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관세전쟁 불확실성에 최고 헤지 수단된 엔화
일본의 엔화가 트럼프정권의 정책 불확실성과 함께 급등락하고 있다. 금년 초에 1달러당 157엔을 기록한 엔·달러환율은 2월 20일에는 149엔대로 진입했다. 3월 24일에는 다시 150엔대로 밀린 후 지난주 이후에는 149~150엔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월에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0.25%에서 0.5%로 인상하면서 엔고 압력으로 작용했으나 미국 트럼프정권의 관세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미국경제의 악화 조짐 등에 대한 평가도 불안정성을 보이면서 엔화환율의 전망도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하루 7조5000억달러 규모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세계 외환시장에서도 4월 2일에 예정되었던 트럼프정권의 상호관세 정책을 앞두고 시장 참여자들의 투기성 거래가 위축되기도 했다.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에 달러 약세
미국시간으로 4월 2일에 발표된 상호관세는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일본 24%, 한국 25%, 대만 26% 등 일본 및 아시아 각국에도 높게 책정돼 엔화는 상호관세 발표 후에 1달러당 150엔에서 149엔으로 상승했다. 이러한 트럼프 관세인상 정책은 제1기 트럼프정권 때와 같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획기적으로 줄일 만한 효과가 불확실하고 미국의 물가상승, 경기 악화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되어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관세를 인상해도 강달러 현상을 보일 수 있다면 물가에 미칠 영향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는 있다. 사실 미국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의 스티븐 미란 위원장은 2018~2019년의 대중국 관세 인상 당시도 중국 위안화의 대 달러 환율이 13.7% 하락해 수입가격 상승분의 3/4을 상쇄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에 반해서 달러화의 약세기조가 앞으로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관세가 미국의 경기와 물가를 악화시킬 우려도 있고 미국 주가가 부진한 것도 달러화 약세의 원인이 되고 있다. 독일이 헌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재정 확장 노선에 나서면서 경기회복이 기대돼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측면도 있다.
또한 미란 CEA 위원장이 2024년 11월 발표한 논문에서 지적한 1985년도의 플라자 합의와 같은 달러화의 대폭적인 약세를 유도하는 ‘마러라고 합의’가 일부에서 주목받는다. 1년 정도 강달러로 관세인상의 물가 충격을 완화하고 그 후 대폭적인 약달러로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트럼프정부의 정책 의도가 엿보이면서 미리 달러화 자산을 매도해두자는 투자가의 움직임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의 재정적자 누적이 우려되는 가운데 트럼프정권이 대규모 감세 정책을 추진하려는 상황에서 주요국이 달러화 및 미국 국채의 대량 매도를 수반하는 달러화 매도 협조 개입에 나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마러라고 합의’는 신기루에 그칠 수 있다. 플라자 합의 당시와 달리 주요 흑자국인 중국이 참여해야 하는데 중국은 일본의 실패 사례도 참조하면서 위안화의 인위적인 강세를 용납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달러 약세 유도하는 ‘마러라고 합의’ 주목
트럼프 정책 및 그 여파와 달러화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일본 엔화는 일본은행의 지속적인 금리인상 정책으로 완만한 강세 현상이 지속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폭탄은 자동차에 대한 25%의 관세인상에다 24%의 상호관세 등이 일본경제에 미칠 영향이 크고 수출을 둔화시킬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의 내수 사정은 양호한 편이다.
올해 춘투도 5% 이상의 높은 임금인상률로 타결되고 있으며 개인소비는 급락을 피하면서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일본의 임금인상은 기업의 업적 개선, 노동생산성의 상승이 어느 정도 뒷받침하고 있으며, 설비투자도 동시에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주요 연구기관들의 전문가 37명의 예측치의 평균치(일본경제연구센터)를 보면 2025 회계연도의 일본경제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01%로 예상됐다.
이와 함께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이후 2025년까지 2%의 일본은행 목표치를 넘을 전망이다. 금년 들어서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기준으로 4%, 2월에 3.6%로 어느새 한국보다 높아진 상황이 되면서 일본은행으로서는 금리인상 정책을 지속하게 될 것으로 보여 엔화 강세를 일정하게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발 관세폭탄과 미국경제의 둔화 및 물가 우려 고조, 이에 따른 세계경제의 둔화 효과가 일본경제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줄 것인지 불확실한 측면도 있다. 내수를 뒷받침하고 있는 일본기업 수익의 호조와 설비투자 확대 및 임금상승이라는 내수 확대의 선순환이 트럼프 관세폭탄으로 일정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일본은행은 지난 3월의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는 추가 금리인상을 결정하지 않았다. 일본의 소비자물가가 3~4% 수준으로 회복된 상황에서 0.5%의 정책금리는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금리이며, 일본은행이 지적하는 대로 충분히 경기부양적인 상태이지만 한계기업 등은 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될 경우 경영이 어려워지는 측면도 있다. 일본은행으로서는 해외경제의 여건이나 이것이 일본경제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면서 보다 신중하게 금리의 정상화를 모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은 상반기에는 금리를 동결하고 하반기에는 한차례, 0.25%의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수출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4년 기준으로 22.7% 정도이며 향후 트럼프 관세폭탄으로 미국 및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될 영향을 장기적인 내수 성장으로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이와종합연구소는 최신 중장기 경제전망(2025.1.24.)에서 2025~2029년도의 실질성장률을 1.2%,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0%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정책금리는 2026년 평균 1.3%, 2027년 1.7%, 2028년 및 2029년 1.8%로 예상됐다. 정책금리의 인상이 꾸준히 이루어지겠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밑돌고 경기부양적인 금융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일본경제에 대한 장기적 전망 및 기대로 일본 엔화는 완만한 상승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트럼프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미국경제의 약진보다 쇠퇴 현상을 촉진하면서 국제적인 리더십 또한 약해질 것으로 보이는 것도 완만한 엔화 강세를 뒷받침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태양광 배터리 등에서 세계적인 리더십을 강화하고 반도체 국산화도 진행되는 가운데 전기차를 앞세워서 세계 자동차 산업을 제패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가운데 트럼프의 자동차 관세는 일본, 유럽의 기존 자동차 기업에게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GM(미국 판매 중 수입차 비중 46%) 등 미국기업도 어렵게 해 중국 기업의 약진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
달러당 145~150엔대 초반에서 등락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면서 주요 원부자재인 철강가격을 높이는 철강 관세를 부과하는 등 체계적이고 정밀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트럼프 관세 및 산업정책은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촉진할 효과보다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으로서는 제조업 부활을 노린다면 단계적이고 초점을 맞춘 장기 전략적 산업정책과 동맹국과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일 것으로 보인다.
이상과 같은 미국경제 정책의 혼선 속에서 일본경제의 완만한 성장세와 금리인상 정책의 지속을 고려할 경우 엔화는 당분간 1달러당 145엔에서 150엔대 초반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2020년대 후반을 향해 점차 130엔대 진입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