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보험 수수료 논쟁, 소비자는 어디에

2025-04-04 13:00:03 게재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2025년 부동산금융의 부실을 예고한다. 모두가 비웃었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다. 라잔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원인을 여러가지 제시했는데 그중 하나가 금융권의 과도한 인센티브(성과급) 제도였다.

거액의 성과급을 한번에 주는 조치는 기업 실적 증대라는 효과로 이어진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과도한 성과급으로 인한 소득격차가 대표적이지만 라잔은 성과급 지급 이후 벌어지는 현상에 주목했다. 금융회사에 재직하는 전문경영인은 속성상 재임중 외적성장에 집중한다. 단기성과에 급급해 불완전판매를 하거나 부실 상품의 위험을 소비자에 전가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라잔은 저서 ‘폴트라인’을 통해 금융회사 경영진의 성과급을 나눠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일부 기업들이 수용하면서 성과급 분할 지급을 도입했다. 한국도 성과급 이연지급제가 있다. 은행 고위층의 성과급을 여러해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것이다. 이는 성과급 수혜자들이 자신의 성과에 대한 사후관리를 견인해 각종 위험을 방지하는 효과로 이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과급 분할지급 문제가 국내 보험설계사까지 확산됐다. 정부는 최근 보험상품을 팔면 보험설계사가 받는 수수료를 공개하고, 수년에 걸쳐 나눠받는 방안을 내놨다. 보험사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수수료를 나눠 지급하면 설계사들도 고객관리에 신경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보험대리점(GA)협회의 노력으로 다소 개선됐지만 보험 불완전판매는 여전하다. 설계사가 고객을 보험사와 계약시킨 뒤 성과급을 다 받으면 고객에게 종전 보험상품을 해지하고 다른 보험사로 갈아타라고 권유하는 부당 승환계약도 반복된다.

수수료율 공개는 보험설계사 원가 공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상품 가입시 다른 상품과 수수료율을 비교하는 이점이 생긴다. 하지만 GA쪽에서는 강하게 반발한다. 아예 보험사가 보험을 판매해 유지하는 사업비 전체를 공개하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부는 대형 금융회사도 아닌 일반 보험설계사에게 수수료율 공개와 성과급 분할지급을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이런 현실에서 소비자들을 돌아보면 치솟는 물가와 대내외 경제적 상황은 암울하다. ‘고통을 나누자’ ‘포용금융이 중요하다’는 구호는 무색하다. 수수료 논쟁은 정부와 GA, 보험사가 주도한다.

인구구조 변화로 보험은 위기다. 미래 가입자인 청년이 줄고 아예 보험을 외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장년층은 경제적 사정으로 보험료 납입을 일시 중단하거나 해지해달라고 아우성이다. 이런데도 보험설계사 수수료 논쟁 과정에서 소비자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오승완 재정금융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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