고 점유율을 늘려가는 것이라면, 그것은 들어맞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AI 개발을 촉진하는 중국 클라우드 제공기업들은 가격을 크게 낮추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저가경쟁은 중국을 넘어 전세계로 확산될 조짐이다. 헤지펀드 ‘인터커넥티드 캐피털’ 창업자 케빈 쉬는 “중국 생태계 내에서 벌어지는 가격전쟁이 다른 시장들로 파급되는 건 자연스런 진화과정”이라고 말했다.
알리바바 회장 차이충신은 25일 홍콩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데이터센터 구축과 관련한 글로벌 경쟁이 잠재적으로 거품을 형성할 수 있다”며 “현재의 확장추세가 AI 서비스 수요를 능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들려오는 숫자들에 매우 놀라고 있다. 사람들은 1000억달러 투자니, 5000억달러 투자니 이야기한다. 나는 그게 전적으로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오픈소스 AI 모델들로 촉발된 가성비 경쟁이 향후 몇달 내 컴퓨터비전과 로보틱스, 이미지생성 등 인접부문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벤처투자기업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제너럴 파트너를 지낸 기술투자자 발라지 스리니바산은 “중국은 하드웨어 제조에 강점을 갖고 있기에 더 저렴하고 접근가능한 AI 모델은 이를 통해 구동되는 각종 기기의 수요를 더욱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연구하고 모방하고 최적화한 뒤 저가공세와 막대한 규모로 업계 모든 이를 파산케 만든다. 이제 그같은 방식을 AI 부문에서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