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탄-반탄’‘이재명-반이재명’…조기 대선, 진영대결 불가피
민주당 이재명 후보 ‘독주’ 속 진보진영 ‘단일후보’ 예고
국민의힘 경선, 찬탄-반탄 대결 … 윤석열 영향력 있을까
거대 양당 비판하는 이낙연, 이준석 등 제 3 후보도 관심
시간 짧아 정책 경쟁보다는 호감도·통합 메시지 등 주효
60일 간의 짧은 조기 대선은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진영 간 맞대결로 펼쳐질 전망이다. 진영 결집력과 중도의 선택에 승패가 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진보진영에서는 보수진영을 탄핵에 반대한 내란 동조세력으로 몰아세우며 ‘찬탄 대 반탄’ 구도로 몰아 갈 가능성이 높다. 반면 보수진영에서는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등을 겨냥해 ‘이재명 대 반이재명 구도’를 잡거나 행정부와 입법부를 동시에 장악하는 ‘민주당 독주 공포’를 부각시켜 유권자를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인 후보 간 맞대결 전에 한 달여간의 경선이 어떻게 펼쳐질지도 관건이다. 이는 본선에서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윤 대통령이 탄핵 인용 이후 지지 세력을 규합하려고 하겠지만 영향력은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라 3년 전의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가 다시 펼쳐지긴 어려울 것이며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진영 간 맞대결로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찬탄 대 반탄 구도로 만들어질 수도 있지만 이재명 대 반이재명 구도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실제 개표 결과까지 박빙으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51대 49’와 같이 두 진영 간에 극단적이고 강력한 맞대결이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진보진영, 공동정부로 가나 = 경선 ‘컨벤션 효과’는 본선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민주당 경선은 모든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이 대표의 ‘독주’로 예상된다. 그런 측면에서 야 5당 원탁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조국혁신당이 완전 국민경선제인 ‘오픈 프라이머리’가 수용될지 주목된다. 경선과정에서 출혈을 최소화하려는 이 대표측은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부정적이다.
하지만 소수정당과 비명계 잠룡들, 시민단체들이 요구하는 ‘찬탄 후보 만들기’를 홀로 거부할 수 있을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조국혁신당은 각 진보정당에서 제안한 공약을 경선 국민투표에 동시에 부치는 방안도 제시했다. ‘공동정책’이 채택된다면 진보진영은 단일대오로 대선에 들어갈 수 있어 지지층 결집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리스크’를 해소하고 본선에 들어올지가 관건이다. 파면된 대통령을 그대로 안고 본선에 올라올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강력한 지지층을 다독이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현재 김문수 장관의 높은 지지율은 2017년 황교안 당시 권한대행이 받았던 높은 지지율과 비슷한 현상”이라며 “하지만 대통령 파면 이후엔 이준석 대표와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선택했던 국민의힘이 대선 승리를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난립하고 있는 비윤 후보들이 단일화하거나 민주당 후보에 대항할 만한 대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정책보다는 프레임으로 승부 = 단기전에서는 정책보다는 프레임 승부로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찬탄 반탄 구도가 가장 선명하고 주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탄핵에 반대했던 세력들을 내란 동조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이미 내려졌다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헌 세력에게 국정운영을 맡길 수 없다는 논리다.
국민의힘은 유력한 대선주자인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전면에 부상시켜 ‘이재명 대 반이재명’ 구도를 만들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아 채택이 유력한 전략이다. 행정부와 입법부를 동시에 장악할 경우의 부정적인 측면을 집중 부각할 수도 있다.
민주당이 윤석열정부에서 입법독주를 펼쳤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거부권이라는 제동장치가 없는 민주당이 원하는 법안을 모두 통과시킬 수 있다는 점을 환기시킬 전망이다. 이는 ‘대통령과 170석 민주당’의 결합에 대한 공포심으로 비민주당이나 비이재명세력을 규합하려는 시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중도층 확보를 위한 경쟁도 강화될 전망이다. 발빠르게 대선준비에 나선 민주당은 중도층에 호소하는 감세 등 유인 정책과 함께 이 대표의 비호감도를 낮출 수 있는 ‘통합 행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지위를 상실하기는 했지만 추경이나 통상문제 등 현안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면서 정권유지에 의한 안정론을 부각시킬 가능성이 높다.
제3의 후보로는 이미 당에서 대선 후보로 뽑힌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새미래민주당 창당에 앞장선 이낙연 전 대표가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거대양당이 지지층 결집 전략을 짜고 있어 제3 후보의 구심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 다만 선거 끝까지 참여할 경우 진보 또는 보수 진영의 표를 나눌 수 있어 거대양당 후보의 당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단기전, 실점을 줄여라 = 또 누가 실점을 덜 하느냐도 중요한 관전포인트다. 민주당은 전날 시도당에 공문을 보내 “정국상황이 엄중함을 고려해 추후 특별한 지침이 있기 전까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 및 주요 당직자, 핵심 당원 등은 언행에 각별히 신중을 기해주시기 바란다”며 “이를 위반할 시 중앙당에서는 비상징계 등 엄정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안내드린다”고 했다.
진영간 극단적 대치상황에서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이나 행동이 예상 밖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해석된다. 짧은 대선에서는 한번의 실수가 결정적일 수 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