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충돌이 대선 격돌로…‘광장 갈등’ 후유증 극복해야

2025-04-04 13:00:10 게재

찬탄파-반탄파로 갈려 소추 이후 111일 동안 ‘광장 갈등’

보수층 ‘탄핵 선고,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 않을 것’ 45%

대선, 탄핵 연장전 예고 … “통합 없이 위기 극복 어려워”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소추 111일 만에 인용되면서 ‘탄핵 전쟁’은 일단락됐지만, 대한민국을 갈라놓았던 분열과 갈등은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과 반탄파(탄핵 반대)가 막판까지 승복을 다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60일 뒤 치러지는 조기 대선은 ‘탄핵의 연장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두고 경비 강화된 국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담장 주변에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등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의결(지난해 12월 14일)된 이후 4일까지 111일 동안 대한민국은 찬탄파(탄핵 찬성)와 반탄파로 나뉘어 심각한 갈등 양상을 빚었다. 주말마다 거리는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 구호로 넘쳐났다. ‘광장의 갈등’은 우리 사회 곳곳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광장의 분노는 증오와 폭력을 낳았고, 초유의 법원 난동 사태까지 초래했다. 가족끼리도 탄핵 찬반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장면이 속출했다.

탄핵안이 소추 111일 만에 인용되면서 ‘광장의 갈등’이 해소될 기회를 맞았지만, 정치권에서는 ‘광장의 분노’가 조기 대선으로 옮겨 붙으면서 더 확산될 것이란 우려를 내놓는다. 윤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조기 대선이 60일 이내에 실시된다. 윤 대통령 파면에 승복하지 않는 ‘광장의 분노’가 대선을 ‘탄핵 연장전’ 삼아 더욱 거세게 타오를 것이란 얘기다.

갈등이 고조될 것이란 전망은 전국지표조사 결과에서 엿보인다. 3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에서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 대한 신뢰 여부를 묻자, ‘신뢰한다’ 46%, ‘신뢰하지 않는다’ 46%였다. 보수층에서는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5%로 ‘신뢰한다’(39%)를 앞섰다. 보수층의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주일 전 조사보다 6%p 상승했다. 탄핵 선고가 다가올수록 보수층의 ‘헌재 불신’이 커진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가 당신 생각과 달라도 받아들일 것인가 묻자, ‘내 생각과 달라도 수용하겠다’ 50%,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 44%로 나타났다. 보수층에서는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45%였다. 1주일 전보다 4%p 상승한 수치다. 보수층의 상당수가 탄핵 인용 선고를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는 대목이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보면 탄핵 인용 결정을 맞는 보수층의 심정은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광장의 분노’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로 연결된다. 국민의힘 차기주자 경쟁에서 반탄파인 김문수 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선두권을 형성하는 건 보수층의 심기가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같은 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묻자, 여권에서는 김문수 장관 9%, 오세훈·홍준표·한동훈 4%, 유승민·안철수 2%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김문수 27%, 오세훈 10%, 홍준표 8%, 한동훈 9%, 유승민 1%, 안철수 2%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탄파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기 대선이 찬탄파와 반탄파의 ‘탄핵 연장전’으로 치러지면 대선 이후에도 갈등 수습은 쉽지 않을 수 있다. 대내외적인 난제에 봉착한 대한민국호가 격화되는 내부 갈등으로 위기 극복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탄핵 선고를 앞둔 지난 2일 “이번 탄핵 정국을 거치며 사회적 갈등과 분열이 어느 때보다도 아주 심각하고 높다. 대립과 갈등 양상도 전에 없이 아주 격화돼 민주주의가 허용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될 정도”라며 “국론 분열을 넘어 국민 통합이라는 과제에 국회가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 통합 없이는 위기 극복이 어렵다는 인식으로 읽힌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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