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상법개정안 거부권-마은혁 임명엔 또 침묵

2025-04-01 13:00:04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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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가 1일 국무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요구를 하기로 했다. 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5일이지만 나흘을 앞당겨 서둘러 행사한 셈이다. 정부 내에선 “한 권한대행이 탄핵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평이 나왔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해선 침묵을 유지했다.

한덕수 권한대행 국무회의 주재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 권한대행,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1일 한 권한대행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상법 개정안의) 기본 취지에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을 포함한 대다수 기업의 경영환경 및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서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재의요구 이유를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현실에서 어떤 의사결정이 총주주 또는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는 것인지, 법안의 문언만으로는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기업의 다양한 의사결정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혼란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반주주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당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본연의 목적을 넘어 기업의 경영의사결정 전반에서 이사가 민형사상 책임과 관련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됨으로써 적극적 경영활동을 저해할 소지가 높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주도로 처리된 상법 개정안은 회사의 이사가 충실 의무를 다해야 하는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에선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익이 충돌할 때 소액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 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 글을 올려 상법개정안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최근 어떤 상장회사의 3조6000억원 유상증자 발표로 하루 만에 회사 주가가 13% 하락하며 많은 개미투자자가 큰 손실을 봤다”며 “같은 날 모회사의 주가도 12% 넘게 하락했다. 그런데 오늘 모 그룹 총수께서 주가가 떨어진 모회사의 지분을 자녀에게 증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고 썼다.

이 대표가 예로 든 모 그룹은 한화그룹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일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인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소식을 공개한 바 있다. 열흘 후인 31일 김승연 회장은 한화 지분 절반을 세 아들에게 증여해 경영권 승계를 완료했다.

한 권한대행은 국회에 상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요청했다. 그는 “상장회사 중심으로 일반주주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관행이 정착되고 관련 판례도 축적되어 가면서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우리 현실에 더욱 적합할 것”이라면서 “재의 요구 법안과 정부가 제시한 대안을 함께 놓고 국회에서 다시 한번 심도 있게 논의하여 바람직한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마은혁 임명과 관련해 복귀 후 9일째 침묵을 이어갔다. 한 대행은 마 후보자 임명에 대한 압박이 높아지는 가운데 민생행보를 이어가며 애써 거리를 두는 중이다. 전날엔 경기 이천시의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고, 1일 국무회의 직후엔 통상 이슈 대응을 총괄하는 ‘경제·안보 전략 TF’를 출범시켰다.

이 대표의 마은혁 임명 관련 회동 요청도 사실상 거부했다. 전날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이 대표가 한 대행에게 전화를 두 번 하고, 문자메시지를 한 번 보내며 ‘긴급하게 뵙고 싶다’고 했으나 일절 답을 보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한 대행은 임박한 통상 전쟁 대응, 이재민 지원 대책 지휘를 국정 최우선에 놓고 있다”며 “야당 관계자들의 면담 요청 등에 대해서는 경제·민생 현안들에 우선 대응한 뒤 검토하겠다”고 언론공지를 통해 밝혔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선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법 개정안도 심의·의결했다.

한 권한대행은 “오늘 심의를 거쳐 공포되는 법안은 2년 7개월 만에 도달한 결실”이라면서 “이번 연금 개혁으로 노후 소득 보장 강화와 함께 국민연금 기금은 최대 15년이 늘어난 2071년까지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수개혁이 마무리된 만큼 구조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국회 연금특위에) 정부도 적극 참여하고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을 41.5%에서 43%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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