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MO 감자 수입적합 판정, 관세 협상용인가
안전성 문제로 수입 금지했던 심플로트 감자 … 미국 상호관세 부과일 한달 앞두고 ‘밀실 승인’ 의혹
정부가 미국산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감자 수입 적합 판정을 뒤늦게 공개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27일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LMO 위해성 심사위원회’는 2월 21일 미국 감자 생산업체 심플로트의 LMO 감자 ‘SPS-Y9’에 대한 작물 재배 환경 위해성 심사를 마치고 적합 판정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심사위원회는 ‘유전자 이동성’ ‘잡초화 가능성’ ‘주변 생물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평가한 결과 유전자가 다른 생물체로 이동하거나 주변 야생종과 자연 교배돼 잡초화할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했다.
농촌진흥청은 이같은 사실을 심사 주관 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통보했다. 농진청은 “식품용 LMO 감자가 국내 작물재배 환경에 비의도적으로 방출되더라도 위해를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미국 LMO 감자 수입은 마지막 관문인 식약처 승인(안전성 검사)만 남겨 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심사 결과를 뒤늦게 밝혀 밀실 평가를 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농식품 유전자변형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큰 상황에서 이같은 심사 결과가 알려질 경우 농업계 반발이 거세지고 결국 미국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앞섰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 압박을 통한 농산물 수입 개방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LMO 수입 허용 카드를 꺼낸 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분석의 배경에는 그동안 한국이 미국산 LMO 감자를 수입한 적이 없다는 점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관세 협의를 진행한 2월 26일 이전에 심사가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심플로트사는 LMO 감자를 7년 전인 2018년 4월 우리나라에 수입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LMO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수입 허가를 받지 못하다 이번 심사에서 전격 통과됐다. 해당 감자 품종 개발자인 카이어스 로멘스 박사(품종 개발 당시 심플로트 근무)는 유전자변형 감자 개발 과정에서 오히려 독성물질(발암물질 포함)이 축적됐기에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심플로트사 LMO 감자는 주로 패스트푸드점에서 감자튀김용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청소년들이 즐겨먹는 햄버거나 치킨집에서 주로 사용하게 된다. GMO반대전국행동은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수입 절차 철회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자녀세대의 먹거리 안전성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강말숙 한살림동서울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은 “어린이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패스트푸드점에서 판매하는 감자튀김에 LMO 감자가 원료로 사용될 가능성, 정작 패스트푸드점 등의 식품접객업 분야는 유전자변형 표시 의무가 없기에 무엇이 GMO 감자튀김인지도 알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LMO 환경성 문제로 국내 토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주목할 점이다. LMO 감자가 국내 토종 감자와 교배될 경우 생물 다양성이 줄어들 수도 있다. 감자 재배과정에서 특정 해충이나 병원균에 내성이 생길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같은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심사위원회에서 수입 허용을 결정한 것은 배경에 미국 관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농산물 문호를 선제적으로 개방하며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기도 한다. 미국이 상호관세 부과일을 4월 2일로 정해 놓은 촉박한 상황에서 협상 카드로 선택한 LMO 수입 허용이 사전에 알려질 경우 국내 농업계의 반발이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농업계는 이번에 LMO 감자 수입을 허용하면 다른 품목의 LMO 비관세 장벽도 제거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LMO 작물 수입에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고, 일본은 LMO 감자를 일부 허용하고 있지만 표시와 관리 기준이 까다롭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표시기준 등이 엄격하지 않아 수입 시 국내 시장 확산속도가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