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홈플러스 사태와 사모펀드의 명암

2025-03-28 13:00:02 게재

지난 4일 업계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2월말 홈플러스는 단기사채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강등되면서 부도가 날 것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매출 6조원이 넘는 대형유통업체가 기업회생에 들어가면서 납품업체, 입점업체, 채권자 그리고 노조까지 모두 큰 혼란에 빠졌다. 법원이 신속하게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면서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결정을 해줘 우선은 영업이 유지되고 있다.

무리한 차입매수와 온라인 전환 실패

특히 금융감독원은 홈플러스가 회생 신청 직전에 신용등급 하락을 알고도 기업어음을 발행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홈플러스 사태로 인해 사회적인 파장이 커지자 정치권은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 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에게 사재 출연을 요구하고 있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기존 부채 2000억원을 승계하면서 약 5조원이 투자됐다. 인수대금은 MBK 블라인드 3호 펀드에서 3조2000억원을 조달하고 나머지는 차입을 통해 마련했다. 부채 규모가 4조원이 넘으면서 이자비용만 연 1800억원을 부담하게 됐다. 하지만 2016년 홈플러스의 영업이익이 3000억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이자가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홈플러스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양호한 현금흐름을 창출한다면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통산업은 쿠팡을 중심으로 온라인으로 전환되었고, 홈플러스는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오히려 홈플러스는 차입금 상환을 위해 보유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화했다. 설상가상으로 2020년 코로나19가 터지자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직격탄을 맞았으며, 부채 규모가 큰 홈플러스는 더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의 주가가 2018년에 주당 30만원이 넘었으나 현재 8만원 이라는점을 고려하면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얼마나 힘든지 짐작해볼 수 있다.

사실 사모펀드는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사모펀드 운영자는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거액을 출자받아 약 5~10년간 운영해 높인 수익을 창출해 돌려줘야 한다. 특히 MBK와 같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경영효율이 낮거나 자금이 필요한 기업을 인수한 후 구조조정을 통해 현금흐름을 개선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서 매력도를 올려 단기간 내 높은 가격에 재매각해야 투자자들이 원하는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

사모펀드는 높은 수익률을 보여줘야 다음 펀드를 조성할 때 자금조달이 수월해진다. 따라서 기업의 장기적인 전략 목표를 수립하고 오랜 기간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는 쉽지 않다.

부작용 줄이고 장점 살리는 규제 필요

홈플러스 인수에 활용된 MBK 블라인드 3호 펀드는 오렌지라이프, 두산공작기계, 네파 등 다양한 기업 인수에 투자했다. 2013년에 인수한 오렌지라이프는 2018년 신한금융지주에 매각하면서 2조원 이상 수익을 달성했으며, 두산공작기계도 1조원 이상 매각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MBK 블라인드 3호 펀드는 기업가치 제고에 실패한 홈플러스와 네파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연 15% 수익은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고수익 배경에는 차입매수를 통해 레버리지를 높이고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였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는 고위험과 고수익을 추구하는 금융자본이다.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을 인수해 6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켰듯이 사모펀드는 저평가된 기업을 매수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경영권이 거래되는 M&A시장에서 사모펀드는 기존 경영자가 효율적으로 경영하도록 압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사모펀드의 주요 투자자는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들이다. 이들은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방식으로 한계에 부딪히자 사모펀드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높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로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높아졌지만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는 부작용은 줄이되 본연의 역할은 수행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수준에서 마련될 필요가 있다.

김범준 가톨릭대 교수 회계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