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 이재명’ 대결구도…전세 역전?

2025-03-27 13:00:11 게재

사법리스크 던 이재명, 아직 탄핵심판대 윤석열

탄핵심판 9전9패 등 이 대표 불리한 정국 벗어나

대통령실 ‘침묵’ … 다음 대선 또 ‘윤-이’ 구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거법 재판 2심 무죄를 받아내며 ‘기사회생’하자 아직 탄핵심판대 앞에 서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전세가 역전된 모습이다. 지난 대선의 경쟁자였던 두 사람은 여전히 대결구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전세가 또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 쏠린다.

27일 이 대표의 2심 결과가 나온 후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무거운 침묵을 유지중이다. 여당 내에서 ‘이재명 무죄’에 대한 당혹스러운 반응이 흘러나오는 것처럼 대통령실과 윤 대통령의 침묵은 기대와는 다른 결과가 나온 데 대한 실망으로 해석됐다. 여권 관계자는 “분위기가 완전 뒤바뀌었는데 (대통령실이) 무슨 말을 얹겠냐”고 말했다.

이번 선고 결과 전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탄핵심판대 앞에 서 있다는 것 말고는 정국이 유리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민주당이 제기한 윤석열정부 인사에 대한 탄핵심판 결과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포함해 모두 민주당의 정치적 패배였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도 기존엔 인용이 당연시됐지만 최근 들어선 기각 또는 각하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제기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관들이 5(기각):2(각하):1(인용)로 제각각 의견을 낸 데다 탄핵소추안 가결 후 100일이 훌쩍 지나도록 헌재가 선고일자를 잡지 않고 있는 점이 이런 전망에 힘을 실었다.

분위기에 힘입어 윤 대통령은 지지층에게 존재감을 내보이는 메시지를 조심스럽게 내기 시작했고, 대통령실은 직무에 복귀한 한 권한대행 중심으로 결집하며 일순 활기를 보였다. 그러나 ‘이재명 무죄’ 판결로 인한 충격은 한창 무르익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당장 이번 무죄를 ‘정치보복 수사에 대한 경종’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여권에 맹공을 퍼부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검찰은 대통령의 정적을 죽이기 위해 지독한 억지 수사와 기소로 이 대표를 괴롭혔다”며 “검찰의 정치보복 수사에 경종을 울린 법원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물론 향후 정국이 계속 이 대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흘러갈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이 대표 무죄 선고 전만 해도 정치권에서 떠돌던 유력 시나리오 중 하나는 ‘윤석열-이재명 동시퇴진론’이었다. 두 사람이 지난 대선의 승부와 상관 없이 적대적 공생을 이어오며 각 진영의 극단적 대립을 부추기는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참에 동시 퇴진하는 게 어떻겠냐는 것이다.

이 대표가 벼랑 끝에서 살아오자 여의도 정치권에선 이번엔 정반대 시나리오가 돌기 시작했다. 이 대표도 윤 대통령도 정치적 사지에서 살아 돌아와 다시 한번 맞붙는 두번째 대결 구도다.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에서 어떤 결과를 받든 다음 대선에는 출마할 수 없지만 굳게 뭉친 강성 지지층을 바탕으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리라는 것이 대체적 예상이다. 이 때문에 다음 대선도 사실상 ‘윤석열 대 이재명’ 2라운드 대결구도가 되리라는 관측도 많다.

다만 이 때도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형사재판은 지속되고, 이 대표는 위증교사 등 나머지 재판도 계속 받아야 한다. 이 대표가 받고 있는 다른 재판 결과는 상반기 중 선고가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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