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태 후 기업 자금조달 상황 악화
‘A-’ 하림지주 회사채 미매각
3월 시중은행 기업대출 감소
중견건설사 부도 도미노 우려
홈플러스 사태 이후 기업들의 자금조달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 회사채 시장 냉각이 이어지면서 ‘A-’ 신용등급인 하림지주의 회사채 일부가 미매각됐다. 3월 시중은행들의 기업대출은 2020년 6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중견 건설사들의 부도 도미노가 현실화하면서 ‘4월 위기설’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림지주는 전일 1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그 결과 1.5년물 700억원 모집에서 투자자들은 880억원이 참여했고, 2년물 500억원 모집에서는 4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2년물에서 총 100억원의 미매각이 발생하면서 하림지주는 목표금액을 채우는데 실패했다. 하림지주는 이날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9일 발행 규모를 최대 2000억원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증액 발행은 어렵게 됐다. 하림지주는 당초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을 오는 11일 900억원 규모의 공모채와 오는 6월에서 10월 사이 200억원 규모 일반대출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태 이후 비우량채에 대한 시장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A급 투자 심리도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1분기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는 비우량채 미매각이 종종 발생했다. SLL중앙(신용등급 BBB), AJ네트웍스(BBB+), 이랜드월드(BBB), 두산퓨얼셀(BBB), 동화기업(A-) 등이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을 채우지 못했다.
A3 등급 이하 단기채 발행도 급감했다. 지난달 A3 등급 이하 기업이 발행한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전단채) 규모는 약 3977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달 1조391억원 규모에 비해 60%나 줄었다. 발행액이 대폭 줄어들며 순상환 추세가 이어졌다. 투자자들이 재매입을 꺼린 탓이다.
시중은행의 기업대출은 더 어려워졌다. 지난 3월 기업대출은 영세한 개인사업자 대출뿐 아니라 중소기업, 대기업의 대출도 감소세를 나타냈다. 대기업 대출은 162조172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6255억원 줄었다. 지난해 12월 이후 석 달 만의 감소세다. 중소기업 대출도 338조7251억원으로 전월 대비 4658억원 줄었다. 홈플러스, 벽산엔지니어링 기업회생절차 신청 등 개별 기업 이벤트가 시장 경계심을 자극하는 모습이다.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200위 내 중견 건설사들의 부도 도미노가 현실화하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신동아건설(시공능력 58위), 대저건설(103위), 삼부토건(71위), 안강건설(138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벽산엔지니어링(180위), 이화공영(134위) 등 7곳이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연초부터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거나 아예 빚을 갚지 못해 법정관리 직전 단계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신용 등급이나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기업은 모두 6곳에 달한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