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동시다발 산불 일주일째…26명 사망

2025-03-27 13:00:05 게재

진화율 70%대 제자리걸음

경북북부 10~20%에 그쳐

일주일째에 접어든 전국동시다발 산불이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진화에 나섰지만 진화율이 7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적이는 영양군 산불 대피소 26일 경북 영양군 영양군민회관 대피소에서 산불로 인해 대피한 주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영양 윤합뉴스

◆경북산불 진화 어려워 =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기준 산청·하동 산불 진화율은 77%다. 불은 지리산국립공원까지 번진 상태다.

의성산불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5시 기준 진화율이 54%로 좀처럼 높아지지 않고 있다. 화선도 125㎞나 남아있다. 의성산불이 옮겨붙은 안동 영양 영덕 청송 지역 상황은 비관적이다. 안동은 52%, 영양은 18%, 영덕은 10%의 진화율을 보인다. 남은 화선도 안동 40.2㎞, 영양 79㎞, 91㎞다. 그나마 청송이 77%이지만, 잔여 화선이 20.24㎞나 된다.

경북 북동부권 산불은 27일 바람의 세기가 초속 5m 이하로 낮아졌으나 여전히 진화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인명피해가 컸다. 27일 오전 9시 현재 집계된 사망자는 모두 22명이다. 전날보다 6명 늘어난 숫자다. 영덕군 축산면에서 2명, 영덕읍에서 1명이 불에 타거나 매몰돼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안동시 임하면에서도 매몰된 주택에서 사람의 뼈로 추정되는 2구가 발견돼 감식 중이다. 이와 별개로 의성군 신평면에서는 산불진화에 동원된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사망했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이 불안했지만 다행히 위험한 순간은 넘겼다. 산불이 병산서원과 하회마을에서 2~3㎞ 떨어진 안동시 풍천면 인금리까지 접근했으나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세기도 약해졌다.

하지만 언제 불길이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라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경북도는 27일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에 특수진화대와 119자원을 동원해 산불지연제 7톤을 살포하고 주요 건물에 물을 뿌리며 산불 확산을 방지하고 있다.

◆산청산불 지리산으로 번져 = 7일째 이어지고 있는 경남 산청산불은 지리산국립공원 내부까지 번졌다. 26일 저녁 6시 기준 500m 안까지 번진 상황이다. 불이 번지면서 지리산 중산리 일대 전체 주민들과 인근 삼정면 대포·황점·내원·다감마을 주민에게도 대피령이 내려졌다. 불은 최초 발화지역인 산청군 시천면을 중심으로 아직 꺼지지 않는 상태다. 인근 하동군과 단성면을 따라 번지던 불은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26일 오후부터 북쪽인 지리산까지 옮겨붙었다.

지난 22일 시작된 울산 울주군 산불도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불길은 경남 양산시 경계까지 번졌다. 부산 기장군 경계 1.5㎞ 지점까지 접근한 상태다. 다행히 27일 오전 6시 기준 적은 양이지만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26일 저녁 68%에 그쳤던 진화율은 76%까지 올랐다. 지금까지 피해 면적은 울산에서 발생한 산불 중 최대 규모인 886㏊로 집계되고 있다.

전북 무주군 부남면 대소리 옥녀봉 인근 산불은 27일 오전 진화작업이 진행 중이다. 26일 밤에 농가 저온창고에서 시작된 불이 산으로 번졌고, 산림당국과 전북소방본부는 27일 06시 30분부터 헬기 5대와 인력 600여명을 투입해 본격적인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산림당국은 이번 산불로 30㏊가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무주군은 불이 나자 인근 마을 주민 90여명을 부남면 다목적회관 등으로 대피시킨 상태다.

한편 전날 전북 순창군 쌍치면에서 발생한 산불도 저녁 10시쯤 진화가 됐으나 밤새 바람을 타고 되살아나 27일 오전 산림·소방 당국이 잔불정리 작업을 재개하기도 했다. 전날 오후 3시 9분쯤 발생한 불은 약 7시간 만에 잡혔으나 27일 새벽 재발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신일·최세호·곽재우·이명환 기자

ddhn21@naeil.com

김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