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양한 탄소중립 시나리오 담은 에너지 계획 필요하다

2025-03-27 13:00:07 게재

올 2월 출범한 제2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오는 9월까지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제시할 예정이다. 이 중에서 발전 부문 감축 목표는 다시 하위 에너지 계획인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에 반영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계획들이 다양한 시나리오를 반영하지 않는 단일 계획이라는 점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은 각국의 정치·경제·사회·기술 요인들에 따라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달성될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10년 이상 장기 에너지 계획은 이러한 요인들에 따라 급변할 수 있는 미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들을 담은 유연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과 동시에 파리협약 탈퇴, 전 정부의 기후 및 청정에너지 대책 폐기, 국가 에너지 위기 선포 등을 쏟아내며 화석연료 증산을 통한 에너지 독립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간 공격적인 탈탄소 정책을 추진해왔던 독일은 에너지 가격폭등과 경제위기로 연정이 붕괴됐고, 차기 유력 총리인 메르츠 기민련 당수는 전력망 개혁과 함께 최소 50개 이상의 천연가스 발전소를 건설해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탄소중립 위한 에너지전환 속도 둔화 추세

탈탄소 전략을 야심차게 추진한다고 평가받던 오일 메이저 기업 BP는 2월 이를 폐기하고 석유가스 생산에 중점을 두는 근본 전략으로 돌아섰다. 이에 더해 빅테크 기업들은 나날이 급증하는 AI 컴퓨팅 및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보다는 천연가스 발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최근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 속도가 둔화되고, 에너지 믹스 전망에도 상당한 불확실성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중대성이 부각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AI 시대의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천연가스’의 수요 변동성은 앞으로 에너지 계획에서 다뤄야 할 주요 사안이라 하겠다.

일본정부는 지난 2월 2040년까지의 에너지 기본계획에 해당되는 ‘제7차 전략적 에너지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주목할 것은 단일 전망 수치를 발표했던 과거와 달리 미래 혁신기술의 성숙도·공급 가능성·경제성 등을 감안한 시나리오에 따라 에너지원별 수급 전망 범위 수치를 발표했다는 점이다. 특히 재생에너지를 주력전원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혁신기술 보급전망에 따른 시나리오별로 2040년 경 LNG 수요가 5300만톤에서 7400만톤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정부는 이렇듯 다양한 에너지 수급 전망과 혁신기술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LNG 장기계약 확보 등과 같은 에너지 안보 차원 대책들도 동시에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 안보·경제성·환경성 등을 두루 만족시키는 완벽한 에너지 계획은 없겠지만 급변하는 환경 변화와 미래 불확실성을 감안해 유연하고 회복 탄력적인 에너지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유연하고 회복 탄력적인 계획 수립해야

과거 최상위 에너지 계획이었던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폐지됐지만 정부는 하위 계획들에 반영될 수 있도록 연내 ‘장기 에너지 수급 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시나리오별 전망 수치들이 포함될 것이라 하는데 이에 발맞춰 다양한 탄소중립 시나리오들이 반영된 하위 에너지 계획들이 수립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경식 한국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