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확산 거세…경북·강원·부산·지리산 위협
사망 26명, 실종 1명 역대 최대
비소식에도 강우량 적을까 걱정
경남 산청산불이 지리산국립공원 안까지 번졌다. 경북 의성산불은 안동·청송·영양·영덕을 지나 울진과 강원까지 번질 기세다. 울산 울주산불은 부산까지 위협하고 있다. 일주일째 이어진 전국동시다발 산불로 26명이 숨졌고, 피해 면적이 축구장 9만개 넓이로 늘어났다.

27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의성산불 피해가 가장 심각하다. 22일 의성에서 시작된 불은 안동·청송·영양·영덕 등 인근 4개 지역으로 번져 헬기추락으로 사망한 조종사 1명을 포함해 2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실종자도 1명 남아있다. 부상자도 속출했다.
피해면적이 15만㏊를 넘어섰다. 불은 26일 주왕산국립공원으로도 번졌다. 국립공원 1000㏊가 불에 탔고, 탐방지원센터와 간이화장실 등 건물 3개 동이 전소됐다. 주왕산국립공원 지역에 있는 천년고찰 대전사도 위협을 받고 있다.
21일 시작된 산청산불은 26일 오후 바람 방향이 바뀌면서 북쪽인 지리산국립공원까지 옮겨붙었다. 이 때문에 지리산 중산리 일대 전체 주민과 인근 삼정면 대포·황점·내원·다감마을에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지리산국립공원 피해면적은 27일 오전 10시 30분 현재 약 200㏊다.
22일 발화한 울산 울주산불도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불길은 경남 양산시 경계까지 번졌고, 부산 기장군 경계 1.5㎞ 지점까지 접근한 상태다. 다행히 27일 오전 6시 기준 적은 양이지만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26일 저녁 68%에 그쳤던 진화율은 76%까지 올랐다.
이번 산불로 인한 인명피해도 역대 최대 규모다. 의성산불이 경북 북부 4개 시·군으로 빠르게 번지면서 영덕 8명, 영양 6명, 안동 4명, 청송 3명 등 21명이 숨졌다. 청송에서는 25일 실종된 1명을 찾지 못하고 있다. 26일 의성산불 진압 중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도 사망했다.
앞서 22일 경남 산청산불로 사망한 진화대원 등 4명을 더하면 사망자는 26명, 실종자는 1명이다. 부상자도 공식 집계된 숫자만 중상자 12명을 포함해 26명이다. 인명피해가 최소 53명이다.
이재민도 3만명을 넘어섰다. 27일 오전 9시 기준 경북 북부 2만9911명, 울산 울주 5249명, 경남 산청·하동 1894명 등 3만7185명이 산불 위협에 긴급히 대피했고, 이 가운데 1만7600명은 귀가하지 못하고 임시대피시설에 머물러 있다.
산불 관련 국유재산 피해도 15건에 이른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26일 기준 국가지정 문화유산이 11건, 시·도지정 문화유산이 4건이다. 국가지정 민속문화유산인 청송 사남고택이 전소됐고, 송소고택과 서벽고택도 일부 소실됐다. 국가지정 명승인 안동 만휴정 원림과 백운정 개호송숲 일원도 일부 소실됐다.
국가지정 천연기념물인 안동 구리 측백나무숲이 일부 소실됐으며, 영양 답곡리 만지송에 대한 피해도 확인하고 있다. 다행히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까지는 아직 불길이 닿지 않았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당분간 동쪽 지역을 중심으로 대기가 매우 건조한 상태가 지속될 전망이다. 27일 전국에 비가 내릴 예정이지만 경상권에는 5㎜ 안팎의 적은 양만 예상된다. 또한 강원 동해안과 경상권을 포함한 대부분 지역의 건조특보가 내리는 비에도 불구하고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산불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신일·송현경·김아영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