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탄핵 길목 한덕수…마은혁 결자해지? 미임명 명분쌓기?
복귀 1주일 만에 또 탄핵 국면 … 오전 일정 없이 숙고
국무위원 간담회 소집 … 상법개정안·마은혁 논의할 듯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가 직무 복귀 1주일 만에 또 다시 탄핵 기로 앞에 섰다. 한 권한대행은 더불어민주당이 중대결심 운운하며 ‘마은혁 임명 시한’으로 지정한 1일 오전 국무위원 간담회를 소집해 중지를 모을 계획이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건을 놓고 한 권한대행이 결자해지를 할지, 또다른 명분쌓기만 하고 버티기를 지속할지 이날 결정될 전망이다.

31일 정부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은 오는 1일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비공개 국무위원 간담회를 소집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상법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간담회에선 관련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상법개정안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다음달 5일까지인데 그 전에 열리는 정례 국무회의는 1일뿐이다. 만약 날짜를 미룬다면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야 하는데 야당의 줄탄핵 위협이 높아지고 있어 그 전에 마무리지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앞서 한 권한대행은 경제6단체장과 간담회를 열어 상법개정안과 관련한 재계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재계는 거부권을 건의한 바 있다. 한 권한대행은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거부권 행사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위원 간담회가 열리는 1일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마은혁 임명 시한’으로 통보한 날이라는 점에서 마 후보자 임명 관련한 의견교환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30일 박 원내대표는 “한 총리가 4월 1일까지 헌법수호 책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중대 결심을 할 것”이라고 사실상 한 권한대행에 대한 재탄핵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 권한대행 측은 국무위원 간담회와 관련해 “정확한 시간이나 의제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국무위원 간담회 및 국무회의 전날인 31일 오전에 공개일정을 잡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 권한대행이 숙고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 측은 “내부 보고 일정이 많다”면서 “(숙고에 들어갔다는 건) 그냥 해석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이 1일 국무회의에서 마 후보자 임명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는 향후 정국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날 국무위원 간담회에선 마 후보자 임명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명분으로 마 후보자 임명을 또 한번 보류할 경우 ‘재탄핵’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야당 입장에서 ‘줄탄핵’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헌재 선고가 늦어지며 빚어진 혼돈에 대한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어 어떤 선택을 할지 예측이 쉽지 않다.
만약 한 권한대행이 기존의 태도를 바꿔 마 후보자를 임명할 경우에는 정국은 또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변론재개 신청 등으로 헌재 선고가 또 한번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 18일까지 선고가 내려질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만약 그 이후로 미뤄진다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임명이라는 공이 한 권한대행에게 되돌아올 수도 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