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토허제 재지정 이후 부동산 시장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가 잠실 등에 지정했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을 풀었다.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요동치자 황급히 토허제를 확대 재지정했다. 시장은 소강상태에 빠졌다. 토허제 해제 및 확대재지정은 가벼운 이슈는 아니지만 시장 전체의 흐름을 좌우할 파괴력은 없다.
우리가 부동산 시장을 객관적으로 전망하려면 토허제 이슈에 과민하게 집착할 것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을 큰 틀에서 규율하는 지표들을 눈여겨봐야 한다. 성장과 금리, 대출이 그것이다.
서울 잠실·청담·대치·삼성(아파트 291곳)에 지정됐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지난달 해제된 이후 강남 3구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요동치자 서울시가 19일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에 나섰다.
주택가격의 오름세가 주변으로도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자 화들짝 놀란 서울시는 기존 해제 지역을 원상회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와 용산구 전체 아파트 단지 2200여곳, 40만가구(총 110.65㎢)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했다.
시장에 혼란만 초래한 토허제 해제와 확대재지정
오 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경솔하게 풀었다가 확대 재지정하는 통에 부동산 시장은 강남 등을 중심으로 대혼란에 빠졌다. 지난달 12일 토지거래허가제가 해제된 송파구와 강남구는 각각 6개월, 4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서초구는 5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거래량도 급등했다. 하지만 토허제 해제로 달아오르던 부동산 시장은 오 시장의 기습적인 토허제 재지정 발표에 빙하기로 급전직하했다. 토허제 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는 급매로라도 물건을 팔겠다는 매도자들의 아우성이 요란하다. 거래는 실종됐다.
토허제 이슈는 제법 묵직하지만 여기에 매몰되면 시장의 큰 흐름을 놓치기 쉽다. 결국 부동산 시장을 큰 틀에서 규율하는 거시지표는 성장 금리 대출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들 지표들이 부동산 시장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먼저 성장률을 보자. 한국은행(한은)은 이미 지난달 25일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하향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1.9%)보다 무려 0.4%포인트 낮춘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11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기존 전망치(2.0%)보다 0.4%포인트 낮췄다. 국책기관들이 모두 1% 중반대의 경제성장을 전망한다는 뜻이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비슷하다.
성장, 금리 등 거시지표 주목해야 시장의 큰 흐름 놓치지 않아
금리도 만만치 않다. 세계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얼마 전 기준금리를 동결한데서 알 수 있듯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 반등세가 심상치 않다.
시장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 국채금리도 내려가기가 어렵다. 현재 36조달러(약 5경2990조원, 2024년 기준)에 달하는 미국의 국가부채가 불어나는 속도가 너무 빨라 국채를 더 많이 발행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출도 녹록치 않다. 당장 토허제에 따른 가격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조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이번 주부터 다주택자, 갭투자(전세 낀 매매)자들의 신규 대출을 제한한다.
토허제 이슈에 갇히지 말고 시장을 큰 틀에서 규율하는 거시지표들을 관찰할 때다. 지금은 호흡을 길게 하고 관망해야 할 시기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