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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세대상생 연금개혁

2025-03-27 13:00:03 게재

연금제도는 급여의 적정성, 재정의 지속 가능성, 대상의 보편성 차원에서 ‘일부분을 가지고 전체인 것’처럼 말하는 군맹무상(群盲撫象)의 코끼리와 같다. 노후 생활의 안정을 바라는 현세대와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방점을 두는 미래 세대의 갈등으로 연금개혁에 대한 정치적 합의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OECD 선도국들이 겪고 있는 연금개혁의 몸살을 타산지석 삼아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 때 연금 개혁에 성공했다. 2025년 계엄과 이에 맞물린 탄핵정국에도 정당 지도자의 결단과 적극적인 중재로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2026년부터 소득대체율을 43%로 높이는 연금개혁을 이루어 냈다.

세차례의 연금개혁에도 불구하고, 초저출생과 급속한 고령화가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기본적인 노후소득보장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연금구조 개혁을 통해세대 간 갈등 완화와 아이의 웃음소리가 넘쳐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국회개혁특위에 박수를 보내며, 개혁을 위한 제언을 덧붙인다.

다층 노후소득보장체계 정립이 기본방향

우선, 개혁의 기본적인 방향은 국민·기초·퇴직·개인연금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다층 노후소득보장체계 정립이어야 한다. 노후 소득을 안심하고 보장하기에는 국민연금 제도 하나만으로는 버겁다. 국민연금 제도가 반듯한 주춧돌의 역할을 하면서 나머지 제도들이 국민의 노후를 충실하게 보장하도록 재정립하자.

둘째, 연금 수급연령과 정년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소득 공백을 없애야 한다. 연금지급은 최초 60세였는데 2013년부터 1세씩 5년마다 늘어나 2033년에 65세가 된다. 정년까지 일하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최장 5년간 연금 없이 버틸 수 있을까? 1999년 개혁 때 30년간의 점진적이고 장기적인 연령 조정을 법에 담은 취지는 정년도 수급연령에 맞춰 올리자는 것이었다.

셋째, 퇴직금을 ‘월별 분할 지급’ 방식의 퇴직연금으로 의무 전환하도록 개혁하자. 국민연금은 일시불로 받는 반환일시금을 연금으로만 받을 수 있도록 바꾸었다. 근로자가 월 통상임금의 8.3%를 퇴직 시 받도록 적립하는데 목돈이 아쉬운 상황에서 일시금으로 받는 것이 관행이었다. 퇴직 후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월별로 같이 받는다면, 기본적인 노후 생활을 영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넷째, 국민연금은 작년 말 1213조원 규모의 글로벌 대형 연기금으로 성장했으며, 누적 운용수익금은 738조원에 달한다. 기금의 운용 수익률이 1%p 높아지면 기금 소진 시점이 5년 늦춰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퇴직연금의 의무화와 연금 보험료율 인상으로 늘어나는 운용자산의 증가는 우리나라 금융산업을 선진화하고 성장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자본시장의 규제를 과감하게 개선해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와 국내 자산운용사가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자산 배분을 위한 의사결정 구조를 대표성과 전문성이 균형을 이루도록 개선하자.

다섯째,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과의 형평성을 제고하자. 특수직역연금의 재정이 갈수록 나빠지면서 연금지급을 위해 작년에만 약 10조원의 혈세를 투입했다. 최악의 재정 상태인 특수직역연금은 그대로 둔 채, 재정이 보다 안정화된 국민연금을 근원적으로 개혁하자고 주장한다면 국민 공감대를 얻기 쉽지 않다.

끝으로, 급격한 고령화로 기초연금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정년 조정이 된다면 수급 연령 조정도 필요해 보인다. 연금제도가 성숙되어 OECD 국가의 연금 평균액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시점에, 생활이 어려운 노인에게 기초연금 수급액을 높여 빈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합리적 변화도 고려해 보자.

정치권과 정부, 연금개혁 위해 머리 맞대야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면 누구나 노인이 된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빈고(貧苦)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국민연금 제도가 회색 코뿔소가 되어 미래의 위험으로 다가오는 상황이다. 세대 간 갈등과 다양한 이해관계의 조정을 위해 정치권과 정부가 연금개혁을 위해 머리를 맞대 진지하게 숙고하고, 국회 연금개혁특위가 우리 공동체의 지향점을 찾아가는 개혁 논의를 유연하게 추진해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양성일

고려대 특임교수

전 보건복지부 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