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청년에게 전가되는 불공정한 미래
최근 정부가 상속세 과세 방식을 75년 만에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상속인별 공제 확대와 세율 완화가 병행될 전망이다. 배우자 공제는 10억원, 자녀 공제는 5억원으로 확대되며 개별 상속인이 받은 금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국민연금 개혁안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3%로 인상되고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3%로 조정된다.
겉으로는 과세 형평성과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조치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실질적 효과를 따져보면 세대 간 형평을 해치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유산취득세 전환 시 고자산가일수록 실효세율이 낮아지고 상속인이 많을수록 세 부담은 더욱 줄어든다. 이는 결과적으로 상위계층에 유리한 구조이며 부의 대물림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세대 간 형평 해치는 상속세 개편, 누구를 위한 감세인가
이러한 개편의 배경에는 부동산가격 상승에 따른 상속세 부담 확대가 있다. 실제로 중산층까지 상속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되었음을 들어 정부는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부동산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젊은 세대의 과도한 부채와 그에 따른 자산 수요 급증이 자리잡고 있다. 청년세대는 무리한 대출을 감수하며 자산시장에 진입했고 그 결과 부동산자산을 중심으로 한 가격급등은 자산을 보유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를 키워주었다. 결과적으로 젊은 세대의 부채는 기성세대의 자산가치를 증대시키는 데 기여한 셈이다. 그런데 지금 논의되고 있는 상속세 완화는 이 자산상승의 수혜자인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다시 감세혜택을 주자는 이야기다.
국민연금 개편 또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수급 혜택은 유지한 채 부담은 청년 세대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보험료율은 인상되지만 수급구조는 그대로 유지되며 고갈 시점을 미루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역시 공적 채무를 세대 간 이전하는 전형적인 구조다.
결국 청년세대는 공적연금 부담뿐 아니라 상속을 통해 불평등하게 이전되는 자산으로 인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출발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흐름은 세대 간 신뢰를 훼손하고 사회적 갈등을 확대하는 구조로 이어진다.
자산을 가진 세대가 자신의 자녀에게 더 많은 재산을 물려주고자 하는 욕망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청년세대의 부담으로 자신의 부를 확대한 후 다시 그 부담을 세금과 연금으로 전가하려는 구조는 이기적인 사회를 반영한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베이비부머의 은퇴에 따라 선진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세습주의(inheritocracy)’를 경고하며 상속세가 자본주의와 능력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방파제라고 강조했다. 서울의 저소득층 가구가 중간 가격의 아파트를 사기 위해선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거의 평생을 모아야 한다는 계산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아파트를 물려받는 데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아도 된다는 보도는 청년세대에게 깊은 좌절을 안긴다.
어른 세대 책임감 있는 제도 설계와 사회적 모범 보여야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고령화와 저성장이 맞물린 지금 조세 및 연금 개혁은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세대 간 공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 정책이 특정 세대나 계층에 편향된다면 그 대가는 결국 전체 사회가 치르게 된다.
청년에게 막대한 공적 사적 부채와 기울어진 운동장을 동시에 물려주는 사회가 과연 건강한가? 이제는 ‘내 자식만’이 아니라 ‘우리 자식들’ 모두를 생각해야 할 때다. 공정한 출발선과 과도한 부채 부담 없는 미래세대를 위해 지금 어른 세대가 보여야 할 것은 책임감 있는 제도 설계와 사회적 모범이다.

경제금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